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화된 노년’에서 탈출하려면

입에는 산소 공급을 위한 튜브, 코에는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관, 요도에는 소변을 배출하기 위한 폴리카테터, 손등에는 정맥주사 바늘, 가슴에는 심전도 모니터가 연결된 전극을 달고 병원 침상에서 말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머니도, 나도 그랬다. 그래서 몇년 전 우리는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막상 어머니가 큰 사고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자 그 서류는 거의 힘을 발휘하지…

7회 유언장을 써보자

엔딩노트와 유언장 요즘엔 흔치 않지만 10년 전만해도 컴퓨터를 쓰다가 겪게 되는 가장 무서운 일은 갑자기 모니터가 파란 화면으로 바뀌면서 ‘알 수 없는 오류로 시스템을 다시 시작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이었다. 진행 중이던 작업은 저장되지 않은 채로 모두 날아가고 컴퓨터가 재시동 되는 것을 바라보며 황당함은 분노로 바뀌곤 했었다. 그런데 만약 나의 삶이 어느 날 비정상적 종료(사고)를 하거나…

나의 마지막 이기적 결정

오프닝 원혜영에 대한 추억 에디터, 이희경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이다. 35년 전의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김문수, 이재오, 장기표, 원혜영, 제정구, 유인태가 한 편이던 시절이어서 그렇다. 진보정당을 만들려고 했던 김-이-장 등과 민청학련 출신으로 당시의 ‘양 김구도’를 넘어서는 ‘제삼지대’로서의 <한겨레민주당>을 만들었던 원-제-유 등이 3개월 정도 짧은 동거를 했었다. 이름하여 <민중의 정당 건설을…

[리뷰 32] 평안한 죽음을 위한 엔딩노트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내가 ‘엔딩노트’를 처음 접한 것은, 2016년 유시민씨가 참여하면서 입소문이 났던 <엔딩노트, 삶은 기록을 남긴다>라는 다음 포털의 스토리펀딩을 통해서였다. ‘죽는 데에도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 설득당해 펀딩에 참여했는데, 리워드로 두 권의 엔딩노트가 배송되었다. 엔딩노트에는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결정과 장례방식을 비롯하여 내 가까운 사람, 소중히 여기는 물건, 금융정보나 주요한 사이트의 비번과 같은 것 등 채워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