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치매 진단을 받은 바둑 잘 두는 남자-기억은 사라져도 삶의 형식은 남는다

바둑을 두는 남자 일흔네 살의 남자가 있다. 오랫동안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었고, 7년 전에는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젊어서는 공무원으로 일했고, 퇴직 후에는 아파트 단지의 전기책임자로 근무했다. 말수가 적고 성품이 온순한 분이다. 5년 전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이분에게는 남다른 재주가 하나 있다. ‘바둑’이다. 젊어서부터 바둑을 좋아했고, 사회인 바둑대회에도 여러 차례 출전했다. 상도…

<3회>사랑까지 지치지 않으려면- 돌봄을 나누어야 사랑이 남는다

사랑만으로 돌볼 수 있을까? 부모가 병들면 자식은 가장 먼저 생각한다. ‘내가 자식인데, 내가 돌봐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남의 손을 빌리는 것이 미안하고, 때로는 불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를 낳고 키워준 부모가 이제 나를 필요로 하는데 자식인 내가 곁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치매 돌봄을 오래…

<2회>치매 어르신과의 대화법 ― 기억을 묻지 말고 ‘지금’을 물어라

“기억 안 나세요?”라는 질문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더욱 힘든 여름이었다. 젊을 때와 달리 더위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고 갈증도 잘 느끼지 못하다 보니, 탈수와 탈진으로 병원을 찾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았다. 더위가 한창이던 어느 날, 여든다섯 살 할머니가 딸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왔다. 기운이 없고 입맛도 떨어졌다고 했다. 진찰해 보니, 더위에 지친 데다…

<1회> 질문하며 늙는다는 것-나이 들어도 세상을 향한 물음을 놓지 않는 삶

기억보다 먼저 사라지는 것, 질문 진료실에서 나이 든 어르신들을 보다 보면 흔히 이런 말씀을 하신다. “요즘 자꾸 사람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고, 방금 하려던 일도 잊어버립니다. 혹시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요?” 자신의 기억력을 걱정하는 분들이다. 그러나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약속을 잊지는 않고, 길을 잃지도 않으며, 집안일도 큰 어려움 없이 해낸다. 나이가 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