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두 거점생활을 시작하다
1. 가슴이 두근대다 도시가 아닌 곳에 공간적 거점을 세우는 일, 혹은 시계의 시간표가 아닌 자연의 절기에 따라 삶의 리듬을 바꾸는 일, 이런 구상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다. 문탁네트워크 초창기에 그것은 공동체의 명상 센터나 혹은 집필연수원 같은 것으로 표상되었다. 이웃 프란체스코 수녀회의 작고 고즈넉한 성당, 혹은 조선시대 학인들이 은거하며 공부와 수양을 함께 했던 서원(書院)…
1. 가슴이 두근대다 도시가 아닌 곳에 공간적 거점을 세우는 일, 혹은 시계의 시간표가 아닌 자연의 절기에 따라 삶의 리듬을 바꾸는 일, 이런 구상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다. 문탁네트워크 초창기에 그것은 공동체의 명상 센터나 혹은 집필연수원 같은 것으로 표상되었다. 이웃 프란체스코 수녀회의 작고 고즈넉한 성당, 혹은 조선시대 학인들이 은거하며 공부와 수양을 함께 했던 서원(書院)…
이제 돌 지난 손주 하빈이 녀석이 내가 연습하는 기타 소리에 반응한다. 여느 아이처럼 달라 들어서 손으로 기타를 탕탕 내리치지 않고, 한 줄 한 줄을 튕겨보며 그 소리를 듣는 모습이 아주 귀엽다. 녀석에게 들려 줄 좋은 기타 곡이 없을까? 이흥렬의 곡 ‘섬집 아기’를 골랐다. 우리에게는 가사가 주는 서정적인 느낌이 있고, 말을 모르는 녀석에게는 기타 선율이 주는…
아내가 프레시안 인문학습원에서 보낸 해외여행 광고 문자를 보여 준다. 미술사학자와 함께 떠나는 13일간의 이탈리아 ‘美味 미술여행’이다. 구미가 당긴다. 은퇴 기념 가족파티에서 처의 사촌동생이 내게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미술이야기』라는 책인데,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중세, 르네상스 그리고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총 6권의 강의식 미술 관련 이야기책이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학생시절,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다. 그래서 일까? 다른…
세상이 하수선한가 보다. 친구들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가 제법 뜨겁게 자리 잡는 시간이 많아 졌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으니 정치 성향이 대부분 비슷한데, 사안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의견을 내는 친구가 등장하고 토론이 뜨거워진다. 토론이 아니라 논쟁으로 바로 번진다. 의견이 갈라지는 지점은 대략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서, 조금 좁혀보면 직업과 관련되어 보인다. 특히 고위 공직자로 은퇴한 친구들이 정부의…
친구들이 다음 번 운동 약속을 잡자고 한다. 병원을 목요일에 쉬는 친구가 있어서 “목요일 콜?”하고 청한다. “난 안 돼. 그 날 세미나가 두 개나 있어.” “아니, 이 나이에 왠 공부?” “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지. ㅎㅎ“ 두 다리 생생할 때에 놀러 다니기도 바쁜데, 그 지긋지긋한 공부를 또 하느냐고 은퇴한 친구들이 핀잔을 준다. 헌데, 그…
동창회 모임은 딱 한군데 나간다. 고등학교 3학년 반모임이다. 사회에 첫발을 디딜 즈음에 시작한 모임이니 얼추 한 사십년은 되었다. 모이면 하등 의미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 다닐 때 성적, 물론 충격적인 점수를 받았던 수학점수 등으로 이야기를 출발해서 세계 평화를 논하고 손주들 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마무리 시간이 된다. 요즘은 내게 은퇴후 생활에 대해서 묻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쌤! 집에 불이 난 것 같아요. 인문약방 사람들과 평창집에 간 문탁쌤의 전화 속 목소리이다. 불이라고요? 침대에서 일어나며 시간을 보니, 밤 11 시 35분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하다. “어디에 불이 났어요?” “지붕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아요”. 외부는 붉은 벽돌, 내부는 흙벽돌 그리고 지붕은 기와인데, 어떻게 지붕에서 불이 났다고 하지? 문탁쌤이 잘못 알았거나 꿈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핸드폰으로…
이제는 거동조차 힘들어 하신다. 파킨슨과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님이 지난 여름부터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섬망(譫妄)이 생기고, 혼자 걸음이 힘들어져 화장실 변기 앞에서 실수하기 일쑤이다. 간단한 샤워로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혀야 한다. 혼자 움직이시다가 넘어지기라도 하시면 큰일이 나게 생겼다. 보행 보조기와 이동식 변기를 들였다. 그것도 불안하여, 2층까지 울리는 강력한 무선 차임벨을 설치했다. 이 번엔…
“삼살제왕이 이 땅에 내려 오실 제, …(중략)….. 계백장군 백살신, 관우장군 백살신…..” 나의 할머니는 우리들 생일이 되면, 하얀 백설기 시루떡 앞에서 아래 아(·)자가 나오는 옛 한글로 쓰여 있는 백살기를 읽으신다. 대략 삼십여 분이 걸린다. 어릴 적에는 그 것이 마냥 싫었다. 어서 저 따뜻한 떡을 먹어야 하는데, 할머니 고사(?) 때문에 군침만 삼키고 있으니…… 그러다가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