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호]‘나이듦아카이빙’을 ‘KINZ’로 전환합니다.

안녕하세요? 나이듦연구소 소장 문탁(이희경)입니다. 지난 2년간 저희는 기존 저널의 나이듦, 죽음, 애도, 돌봄 관련 기사를 선별하여 재편집한 월간 뉴스레터 <나이듦아카이빙>을 발간했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회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2년 만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진짜 초고령사회로 돌입했고, 사회의 대응도 분주해졌고, 이에 따라 정보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달리] 2회 아찌고찌 엄마 손을 잡고

몇 해 전부터 엄마는 자신의 상태를 ‘아찌고찌 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찌고찌’는 ‘저쪽과 이쪽’이라는 뜻의 일본어지만 엄마는 깜빡깜빡 잊어버리고 기억나지 않는 상태를 하소연할 때마다 쓴다. ‘노망’, ‘치매’를 일컫는 용어를 자기식대로 만들어 낸 것이다. ‘노망’, ‘치매’라는 단어와 병증에 대한 인지가 있는 상태여서 거부감과 두려움이 꽤 컸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도 깜빡깜빡 잘해.” 대수롭지 않은 듯 반응하며 상황에 맞춰…

새해에 하는 ‘뻔한’ 말

한국의 새해는 두 번이다. 이를 ‘이중과세(二重過歲)’라 비판하며 하나로 줄이자는 말이 나오던 시절도 있었지만,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새해가 두 번이라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양력 새해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어도, 음력 새해라는 ‘패자부활전’이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번 설 연휴에도 1월 초에 써놓았던 문구를 다시 읽었다. “단정히 살고, 치밀하게 생각하고, 진득하게 공부하기.” 재밌는 사실은 몇년째 이 문장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2026년 2월호]어디서 죽을 것인가

임종은 돌봄이 끝나는 시간이자 애도가 시작되는 시간이면서 장례절차가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택임종이 어려운 이유중 하나로 복잡한 장례절차를 드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임종하면 의사로부터 사망진단서를 바로 발급받아 장례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재택임종은 변사로 간주되어 사체검안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번거로운 일을 겪지 않으려면 임종이 가까워졌을 때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절차상의 편의를 위해 응급실로 옮겨 임종을 맞는 것이 과연 적절한 일일까, 이 또한 생각해볼 문제다.

[달리] 1회 이틀 간의 병원 동행기

새벽 3시경이면 어김없이 깬다. 엄마 방으로 건너가 살그머니 침대 온기를 살핀다. 곤히 잠든 엄마의 미세한 호흡을 가만히 지켜본다. 잠자다가 죽는 것도 복이라는 말을 흔하게 듣지만, 그 상황을 마주하는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엄마 코 고는 소리를 듣고서야 안도한다. 웅크린 채로 뒤척뒤척 배회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새벽 6시부터 일어나 서두른다. 엄마에게 두유 한 잔과 풀빵을 데워 주고…

마르잔, 마흐사, 나르게스를 기억하며

이란을 잘 몰랐다. 축구, 팔레비, 호메이니 등 몇개의 단편적 사실들과 ‘핵’ ‘하마스’ ‘악의 축’ 같은 미국적 프레임이 인상의 전부였다. 그러다가 2008년 흑백의 강렬함과 소박함이 돋보이는 2D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를 만났다. 케첩 바른 감자칩과 아디다스 운동화를 좋아하고 이소룡을 동경하며, “왕에게 죽음을!”을 외치던 꼬마 ‘마르잔’. 그 천방지축 소녀의 성장기를 따라가면서 이란은 내게 ‘사람이 사는 땅’으로 실감되었다. 1979년의 이란…

[2026년 1월호]2026, 병오년엔 불 끄며 삽시다

2025년은 어떤 해였나? 일단 계엄 이야기는 너무 크기 때문에 패스. 그다음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우선 의성 산불. 아직도 후포에 사는 후배 어머니 조문하러 다녀오는 길에 목격했던, 끝도 없이 이어지던 불타버린 나무와 새까맣게 변한 산의 풍경이 선연하다. 그리고 2024년에 이어 역시 너무 더웠던 여름. 펄펄 끓었다. 강릉의 가뭄도 있었다.

9. 죽은 다음?

엔딩노트를 다시 보다 ‘중환자실에서 기계에 의존한 연명을 하다 죽기는 싫다’, ‘남겨진 사람이 내 주변정리를 하는데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는 나누고 싶다’ 내가 엔딩노트에 적어놓은 글이다. 연재를 시작하고 중반까지만 해도 나의 관심사는 삶에 대한 주도권과 자기결정권에 쏠려 있었다.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는 ‘장례희망’이 아닐까도 생각했었다. 그 사이 고작 8개의 글을 썼지만 업로드…

‘누가’ 돌봄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지난 10월, 제주에서 작은 포럼이 열렸다. 20년 전 서간집 <경계에서 말한다>를 함께 펴낸 한·일 양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 조한혜정과 우에노 지즈코가 희수를 맞아 다시 뭉친 자리였다. 그런데 두 사람은 ‘오늘날의 페미니즘’ ‘돌봄 사회’ ‘나이듦과 죽음’ 등을 주제로 진행된 이틀간의 대담 내내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서로를 ‘혜정’ ‘지즈코’라고 다정히 부르면서도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덕분에…

[2025년 12월호]말기 환자의 발을 닦으며 – 호스피스 체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시면 안 돼요.
병실에 들어가기 전 선배 봉사자가 나에게 한 말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건네는 이 인사를 ‘의식적’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호스피스 병동이다. 나는 올해 가을부터 호스피스봉사자교육을 받고 있다. 온라인교육이지만 발반사요법 교육과 실습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발반사요법은 발에 있는 각 장기나 기관의 반사점을 자극해 혈액순환, 몸 속 노폐물 배출, 통증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