나이듦 연구소의 연구 활동 중에 포럼이 있다. 외부 연구자, 활동가와 함께 당대의 고민을 나누자는 의도로 1년에 3회 정도 진행한다. 올해 초 1회 포럼으로 희정님을 모시고 『죽은 다음』 북토크를 진행했다. 2회차에는 일본의 돌봄 시설 운영 사례 등을 알아보는 주제는 정해놓고 방식은 고민하던 중이었다. 작년에 제주 선흘 포럼에서 만났던 인연들과 일본 돌봄 시설 탐방 등의 논의가 있었지만 여러 사정이 얽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다 제주에서 조한선생님과 몇 분이 우에노 지즈코 선생님의 가이드로 일본 돌봄 시설을 탐방하고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중에 한 분을 섭외해서 탐방 내용을 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2회차 포럼은 탐방의 일원이었던 박서영샘을 모시고 나이듦연구소 연구원들과 객원이 함께 강의를 듣고 배우는 시간으로 대체되었다.
박서영샘은 미래의 지속가능성과 관련 세부주제로 돌봄과 테크놀로지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로, 한국, 일본, 미국 등지에서 ‘대화와 언어적 소통의 역량을 다루는 돌봄노동’ ‘기술과 돌봄실천에 의한 노인 거주 공간의 형태/ 의미변화’ ‘한국- 60대 여성 요양보호사 노동에 관한 연구’등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일본 탐방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돌봄 공간과 지역: 공생과 포괄의 다양한 의미”라는 주제로 강의해 주셨다.

현재 일본에서는 도시의 일상에서도 편리하게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거점으로 편의점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로손은 ‘케어 로손’을 운영한다. 2015년에 1호점 이후 2021년 21개 점포로 늘어났다. 고령자 주거 중심지에 위치한 ‘케어 로손’에는 매장 내 개호상담창구가 설치되어 있어 상담자가 상주해 있어서 매장에 물건을 사러 왔던 노인이 자연스럽게 상담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출처:동아일보 기사>
이번 강의는 박서영샘이 둘러 본 돌봄 공간 중 지역밀착형 개호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시설을 중심으로 소개되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세미나로 만났던 『돌봄의 사회학』에서 소개되었던 고노유비도마레도 있었다. 이곳은 고령자와 지적, 정신적 장애인, 장애아, 미취학아동 보육이 모두 함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공생형’이다. 1993년 간호사 세 명이 퇴직금을 출자해서 민영 데이케어서비스로 시작했다. 이들의 활약으로 “돌봄 대상자의 관할을 정해온 기존의 복지행정을 깨부수고” 민간이 먼저 돌봄을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곳에 관이 보조금 지급 등 행정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러한 형식을 ‘도야마형’이라고 지칭한다. 고노유비도마레의 경우 책에서 개호보험내 소규모 다기능서비스 시설로 전환하지 않았다(정부 지원을 받는 만큼 제약이 많아서)고 했는데 현재도 그렇다고 했다. 이들의 공생형 돌봄에 동의하고 경영자의 인품, 시설의 매력에 이끌려 들어온 이들이 저임금에도 헌신적으로 돌보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고 했던 평가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시설 창립자들이 여전히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 초창기에 와서 지금까지 돌봄을 받고 있는 이도 있다. 그중에 임종을 앞두고 있는 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을 많더라면서 소개해 준 사진에는, 탐방팀과 이야기를 나누는 뒤로 의료용 침대에 누워 있는 분이 보였다. 등록된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임종은 병원에서 해야 하는 등등의 문제에 봉착해 있는지라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일이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출처: 한겨레신문>
자발적으로 돌봄을 시작한 공생형은 관의 행정적 도움을 이끌어내어 돌봄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는 측면은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낮은 임금 체계, 창립자들의 헌신성을 이어갈 후계 양성의 어려움에, 경영 상황 불안정 등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돌봄의 사회학』에서 우에노 지즈코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면, 그에 맞는 사회적 평가와 보수가 따르는게 당연한 게 아닌가?” 되묻는다. 고노유비도마레의 경우 소규모 다기능 시설을 통해 고령자의 불필요한 장기간 입원이 줄고,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은 고령자를 지원하는 기능을 충실히 함으로써 노후의 대안적 생활방식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우에노가 반문한 문제 등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소규모 다기능 시설의 경우 이용자의 접근성이 좋은 지점의 빈집 등을 지자체 자체 조사를 통해 복지 시설로 개조하는 ‘빈집 코디네이터’의 활약도 소개했다. 이들의 주도로 비어있는 일반 주택을 행정절차와 보조금지원 등을 통해 시설로 바꾸는 일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지역밀착형(기초 지자체 주도)은 포괄케어시스템이다. 지역에 위치한 지역포괄 지원센터에는 개호보험 전반을 상담하는 주임 케어 매니저, 의료쪽 담당 보건사, 생활종합상담 관련 사회복지사가 상주해서 지역민의 돌봄 상태를 포괄해서 주선한다. 이 센터에서는 지역의 어떤 서비스와 연계하고, 최전선의 개호 직원과 고령자/가족과 소통하는 일을 과제로 삼는다. 이러한 서비스는 정액제로 책정되어 요양 등급을 기준으로 한 달 단위로 고정된 비용을 내면 된다. 이러한 포괄케어 방식으로 ‘24시간 수시 방문 및 안부 확인’을 정액제로 시행하다보니 등급에 따른 돌봄의 경계를 무 자르듯 할 수 없어 요양보호사들의 업무가 가중되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정기 순회/ 수시대응형의 경우 모든 사항을 디지털로 기록해 노동시간을 증빙하는 방법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출처: 참여연대>
이 외에도 돌봄과 연계되어 마을을 만드는 방식이라든가, 고령자 주거와 자립형 주택이 공존하는 방식 등도 소개되었다. 박서영샘의 강의를 듣자니 『돌봄의 사회학』에서 읽었던 내용의 실제 사례를 사진과 함께 들으니 현장성이 더 느껴졌다.
지난주 대중지성 세미나에서 재택임종과 관련해서 현재 60대의 돌봄 제공자, 즉 60대를 넘긴 자식 세대가 90대의 부모를 돌보는 현재 돌봄 체계에서 재택 임종 자체가 나이 들어가는 자식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올해 시행된 지역통합돌봄의 경우도 예산 등의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는 기사를 접했었다. 기사를 통해 제도가 시행되기만 하면 곧바로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살던 지역에서 나이 들고 임종까지 맞이하기”(AIP)라는 삶의 방식이 실제로 구현되는데 어떤 요소들이 반영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요소들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복잡한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이론으로 접한 것들을 탐방한 자료에 기반한 강의를 통해 실감의 영역이 늘어나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