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호] 나이 든 여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지난 3월, 새롭게 <킨즈>를 개편하며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더 짧고 가독성 있는 기사’였습니다. 편집장인 제 역할 역시 주로 빨간펜으로 분량을 줄이는 일이었지요. 하지만 이번 호만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 가계부 앱에 투영된 빈곤의 풍경도,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든 고령자에게 절박한 ‘생활동반자법’ 이야기도, 나이 든 여성의 몸을 다룬 공연 후기도 하나같이 놓칠 수 없는 시의성을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화) – 두 거점생활을 시작하다

1. 가슴이 두근대다 도시가 아닌 곳에 공간적 거점을 세우는 일, 혹은 시계의 시간표가 아닌 자연의 절기에 따라 삶의 리듬을 바꾸는 일, 이런 구상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다. 문탁네트워크 초창기에 그것은 공동체의 명상 센터나 혹은 집필연수원 같은 것으로 표상되었다. 이웃 프란체스코 수녀회의 작고 고즈넉한 성당, 혹은 조선시대 학인들이 은거하며 공부와 수양을 함께 했던 서원(書院)…

[달리] 5회 오월 마당에서

 6월이 다가온다. 내게 6월은 불길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는 달. 엄마는 지난 두 해 동안 6월에만 두 번 넘어졌고 그때마다 제대로 뜨거운 맛을 본 터라 지레 두려워진다. 근거 없는 불안이야. 주눅 들지 말자, 하면서도 쉽사리 털어내질 못하고. 책방 8주년, 9주년을 앞둔 즈음이었는데 간병하느라 지쳐서 기념하고 축하할 여력이라곤 일도 없었다. 어느새 책방은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엄마도, 책방도…

죽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라

<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청미 매스 미디어에도 흔히 언급되는 심리학 이론으로 이별의 5단계나 슬픔의 5단계 이론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거나, 감당할 수 없는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우리 마음의 방어기제가 부정, 분노, 협상, 우울의 단계를 거쳐 평화로운 수용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는 이론이다. 이것을 만든 사람은 스테디셀러 <인생수업>의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대학 도서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올해 박완서 전작을 다시 읽고 있다. 그의 거침없는 문장들과 어떤 도식적 비평으로도 가둘 수 없는 세계에 새삼 놀라는 중이다. 이렇게 일상적이고 구체적인데도, 인간의 허위와 욕망을 이토록 날카롭게 드러내는 작가는 흔치 않다. 마침, 박완서 아카이브 전시가 열린다고 해서 친구와 함께 한달음에 달려갔다. 하지만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대 중앙도서관 문턱은 높았다. 어렵게 찾은 출입 회전문 앞에서 박완서 전시…

[2026년 5월호]길고양이와 할아버지

🖼️ KINZ SCENE   By 윤경. 2026.04.28 인스타그램에서 할아버지와 길고양이가 다정히 마주 보는 이미지를 보았습니다. AI로 생성된 사진 아래에는 어르신들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소개하는 뉴스가 함께 있었죠. 중장년·노년 남성이 길고양이 문제의 가해자로 자주 언급되는 현실을 떠올리면, 이 조합은 낯설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 사업의 성패와 별개로, 이런 만남이 새로운 돌봄의 상상력으로 이어지길…

[달리] 4회 과연 나는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게 될까?

 3월부터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는 시작하기 전, 읍내 장기요양기관의 사회복지사와 함께 왔다. 사회복지사가 우리가 원하는 요일과 시간대에 맞춤한 분이라며 소개하는데 첫 대면이어서 그런지 신경 써서 곱게 차려입고 오신 티가 났다. 웃으며 대화하면서도 서로가 조심스러웠다. 보호자인 내 입장에서는 낯선 사람이 정기적으로 집안을 드나드는 일이 처음이라 긴장되고 한편으론 낯가림 심한 엄마와 잘 지낼 수 있을지 호감을 가늠해야 했다. 엄마의…

심성의 역사로 본 죽음에 대한 태도의 변화

<죽음의 역사>, 필립 아리에스, 동문선 일요일의 역사가, 필립 아리에스 필립 아리에스(1914~1984)는 1960년에 낸 <아동의 탄생>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아카데미에 몸담은 전문 연구자가 아니었다. 소르본느 대학에서 역사학과 지리학을 공부하고 교수 시험에 두 차례 낙방한 아리에스는 교수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평생 ‘열대농업연구소’에서 일했다. 대신 그는 밤과 주말에는 독립 연구자로 연구활동에 몰두하며…

명숙 언니

부고를 처음 접했을 때 오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안부를 주고받았던 때가 불과 한 달 반 전이었고, 그때만 해도 아무 낌새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안 돼 여기저기서 올레 이사장 서명숙의 부고가 떴다. 3월 말에 옆구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었는데 4월7일 호스피스 병동에서 숨진 것이다. 황망했다. 서둘러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그러나 주말을 낀 제주 1박2일 왕복표를 구하는 것은…

[2026년 4월호]3.27 지역통합돌봄법으로 바뀌는 것들

2026년 3월 27일, 지역돌봄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습니다. 2017년 대선 당시 주요 후보들이 공통으로 약속했던 ‘지역사회 중심 돌봄’의 가치가 8년의 시범사업과 입법 과정을 거쳐 마침내 제도화된 것입니다. 돌봄을 ‘시설’에서 ‘삶의 터전’으로 옮겨온다는 점에서 이는 돌봄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입니다. 하지만 이 법이 주요하게 참조한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 기존 개호보험 체계를 개정하며 구축된 것과 달리, 우리는 장기요양보험 등 기존 제도를 유지한 채 연계를 통해 통합돌봄을 구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서비스 간의 단절, 분산, 책임주체의 모호함 등으로 현장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강한 재정 투입과 행정적 추진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