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병오년엔 불 끄며 삽시다
2025년은 어떤 해였나? 일단 계엄 이야기는 너무 크기 때문에 패스. 그다음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우선 의성 산불. 아직도 후포에 사는 후배 어머니 조문하러 다녀오는 길에 목격했던, 끝도 없이 이어지던 불타버린 나무와 새까맣게 변한 산의 풍경이 선연하다. 그리고 2024년에 이어 역시 너무 더웠던 여름. 펄펄 끓었다. 강릉의 가뭄도 있었다.
2025년은 어떤 해였나? 일단 계엄 이야기는 너무 크기 때문에 패스. 그다음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우선 의성 산불. 아직도 후포에 사는 후배 어머니 조문하러 다녀오는 길에 목격했던, 끝도 없이 이어지던 불타버린 나무와 새까맣게 변한 산의 풍경이 선연하다. 그리고 2024년에 이어 역시 너무 더웠던 여름. 펄펄 끓었다. 강릉의 가뭄도 있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시면 안 돼요.
병실에 들어가기 전 선배 봉사자가 나에게 한 말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건네는 이 인사를 ‘의식적’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호스피스 병동이다. 나는 올해 가을부터 호스피스봉사자교육을 받고 있다. 온라인교육이지만 발반사요법 교육과 실습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발반사요법은 발에 있는 각 장기나 기관의 반사점을 자극해 혈액순환, 몸 속 노폐물 배출, 통증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있다.
처음 ‘아줌마’라고 불렸을 때의 당황함이 기억난다. 그것은 더 이상 젊게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약간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세상에는 세 가지 성별이 존재하는 데, 바로 남자, 여자, 아줌마다”라는 말이 유행했었고, 아줌마는 주로 민폐를 끼치고, 새치기하거나 큰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되었다.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줌마라는 말은 여성이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당연히 수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과 함께 작동한다. 그러니까 아줌마라는 말에는 젠더와 노화에 대한 경멸이 겹겹이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때가 되면 스위스로 갈 거야.”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스위스’는 소망이나 의지의 기표였을 뿐, 구체성의 영역은 아니었다. ‘안락사(安樂死, euthanasia)’는 여전히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5), <씨 인사이드>(2007), <아무르>(2012)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2022년, 어머니와 함께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서 이 문제가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오랫동안 ‘비국가적인 삶’을 지향해왔다. 국가와 제도가 규율하는 규범적이고 화폐적인 삶 바깥에서 ‘만물은 서로 돕는다’라는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살고 싶었다. 친구들과 함께 인문학 공동체를 꾸렸고, 그것을 “친구와 함께 삶의 비전을 찾아가는 작고 단단한 네트워크”라고 불렀다. 우리는 공부가 삶이 되고, 일상이 공부가 되기를 꿈꾸었다. 나아가 수천 개의 공부가 수천 개의 삶으로 이어지고, 다시 그 삶들이 서로 마주쳐 국가 외부의 마을들이 생겨나기를 소망했다.
이번 여름, 나는 제주에서 한 달을 살았다. 작년 연말 북토크 때문에 제주 조천에 갔었는데, 그때 우연히 만난 선흘 그림할망들에 완전히 홀렸고, 반드시 한 달쯤 시간을 내어 할망들의 세계를 인류학적으로 탐색해 보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처음 계획은 단순했다. 한 달 동안 한편으론 할망들을 탐구하고, 또 한편으론 혼자 조용히 밀린 글을 쓰다가 힘들면 평상시 읽고 싶었던 책을 룰루랄라 읽으며 보내는 것. 그래서 책을 거의 30권쯤 싸 들고 갔다. 하지만 그 책들은 표지도 들춰지지 않은 채 다시, 고스란히 용인으로 돌아왔다. 예상과 달리 제주에서는 책 따위 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 3월 나는 경기도 수어교육원에 수어를 배우러 잠시 다녔다.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고,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해 등록했지만, 주 2회 수원까지 가서 2시간 수업을 듣는 일정은 예상대로 다소 무리였다. 결국 2주 만에 포기했다. 그러나 그 2주 동안의 짧은 배움은 강렬했다.
내가 가장 먼저 배운 건, 수어는 수화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수어의 정식 명칭은 ‘한국수어’다. (여기서 잠시 퀴즈. 한국수어와 미국수어는 같을까, 다를까?) 한국수어는 한국어와 함께 대한민국의 공용어다. 그리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청인(聽人)’, 한국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농인(聾人)’이라 부른다. 즉, 청인과 농인은 언어적 정체성이 다른 별개의 집단일 뿐이다.
오프닝 에디터, 이희경 ‘지역사회통합돌봄(community care)’ 은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익숙한 곳에서 늙어가고 죽을 수 있게 지역차원에서 돌봄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개념이다. 1940~50년대 서구 복지국가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때 주로 참고한 사례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地域包括ケア(ちいきほうかつケア)’이다. 우에노 지즈코에 따르면 일본의 지역통합돌봄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이었던 고이즈미…
오프닝 에디터, 이희경 초고령사회를 코앞에 둔 작년 7월 23일, 최상목 부총리가 주재하는 소위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의 여러 안건 중 단연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이었다. 이날 기재부의 보도자료에는 이것과 관련하여 “인구 감소 지역에 분양형 실버타운을 도입하고, 저소득층 대상 고령자 복지주택도 매년 3천 호씩 공급하는 등 고령층 친화적 주거 공간과 가사·건강·여가…
오프닝 유니트케어가 무조건 좋은 것일까? 에디터, 이희경 우리는 몇 개의 레거시 언론과 온라인 신문, 그리고 노년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전문 매체를 구독하고 그 속에서 나이듦 관련 기사를 수집, 기초 자료로 정리한다. 이후 연구원 전체가 참여하는 편집회의를 통해 수집한 기사 중 픽 할 것과 버릴 것을 결정하면서 그달 <나이듦아카이빙>의 큰 방향을 결정한다. 이후 담당자가 [스크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