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기후행동

나는 용인 수지 아파트촌에서 산다. 올해 초 동네에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 반대’ 현수막이 내걸리고 엘리베이터에도 반대 서명지가 붙었다. 여기서 한참 먼 산단이 아파트값과 무슨 상관이라고? 좀 의아했지만 가볍게 넘겼다. 문제를 본격적으로 느낀 것은 올여름이었다. 반도체만이 나라를 구할 것처럼 떠들썩한 와중에,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반대 전국행동’이 7월30일부터 22일 동안 해남에서 용인을 거쳐…

누구에게도 폐끼치지 않는 깨끗한 죽음은 없다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박혜윤, 신성준, 최은경 지음/ 아몬드 죽음이 권리가 될 수 있는가 작년에 나이듦연구소에서는 연구원들과 나이듦 대중지성 세미나 회원들이 함께 하는 <존엄사 워크숍>을 열었다. 마침 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과 <은중과 상연>이 방영된 후였다. <은중과 상연>은 말기암 환자가 스위스에 가서 삶을 끝내는 내용이었고, <메리킬즈피플>은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죽음의 약물을 처방하는 의사의 이야기였다. 그보다 이전에는…

[KINZ 10월호] 귀촌대신 시골의 생활인구, 어떠세요?

얼마 전 킨즈 옴부즈만을 열었습니다. 참석한 분들이 바뀐 킨즈가 읽기 편하고 연구소의 색깔도 잘 드러나서 좋다고 하셔서 엄청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윤경샘은 걱정을 털어놓았습니다. 매호 그림을 그리면서도 전공자가 아닌 자신의 그림을 독자들이 어떻게 볼지, 너무 촌스럽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구요. 참석자들은 “무슨 소리냐, 그림이 참 정감 있고 따뜻해서 좋다”고 입을 모았지요.

<3회>사랑까지 지치지 않으려면- 돌봄을 나누어야 사랑이 남는다

사랑만으로 돌볼 수 있을까? 부모가 병들면 자식은 가장 먼저 생각한다. ‘내가 자식인데, 내가 돌봐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남의 손을 빌리는 것이 미안하고, 때로는 불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를 낳고 키워준 부모가 이제 나를 필요로 하는데 자식인 내가 곁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치매 돌봄을 오래…

40년 만의 무죄를 가치있게 만드는 법

어느 날 후배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40여년 전, 대학 4학년 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사건에 대해 당시의 체포와 수사, 구속은 모두 위법했으니 재심을 청구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전두환 정권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대개 그러했듯, 나 역시 “학우여”를 외치자마자 교내에 진을 치고 있던 사복경찰 수십명에게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갔다. 미란다…

죽음은 순수한 물음표다

레비나스, <신, 죽음, 그리고 시간>, 그린비 어머니의 얼굴 카페 사담에서 주최한 데스카페에 다녀왔다. 데스카페는 2011년 영국에서 시작된, 차와 케익을 앞에 두고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는 나이 지긋한 사람들만 모일 거라는 생각은 오해다. 최근 가까운 친구를 떠나보낸 30대, 아이가 죽음에 대해 물을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어렵다는 젊은 엄마,…

<2회>치매 어르신과의 대화법 ― 기억을 묻지 말고 ‘지금’을 물어라

“기억 안 나세요?”라는 질문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더욱 힘든 여름이었다. 젊을 때와 달리 더위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고 갈증도 잘 느끼지 못하다 보니, 탈수와 탈진으로 병원을 찾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았다. 더위가 한창이던 어느 날, 여든다섯 살 할머니가 딸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왔다. 기운이 없고 입맛도 떨어졌다고 했다. 진찰해 보니, 더위에 지친 데다…

가당치 않게, ‘가능주의자’

짜증과 답답함이 최고기온만큼이나 매일 기록을 경신 중이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도 에어컨 없이는 못 살겠고, 서울에 와 집값을 보면 아득해진다는 지방 청년의 하소연에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한다. 노력하면 된다는 능력주의의 주문은 강력하지만, 출발선부터 기울어진 경쟁에서 승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기대도 접은 지 오래고, 다른 전망도 안 보인다. 자책과 원한, 혐오와 냉소, 무엇도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

[2026년 8월호] 우리는 어쩌면 ‘호모댄서스’?

제 친구 중에는 춤추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중 한 친구는 그 경험을 책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을 통해 저는 자이브, 룸바, 차차차, 삼바, 왈츠, 살사, 탱고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친구들이 모이면 시연도 벌어집니다. 모두 흥이 나서 따라 하지만 하체와 상체가 따로 논다는 벨리 댄스 앞에서는 대부분 좌절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