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질문하며 늙는다는 것-나이 들어도 세상을 향한 물음을 놓지 않는 삶

기억보다 먼저 사라지는 것, 질문 진료실에서 나이 든 어르신들을 보다 보면 흔히 이런 말씀을 하신다. “요즘 자꾸 사람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고, 방금 하려던 일도 잊어버립니다. 혹시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요?” 자신의 기억력을 걱정하는 분들이다. 그러나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약속을 잊지는 않고, 길을 잃지도 않으며, 집안일도 큰 어려움 없이 해낸다. 나이가 들면서…

(2화) – 이러다가 마을 ‘인싸’ 되겠어

1. 이사떡은 어디까지 돌려야 되나? 제주에 입성하고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이웃에게 떡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사에 짜장면과 이사떡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과 다름없으니까^^ 오메기떡을 잘 한다는 아주 오래된 작은 방앗간을 소개받았다. 하지만 이사떡은 역시 시루떡이다. 그런데 얼마나 맞춰야 할까? 친구가 묻는다. 어디까지 돌릴 거야? 말문이 막혔다. 어디까지 돌려야 하지? 아파트처럼 옆집, 아래 윗집이…

나답게 죽을 수 있기 위해 꼭 필요한 것

<나는 나답게 죽기로 했습니다>, 나이토 이즈미 지음. 마음의 숲 가정 호스피스의 씨앗을 뿌린 의사 나이토 이즈미 <나는 나답게 죽기로 했습니다>의 저자 나이토 이즈미는 재택 호스피스 의사다. 1956년생인 그녀는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에서 일했다. 초보의사 시절, 나이토 이즈미는 근무하던 병원에서 자신과 또래인 백혈병 환자 유키를 만났다. 유키는 무의미한 생명연장치료를 중단하고 남은 시간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어느 날, ‘뭐라구’가 왔다

어머니 살아생전 식구들과 둘러앉은 식탁에서 가장 많이 하셨던 말은 “뭐라구?”였다.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건지, 아니면 맥락 파악이 잘 안 되는 건지 누군가 한마디할 때마다 매번 그렇게 되물으셨다. 당연히 이야기는 툭툭 끊겼다. 그래도 우리는 “궁금해서 그러실 거야” “답답하시겠지”라며 다시 말하거나 조금 더 천천히 이야기했다. 하지만 늘 그렇게 사려 깊었던 것은 아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왜…

KINZ SPECIAL_어른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OPENING 안녕하세요, 나이듦연구소 소장 문탁(이희경)입니다. 얼마 전 보건소에서 우편물 하나를 받았습니다. “어르신 폐렴구균 예방접종 안내”였습니다. 4월에 만 65세를 넘긴 후, 저는 공식적으로 ‘어르신’이 되었습니다. 존중인지 배제인지 모호한 그 호명 앞에서 민망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공경의 대상이 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른 열풍’이라 불리는 사회적 현상 앞에서, 이제는 나이 드는…

마을공유지는 장례식장이 될 수 있을까

2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상조회와 병원 장례식장 이외의 대안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닥친 일이라 경황도 없었지만, 장지(葬地)에 대해서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왔던 것에 비하면 장례 절차에 관해서는 별생각이 없었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40여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달랐다. ‘객사’는 안 된다며 시신을 집으로 모셔 왔고, 동네 장의사가 염을 맡았으며, 아버지 친구분들이 절차를 주관했고, 내…

[2026년 6월호] 나이 든 여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지난 3월, 새롭게 <킨즈>를 개편하며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더 짧고 가독성 있는 기사’였습니다. 편집장인 제 역할 역시 주로 빨간펜으로 분량을 줄이는 일이었지요. 하지만 이번 호만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 가계부 앱에 투영된 빈곤의 풍경도,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든 고령자에게 절박한 ‘생활동반자법’ 이야기도, 나이 든 여성의 몸을 다룬 공연 후기도 하나같이 놓칠 수 없는 시의성을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화) – 두 거점생활을 시작하다

1. 가슴이 두근대다 도시가 아닌 곳에 공간적 거점을 세우는 일, 혹은 시계의 시간표가 아닌 자연의 절기에 따라 삶의 리듬을 바꾸는 일, 이런 구상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다. 문탁네트워크 초창기에 그것은 공동체의 명상 센터나 혹은 집필연수원 같은 것으로 표상되었다. 이웃 프란체스코 수녀회의 작고 고즈넉한 성당, 혹은 조선시대 학인들이 은거하며 공부와 수양을 함께 했던 서원(書院)…

[달리] 5회 오월 마당에서

 6월이 다가온다. 내게 6월은 불길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는 달. 엄마는 지난 두 해 동안 6월에만 두 번 넘어졌고 그때마다 제대로 뜨거운 맛을 본 터라 지레 두려워진다. 근거 없는 불안이야. 주눅 들지 말자, 하면서도 쉽사리 털어내질 못하고. 책방 8주년, 9주년을 앞둔 즈음이었는데 간병하느라 지쳐서 기념하고 축하할 여력이라곤 일도 없었다. 어느새 책방은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엄마도, 책방도…

죽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라

<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청미 매스 미디어에도 흔히 언급되는 심리학 이론으로 이별의 5단계나 슬픔의 5단계 이론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거나, 감당할 수 없는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우리 마음의 방어기제가 부정, 분노, 협상, 우울의 단계를 거쳐 평화로운 수용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는 이론이다. 이것을 만든 사람은 스테디셀러 <인생수업>의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