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INZ SCENE

By 윤경. 2026.04.28
인스타그램에서 할아버지와 길고양이가 다정히 마주 보는 이미지를 보았습니다. AI로 생성된 사진 아래에는 어르신들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소개하는 뉴스가 함께 있었죠. 중장년·노년 남성이 길고양이 문제의 가해자로 자주 언급되는 현실을 떠올리면, 이 조합은 낯설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 사업의 성패와 별개로, 이런 만남이 새로운 돌봄의 상상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 THIS MONTH
장소와 추모

사진 : 네덜란드의 건축사무소 HofmanDujardin이 설계한 ‘Funeral Ceremony Centre’프로젝트
안녕하세요, 기린입니다.
병원 장례식장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형태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외국에서는 사람을 살리는 병원 안에 장례식장이 함께 있다는 점을 낯설게 여긴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병원 장례식장이 늘어난 데에는 1990년대 이후 아파트 문화의 확산으로 집에서 장례를 치르기 어려워진 변화가 있습니다. 또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장례 절차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었고, 병원들이 이를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선호한 것도 한몫했습니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병원 장례식장이 급속히 증가해, 최근에는 전체 장례의 약 80~90%가 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유족들은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의식과 물품을 대부분 외부 서비스에 의존하게 되었고, 이별의 과정은 점차 획일화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전문 장례식장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병원 장례식에서 기인한 표준화와 상품화, 그리고 애도마저 외주화하는 흐름은 여전합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장례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에는 ‘로카티에(Locatie)’라고 하는 장례문화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어로 ‘위치’나 ‘장소’를 뜻하는 말로, 고인이 생전에 자주 찾던 공간에서 장례를 치르는 방식입니다. 단골 카페나 미술관 로비, 숲속의 작은 레스토랑 등에서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과 음악, 작품을 함께 나누며 추억을 되새깁니다. 시신은 집에 안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전거·보트·오토바이 등 다양한 운구 수단을 활용해 ‘로카티에’ 장소로 옮기기도 합니다. 형식이나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장례 방식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나이듦연구소에서도 5월 16일, ‘마을공유지 파지사유’에서 새로운 장례문화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워크숍을 마련했습니다. 작은 장례식 문화를 선도하는 <채비>와 함께하는 자리로, 강의를 듣고 토론을 나누며 추도식도 직접 진행해볼 예정입니다. 처음에는 역할극 형태의 모의 추도식을 고민했지만, 그보다는 작년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의 실제 추도식을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어머니가 생전에 사용하시던 물건과 사진을 준비하고, 생애를 정리하며 추모사를 써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느꼈고, 평소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형제들에게 이를 제안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해보기로 했습니다. 작년 장례식에서는 어머니를 충분히 추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주기를 맞아, 경황없이 치른 이별 속에서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그 애도의 말들을 이제는 꺼내 보고 싶습니다.
은퇴 이후 지도는 풍경화가 아니라 세밀화로!

사진: 중장년네트워크포럼
안녕하세요, 도레미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들어보셨나요? 베이비부머는 6·25 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높아진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습니다. 보통 1955~1963년생을 1차, 1964~1974년생을 2차 베이비부머로 나눕니다. 저 역시 2차 베이비부머 세대입니다.
1차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맞이한 10여 년 전, 그 자체가 큰 사회적 화두였던 기억이 납니다. 인구 규모는 크고 수명은 길어졌지만, 은퇴 이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중장년의 생애 재설계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50플러스센터, 신중년지원센터와 같은 전문 기관들을 설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2차 베이비부머들이 한창 은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은퇴 시점이 점점 앞당겨지면서 ‘인생 2막’이라는 화두는 5060을 넘어 4050의 문제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저 역시 몇 년 전부터 은퇴를 현실로 느끼며 위와 같은 관련 기관들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전환’과 ‘재설계’라는 말은 희미해지고, 기능은 ‘중장년 일자리 포털’에 가까워진 듯 보였습니다. 인생 후반전에도 생계의 의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나를 돌아볼 여유 없이 다시 달려야 하는 건 아닐까? 그 생각에 마음이 서늘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호기심을 자극하는 행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중장년 네트워크 포럼: 컴 투게더>라는 행사였는데, “이 땅의 모든 중장년에게, 이대로 괜찮을까 생각했다면 Come, Together!”라는 슬로건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평일 오후였지만 휴가를 내고 직접 다녀왔습니다. 현장에는 전국의 중장년 지원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모여 ‘전환과 연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교류해온 이들이 중심이 된 자리라, 연고 없이 처음 참석한 저로서는 논의를 따라가는 데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부에서 공유된 개인의 서사들은 그 거리감을 서서히 좁혀주었습니다.
서울 북촌에서 탁구장을 마을 공동체 거점으로 일궈낸 이야기, 전업주부로 살아온 시간을 바탕으로 ‘엄마협동조합’을 설립해 돌봄과 경험을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한 사례는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통계와 숫자로 환산된 ‘베이비부머’라는 집단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개인의 생생한 삶이, 그 자리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서사가 연결되는 장이야말로 중장년에게 꼭 필요한 장치가 아닐까요? 우리를 ‘인구 집단’으로만 파악하는 거시적 접근으로는 개인의 실존적 고민에 닿기 어렵습니다. n명의 은퇴자에게는 n개의 고유한 이야기가 있을 테니까요. 우리에게는 멀리서 조망하는 풍경화가 아니라, 붓 터치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세밀화가 더 많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곳, 경로당의 미래

사진 : YTN 다큐멘터리 <외로움에 대하여> 화면 캡쳐
안녕하세요, 서해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경로당에 가 보신 적이 있나요? 혹은 앞으로 나이가 들면 가 보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제 기억 속에는 십수 년 전, 친척 어른을 뵈러 갔던 농촌 경로당의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노인들만 살고 있는 마을의 경로당은 함께 모여 점심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고, 점심 준비는 그중 가장 젊은 70대 할머니의 몫이었습니다. 만일 제가 그 마을에 사는 50대였다면, 경로당에서 맞이할 제 미래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경로당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전국에 약 7만 개 정도라고 하니 읍·면·동마다 20개꼴로 촘촘히 박혀 있는 셈입니다. 정부가 매년 6천억을 들여 관리하는 이 공간은 과연 이름처럼 노인들의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 걸까요? 매경의 <대한민국 경로당 보고서>에 의하면 경로당 내 텃세와 따돌림으로 발길을 끊는 노인들이 늘고 있고, 이는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심지어 서울의 경로당 이용률은 고작 7%에 그친다고 해요. 신노년층이 경로당을 찾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는 방안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선택한 것은 AI와 신기술을 앞세운 경로당의 현대화입니다. 스크린 파크골프, VR 기기를 활용한 운동이나 게임, 이동식 노래방에 이어 네일아트나 피부관리 같은 뷰티서비스까지 다양한데요. 정부가 노인복지 패러다임을 ‘보호와 수혜’가 아닌 ‘참여와 자립’으로 보고 경로당에 신체 활동과 인지 능력을 자극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정부가 여전히 노년을 수혜자로 바라보고 기술에 사람을 맞추려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신중년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한 신기술들은 어쩌면 고령의 노년층에게 위화감을 주고, 또 다른 소외와 고립을 낳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YTN의 다큐멘터리 「외로움에 대하여 2부: 반가운 참견」에서 소개된 일본의 ‘지역 살롱’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살롱은 지역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바쇼(居場所)’, 즉 ‘있을 곳’을 의미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집에서 고립된 채 지내는 노인들을 돕기 위해 구청 주도로 시작된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에서 “500명의 친구를 사귀었다”고 말하는 한 할아버지에게서 활력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비결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바쇼를 찾는 사람들은 커피를 내리고, 영어를 가르치고 배우며, 공간을 함께 꾸미는 등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머무는 시간의 길고 짧음과 상관없이, 그 역할은 그들이 이바쇼를 지속적으로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그곳은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바쇼를 보며 생각해 봅니다. 기술이 아닌 관계가 기반이 되는 곳, 단순한 참여가 아닌 자신만의 역할을 만들어가는 곳, 그래서 내가 사람들과 어울려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곳, 그런 장소가 제가 꿈꾸는 경로당의 미래입니다.
📌 EDITOR’s PICK

뼈의 기록 / 연극 / 천선란 원작, 장한새 연출 / 예술의 전당 / 2026년 5월 10일까지

오늘내일하는 사이 / 임봉근, 임다운 지음 / 안온북스 / 2026
할머니는 편지를 보내는 대신 차곡차곡 글을 모은 채 손녀를 기다린다. 이 책은 그 두툼한 편지에 답하는 얇은 연서일 것이다.

느리게 마이너노트로 / 우에노 지즈코 / 후마니타스 /2026
어느덧 여든을 바라보게 된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가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응시하며 “가슴에 사무치는 기억들”을 마이너노트(短調)로 연주한 수필집. “시대에 휘둘리며 달려” 왔지만 시절을 함께했던 선배와 동년배들도 하나둘씩 떠나가고, 돌아갈 곳 없는 노년의 시간 속에서 회한 가득한 인생을 돌아본다. 가부장제가 무엇인지 알려준 장본인이라며 힐난해 왔던 아버지가 어떤 이상을 품고 있었는지 되묻는가 하면, 앞서 걸어온 자들의 업을 되새기며 그들이 자신에게 전해준 것들에 대한 감사와 계승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를 말한다.

죽음의 인류학 / 이경덕 / 원더박스 / 2026
왜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만 할까? 인류학자의 눈으로 보는 죽음의 다양한 얼굴들. 죽음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주제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주제다. 인류는 죽음을 인식하기 시작한 이후 그에 대한 생각을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죽음이란 무엇인지, 죽은 후엔 어떻게 되는지, 왜 죽음이 존재하는지 등 답이 없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방대한 죽음의 상상계와 믿음 체계를 쌓아 올렸다. 인류의 문화는 죽음을 끌어안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가 지금껏 죽음을 다루어 온 방식과 관념을 뒤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