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ING
‘나이듦아카이빙’을 ‘KINZ’로 전환합니다.
안녕하세요? 나이듦연구소 소장 문탁(이희경)입니다. 지난 2년간 저희는 &기존 저널의 나이듦, 죽음, 애도, 돌봄 관련 기사를 선별하여 재편집한 월간 뉴스레터 <나이듦아카이빙>을 발간했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회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2년 만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진짜 초고령사회로 돌입했고, 사회의 대응도 분주해졌고, 이에 따라 정보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고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회원들과 공유해야 하는 것은 정보 그 자체보다는 연구소의 관점과 색깔 아닐까? 객관적인 자료보다는 우리의 고민과 성찰 아닐까?
<나이듦아카이빙>을 <KINZ>로 전환합니다. <KINZ>는 도나 해러웨이가 이야기하는 “Make Kin Not Babies!”의 kin에 매거진의 z를 덧붙여 만든 이름입니다. kin의 시선으로, 저희의 위치성이 잘 드러날 수 있는 기사나 활동을 선별해 여러분께 전달하려고 합니다. 더 색깔 있고 더 다정한 말 걸기가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 <KINZ>는 펀집장 문탁, 기존 나이듦아카이빙 작업을 담당해온 서해와 기린 연구원, 그리고 새로 합류한 도레미님과 윤경님이 만들어갑니다. 도레미님은 50대 여성의 나이듦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윤경님은 매달 일러스트를 통해 우리의 비전과 고민을 전달해드릴 예정입니다.
새로운 <KINZ>에도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
🖼️ KINZ SCENE

<한국에 없는 마을>, 황교진, 디멘시아북스
안녕하세요. 매달 한 점의 그림으로 여러분을 만나게 될 단순삶(김윤경)입니다. ‘단순삶’은 삶의 복잡도는 줄이고, 세상의 복잡도에 관심을 가지려는 삶의 태도를 지향하고자 지은 이름입니다.
이번에 제가 그린 그림은 네덜란드의 호그벡 치매마을이에요. 우리의 나이듦에도 더 많은 ‘돌봄의 상상력’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습니다.
📮 THIS MONTH
홍동면에서 배운 돌봄의 조건

사진 : 주간경향
안녕하세요. 문탁 공부를 통해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을 돌아보고 질문하며 50대를 살고 있는 도레미입니다.
올해 3월은 매년 2월 다음에 오는 3월과는 좀 다르죠.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는 바로 그 3월(시행일 3.27)이기 때문입니다. 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시설 중심 돌봄을 ‘살던 곳에서 늙고 죽을 수’ 있게 전환하는 데 ‘돌봄통합지원법’은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나이듦 아카이빙에서도 몇 차례 다룬 적이 있죠. 그래서인지 얼마 전 접한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홍동면 의료사협)의 이야기는 예사롭게 지나쳐지지 않았어요.
홍동면 의료사협 <우리동네의원>은 최근 원장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진료 공백 위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이곳은 조합원들이 출자해 만든 1차 의료기관으로, 외래 진료뿐 아니라 방문진료와 건강모임 등을 통해 지역 어르신들의 일상과 가까이 연결돼 있던 곳이에요. 그러나 농촌 지역 특성상 쓰러진 원장을 대체할 의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도 조합원들은 원장의 병원비를 지원하고, 임시 진료 협력을 모색하며, 재정 부담을 함께 나누는 등 조합 운영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홍동면 의료사협 소식을 접하며 저는 ‘지역 중심 돌봄체계’에서 ‘의료자원의 배분’과 ‘공동체적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농촌 지역은 의료자원이 적절히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지자체의 지원정책이 시급한 반면, 도시(특히 수도권)는 풍부하지만 파편화된 의료 자원을 연결하는 지원이 더 중요한 과제로 보입니다. 이런 차이를 보며 지역 조건에 맞는 지원과 조정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과 어느 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지역 중심 돌봄체계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을 새삼 확인합니다.
올해 85세인 저의 엄마는 요양원에 계신 지인들을 면회하고 오실 때마다 “요양원은 있을 곳이 못 된다”라고 말씀하세요. 당신 삶의 마지막을 요양원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는 뜻을 에둘러 전하시는 거죠. 저는 “알았어”라며 엄마를 안심시키지만, 내심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니 돌봄통합지원법의 시행과 지역 중심 돌봄체계 구축은 제 삶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죠. 직장인으로 살아온 저는 삶의 주요한 장소가 ‘회사’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갱년기와 함께 은퇴 이후를 고민하면서, 삶의 기반은 결국 내가 사는 ‘마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하지만 서울에서 개인주의적으로 살아온 제게, 지역과 관계 맺는 일은 막막함으로 다가와요.
지역 내 돌봄 체계 속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이 질문을 붙들어보려고 합니다. 부모님의 여생은 물론 제 노년을 생각해도 이보다 중요한 일은 많지 않을테니까요. 회원님들은 어떠신가요?
다른 노년을 상상하는 청년들, 파뿌리협동조합

사진 : 파뿌리협동조합(@pappuri_coop)
안녕하세요, ‘좋은 시체’와 ‘다정한 할아버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이듦연구소의 서해입니다. 어떤 할머니로 늙어갈 것인가. 나이듦연구소의 슬로건이 ‘다른 노년의 탄생’인 만큼, 저에겐 중요한 화두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또 있어요. 그것도 청년이 말입니다.
여기 ‘노년만세’를 외치는 대학생들이 있습니다. 교내 장학프로그램에 지원한 네 명의 공통 질문은 ‘어떻게 늙을 것인가’였다고 합니다. 왜 이 사회에는 60-70세의 미래는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주체적인 삶을 위한 용기’를 가진 노인들을 찾아 나섭니다. ‘파뿌리협동조합’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경로당, 광장시장, 동묘, 광화문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자세, 표정, 의복, 행동을 관찰하고 자료도 수집했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다섯 명의 파뿌리 조합원의 이야기를 기록(@pappuri_coop)했고, 결과물을 《파뿌리매거진 vol. 노년만세》로 엮어냈습니다. 초록색 표지에 큰 글자책으로 인쇄된 이 책에는 정일영, 여유재순, 정철종, 수니와칠공주, 홍태옥 등 현재 음미체(음악, 미술, 체육)에 빠져 있는 노년들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이분들의 에너지는 배움의 욕구, 열정, 자유, 재미, 그리고 흥겨움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이 중 래퍼인 수니와칠공주는 나이듦아카이빙에도 소개되었고, 홍태옥 그림할망은 지난 가을 선흘포럼 기간에 만난 적도 있어 더욱 반가웠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노년의 이미지란 결국 ‘액티브 시니어’의 또 다른 이름은 아닌지,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주목받는 삶만이 새로운 노년으로 호출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 말이죠. 그럼에도 인상적인 점은 파뿌리협동조합 청년들이 세대 단절을 넘어 자신의 현재와 미래 속에서 노년의 삶을 바라본다는 사실입니다. 노인의 삶 속에는 그들의 과거 뿐만 아니라 청년의 미래가 겹겹이 접혀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노년의 정답을 찾거나 부정적 노인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납작하게 접혀있어 드러나지 않았던 우리 주변의 수많은 노년에 입체감을 부여해주는 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파뿌리협동조합 프로젝트는, 대학생이라는 여건상 아쉽게도 매거진 작업 이후 활동 계획이 미지수입니다. 협동조합이 아님에도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된 이유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함께 움직이는 조합원처럼 활동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들의 이야기가 읽힌 후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곱씹고 반응하고 행동으로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요. 나이듦연구소도 그 마음과 바람을 응원하며 언젠가의 vol.2를 기대하겠습니다.
돌봄이 없는 죽음 인증?

안녕하세요, 저는 나이듦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린입니다. 새롭게 편집되는 킨즈를 통해 회원 여러분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저는 눈에 띄는 제목의 기사 하나를 접했습니다. “요양병원에 사망선고를 전담하는 한의사가 있다고?” 읽어보니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한의사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유는 ‘사망선고’ 때문이라네요.
법적으로 사망선고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에 국한되어있습니다. 요양원은 돌봄시설이지 의료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요양원에서 고령자가 임종을 맞게 할 수가 없습니다. 사망선고를 합법적으로 내릴 수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기사에 따르면 의료시설인 요양병원에서는 의사가 상주하는데도, 고령자가 많고 사망자도 많다 보니 치료나 돌봄 보다는 사망신고를 합법적으로 내릴 수 있으면서도 비용이 적게 드는 한의사 채용을 늘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자료를 근거로 다른 분석을 한 기사도 있었습니다. 요양병원이나 한의사 각각 경제적으로 이득을 되는 선택을 한 결과라고 보았습니다.
요양병원은 말 그대로 급성기 환자의 일차 치료가 끝난 후 재활과 회복을 전담하는 의료기관입니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가족 내 돌봄이 어려운 고령자들이 장기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 기관으로 변질되었죠. 따라서 진정한 문제는 한의사 채용이 아니라 요양병원이 초고령자들의 임종관리시설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3년간 투병했던 우리 아버지도 마지막 6개월을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계셨던 병실은 일반 병실보다 훨씬 넓었고 침상이 빼곡히 차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가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중증 고령 환자들이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인간적인 돌봄을 받거나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할 수 없었습니다. 돌봄의 질에 대한 고민 없이 사망진단서를 누가 쓰는가나 경제적인 논리로 보는것은 분명 잘못된 접근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이 법적인 인증 차원이 아니라 충분한 돌봄과 연계된 존엄한 죽음이 되길 희망합니다.
📌 EDITOR’s PICK

▶나의 죽음을 애도하기 / 연극 / 대학로 TOM 2관 / 02월 24일 ~ 03월 22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며칠동안 축제를 연다고 한다.”

▶돌봄의 철학 / 밀턴 마이어로프 지음 / 이수영 옮김 / 민들레 / 2026
뉴욕주립대 철학 교수로 재직하며 윤리학과 인간 관계, 돌봄의 철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밀턴 마이어로프가 남긴 유일한 저작. 1971년 출간된 이 책은 인간이 어떻게 타인과 세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보며 성장하는지를 사유한 현대 철학의 고전이다. 마이어로프는 돌봄을 ‘누군가를 성장시키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잘되게 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기 자신도 함께 성장하는 관계’로 정의한다. 교육·양육·의료·사회적 실천 전반에 깊은 사유의 토대를 제공하는 이 책은 출간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가족 없는 시대/ 차해영 / 오월의봄 / 2026
징그러운 가족사, 원치 않았던 돌봄과 장례, 상속의 과정을 통과하며 써내려간 1986년생 청년의 자기 기록이자, 가족이라는 틀을 넘어 더 많은 타인과의 연결을 모색하는 치밀하고 섬세한 생활정치서. 혈연 가족 혹은 법적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혼자이거나, 가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방치된 이는 그 제도에 접근조차 할 수 없을뿐더러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변명해야 한다. 가족 없이 ‘혼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자신의 삶에서든, 제도와 행정에서든 소외당하지 않고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이 사회를 새롭게 지어가자는 제안이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