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돌봄, 제도와 자율 사이에서
에디터 이희경
오랫동안 ‘비국가적인 삶’을 지향해왔다. 국가와 제도가 규율하는 규범적이고 화폐적인 삶 바깥에서 ‘만물은 서로 돕는다’라는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살고 싶었다. 친구들과 함께 인문학 공동체를 꾸렸고, 그것을 “친구와 함께 삶의 비전을 찾아가는 작고 단단한 네트워크”라고 불렀다. 우리는 공부가 삶이 되고, 일상이 공부가 되기를 꿈꾸었다. 나아가 수천 개의 공부가 수천 개의 삶으로 이어지고, 다시 그 삶들이 서로 마주쳐 국가 외부의 마을들이 생겨나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7~8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함께 살던 어머니가 다치고 아프면서 반와상(半臥床) 상태가 되었고, 혼자 힘으로 돌보기가 어려워졌다. 그 과정에서 나는 2008년에 만들어졌지만, 그때까지는 들어본 적도 없는 장기요양보험제도 같은 국가돌봄체계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도, 의료와 돌봄이 얼마나 분리되어 있는지도, 재가서비스제공기관 대부분이 민간업체라는 것도, 어떤 요양보호사를 만나느냐는 완전 ‘복불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이듦과 돌봄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떤 정책과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지, 다른 나라와는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확인하고 고민하는 일이 나의 공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나이듦연구소의 작업도, 이 아카이빙에서의 기록도 그런 맥락에서 이어져 왔다.
이번 8월 13일 발표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접했을 때도 나는 마치 노인복지학이나 사회정책 전문가처럼 분석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OECD 1위인 노인빈곤 문제를 지금 사회의 중요한 불안 요소 중 하나로 진단하지만, “기본이 튼튼한 사회”(5대 국정목표)로 가기 위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한 실질적 대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기초연금 부부감액 완화로 노인빈곤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둘째, 일차의료 기반 확충 과제가 단순히 의원급 진료 강화에 머물지, 아니면 주치의 제도를 포함한 지역 돌봄 체계 구축으로 확장될지 불확실하다.
셋째, 국정과제 보고서에서는 돌봄사회를 근본적인 문명 전환 과제로 보지 않고, 여전히 대상별 정책의 집합으로 다룬다. 노인은 장애인, 정신질환자와 함께 여전히 ‘잔여적 복지’의 대상으로만 머물러 있다.
그런데 이런 작업 후에는 약간의 혼란과 피로감, 그리고 난감함이 몰려온다. 이런 정리가 책과 이론에서 벗어나 현장에 좀 더 밀착해 가는 공부가 되는 것일까? 오히려 이런 식의 접근 자체가 내 생각을 자꾸 제도적인 것에 머물게 하고, 나의 언어를 자꾸 ‘국가의 언어’에 갇히게 하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나이듦연구소에서 열린 치매 포럼에서의 일이다. 원래 주제는 ‘좋은 요양원’이었지만, 논의는 자연스럽게 가족 돌봄이나 국가 돌봄을 넘어서는 ‘시민적 돌봄’의 가능성으로 흘러갔다. 요양원의 질을 높이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진짜 묻고자 했던 것은 ‘돌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우리는 서로를 함께 잘 돌볼 수 있는가?’였기 때문이다. 지리산 산내면에서 오신 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분의 치매 어머니는 행동 과잉이 특징이어서 자꾸 멀리까지 돌아다니시는데, 온 마을이 나서서 어머니를 함께 보살핀다고 했다. 또 지역 특성상 마을에 주간보호쎈터가 생기기 어렵기 때문에, 얼마 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걷기 모임’을 만들어 각자 집에 고립되어 있는 노인들을 함께 돌본다고도 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듯, 한 노인을 돌보기 위해서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날 우리의 경험은 언어가 되어 서로에게 닿았고, 서로의 언어가 얽히면서 돌봄 사회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정책과 제도, 그리고 자율적 실천은 어쩌면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긴장 속에서 서로 맞닿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국가의 제도와 정책을 예의 주시하며 냉정하게 비판하고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내는 일, 동시에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돌봄의 장면을 기록하고 지지하며 소통시키는 일, 이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한 게 아닐까? 이렇게 쓰고 보니 새삼 나이듦연구소의 어깨가 다소 무거워지는 듯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욕심이 아닐까, 라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재미있게 한 발짝씩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안토니오 마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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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의 스크랩
▶ 국정과제를 통해 본 나이듦과 돌봄
지난 8월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것은 국가비전, 3대 국정원칙, 5대 국정목표, 123대 국정과제, 재정지원 계획, 입법 추진계획 등으로 구성되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체계도(출처 국정기획위원회 발표자료)
이 중 우리의 관심인 ‘나이듦’, ‘돌봄’과 관련된 것은 주로 <기본이 튼튼한 사회>에 배속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이 37개 과제 중 좀 더 직접적인 것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의 78번 “지금 사는 곳에서 누리는 통합돌봄” (복지부)
※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2026년3월27일)을 앞두고 이제 겨우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안이 입법예고(6월 11일~ 7월 21일)된 상태.
둘째, 위의 84번 “지역격차 해소,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 (복지부)
※ 간병비 급여화 공약은 여기에 속해있음
셋째, 위의 85번 “일차의료 기반의 건강, 돌봄으로 국민 건강 증진” (복지부)
※ 이번에는 진짜 주치의제를 포함한 지역 일차의료가 확충될까? 기대반, 우려반
넷째, 위의 90번 “든든한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제도 개선”(복지부) 정도이다.
※ 이재명 대통령의 소신이었던 기초연금 부부감액제도가 포함되어 있음
출처 : 이재명정부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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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엄한 죽음
▶ 14%(한국) 대 54.7%(덴마크) – 집에서 죽는 비율 (동아일보)
만약 내가 홀로 사는 81세의 파킨슨 환자라고 해보자. 하루 두 번, 복부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약물을 주입해야 한다. 제때 정량을 투입하지 않으면 근육이 뻣뻣해져 제대로 거동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집에 머물며 집에서 늙고 죽을 수 있을까?
한국이라면 대개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덴마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덴마크에서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시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간병인·사회복지사 같은 돌봄 제공자들이 노인의 집을 찾아온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덴마크 71세 이상 노인의 자택 사망 비율은 54.7%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의 자택 사망 비율이 14%에 불과하고, 대부분(72.9%)이 병원에서 생을 마친다.
하지만 한국 노인들 역시 “고통 없이, 가족과 함께, 집에서 맞는 임종”을 가장 크게 바란다. 그렇다면 우리는 덴마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동아일보가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해외 사례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번 편은 덴마크다.
■ 호스피스
▶ [박중철 당신의 마침표] 한겨레 신문 칼럼이 시작되었다
1회–죽음을 안내하는 의사
2회-죽음 앞에 먼저 선 그들
박중철은 말기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의사다. 우리나라 노인의 ‘가장 흔한 죽음’이 요양원·요양병원·중환자실을 전전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속에서 찾아온다는 사실, 그리고 존엄한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의 책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에서 배웠다.
이제 한겨레신문이 그의 칼럼을 4주에 한 번, 넉넉한 지면을 할애해 연재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칼럼 <죽음을 안내하는 의사>에서 그는 한국 호스피스 의료의 현실을 짚었다. 지난 4월, 서울시 공공병원의 중심인 서울의료원마저 호스피스 병동 운영을 중단했다는 소식, 그리고 서울에 30곳 가까운 대형 병원이 있음에도 입원형 호스피스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성모·여의도성모·은평성모 단 세 곳뿐이라는 참담한 사실을 전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병원 입장에서는 ‘수가가 낮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칼럼 <죽음 앞에 먼저 선 그들>에서는 “마라토너의 페이스메이커처럼 죽음으로 향하는 환자와 호흡을 맞추며 함께 걷는” 그의 시선이 담겼다.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말기 육종암 20대 청년, 말기 전립선암 진단 이후 정신이 붕괴되어 자살을 시도한 70대 자산가, 죽기 3주 전 고향 버밍엄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연 헤비메탈의 선구자 오지 오즈번, 그리고 배우 이영애, 전 문화부 장관 이어령, 빅터 프랭클 등이 다뤄졌다.
▶울산대병원, 호스피스 병동 운영 재개(오마이뉴스)
울산광역시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이 호스피스 병동을 오는 8월 28일부터 다시 연다. 병원 측은 지난 6월 “중증질환자와 암환자를 위한 추가 병상 확보”를 이유로 폐업 신고서를 제출하며 운영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시민단체·자원봉사자·종교계 등은 사전 논의나 설명, 협의 없이 진행된 일방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단순한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마무리하는 총체적 돌봄”이라며 철회를 요구해왔다.
그 결과 병원은 기존 10병상 규모의 입원 병동과 임종실, 전담 인력 배치를 재정비해 입원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재개한다.
▶이제 방문간호 경력 3년 이상이면 가정형 호스피스 간호사가 될 수 있다 (동아일보)
말기 암 환자인 한 엄마가 생애 마지막 며칠을 자기 집에서 어린아이, 남편과 함께 보낸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이는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가정형 호스피스 인프라는 여전히 매우 빈약하다.
보건복지부는 이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그동안 반드시 호스피스 전문기관 경력(2년 이상)이 있어야 했던 간호사 채용 기준을 일반 방문간호 경력자(3년 이상)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더해, 입원형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정형의 수가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Aging In Place
▶노인돌봄도 탈시설화가 필요하다 (오마이뉴스)
“모두를 위한 탈시설사회”라는 제목의 기획 연재를 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에서 이번에는 노인돌봄의 탈시설화를 다루었다.
“서울 외곽의 한 노인요양시설. 오전 6시 30분, 일제히 형광등이 켜진다. 침대 84개가 빼곡히 들어찬 생활실에서 어르신들이 하나둘 눈을 뜬다. 7시 정각, 획일화된 죽 한 그릇. 점심은 12시, 저녁은 5시 30분. 메뉴는 이미 한 달 전에 정해졌다. 오후 2시, 단체 레크리에이션. 참여하고 싶지 않아도 휠체어는 강당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누군가의 어머니였고, 30년간 식당을 운영하며 세 자녀를 키워낸” 87세의 박아무개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도, 취향도, 생활의 리듬도 사라진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전국 3892개 노인요양시설 입소자는 41만 2천여 명.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족의 결정으로 입소했고, 입소 노인의 68%는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렇다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탈시설은 이제 복지의 차원을 넘어 인권의 문제 아닐까?
▶시설과 자기 집 사이의 ‘중간집’이 필요하다 –광주 광산구의 케어형 주거모델 (경향신문)
요양병원에 오래 머물고 싶진 않지만, 혼자 살기엔 불안한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주거 모델이 등장했다. 광주 광산구가 공공임대주택의 공실을 리모델링해 ‘살던집 프로젝트’라는 케어형 주거를 시작한 것이다.
이곳은 병원과 집 사이의 ‘중간집’ 역할을 한다. 입주자는 임대주택에서 생활하면서, 인근 복지관에 설치된 케어홈센터를 거점으로 간호사·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 등 전담 인력의 방문 돌봄, 건강 관리, 정서 지원 서비스를 받는다. 현재 30호 중 7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입주자들은 “병원에 계속 있었다면 오히려 건강이 더 나빠졌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복지부 역시 이번 모델을 내년 시행되는 지역사회통합돌봄법과 연결 지으며 이번 성과를 모니터링한 뒤 사업 모델의 확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산병원의 “입원에서 퇴원 이후까지” -노인 돌봄의 새로운 표준 (중앙일보)
지난 호(2025년 8월)에서는 강릉아산병원 이영이 입원전담의를 통해 일본의 ‘퇴원회의’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시작한 중증 노인환자 대상 입원~퇴원 맞춤형 서비스 소식을 전한다.
아산 병원은 입원 시점에 환자의 돌봄 요소, 이동 능력, 약물 관리, 정신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조기 재활과 약물 조정을 시도하고, 퇴원 시점에는 가족과 돌봄 계획을 세워 지역의 가정간호·복지 자원과 연계한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은 병원이 단순히 ‘치료하고 내보내는 곳’이 아니라, 환자가 퇴원 이후에도 집과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방향을 보여준다. 의료와 복지가 ‘집’을 중심으로 설계될 때, 노인들은 요양병원이 아니라 자기 집과 지역사회에서 늙어갈 수 있는 (AIP) 길이 열린다.
■AI와 돌봄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의 목소리 (국민일보)
AI 시대, 노인돌봄에 AI가 도입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돌봄은 행정과 제도의 편의성을 넘어 정서적 교감과 타자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AI 서비스의 한계는 뚜렷하다.
서울시는 2022년부터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 SKT ‘누구 비즈콜’을 활용해 AI 안부확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독거노인의 식사·약 복용 여부, 불편 사항을 확인해 고독사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지금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노인들이 기계적인 대화에 거부감을 보인다. “날씨가 덥다”는 반복적 인사와 형식적 질문은 정서적 교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실제 만족도 조사에서도 ‘우울감·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어떤 노인은 아예 서울시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미지출처 : 국민일보
☑️ 비판적 코멘트
▶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SBS비즈)
서울의 요양시설 감소를 규제 탓으로만 돌리며 규제완화를 해법처럼 제시하는 위의 뉴스는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다. 핵심은 돌봄을 공공적 권리로 볼 것인가, 시장 논리로 맡길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의 국공립 요양원은 36곳, 정원은 3천 명도 채 되지 않아 대기자가 1,700명이 넘는다. 결국 많은 가족들이 더 비싸고 돌봄의 질이 불안정한 민간 요양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간 요양시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인 이하의 소규모 시설들은 충분한 이윤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개업과 폐업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 마치 동네 미용실이나 치킨집처럼 말이다.
그러니 필요한 것은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공공 요양원을 대폭 확충하는 등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돌봄 기준을 사회가 함께 세우는 것이다.
▶연명의료 중단을 경제논리로 환원하는 것의 위험성 (중앙일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연명의료 중단이 임종 직전이 아니라 한 달 전 이뤄질 경우 마지막 달 의료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같은 연명의료 비용 역시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사전 계획의 필요성”으로 연결한다.
하지만 이런 접근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연명의료 중단은 무엇보다도 환자의 존엄, 자기결정권,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라는 윤리적 질문의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 그런데 보고서는 이를 주로 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로 제시한다. 이런 접근은 존엄한 죽음 (웰다잉)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희석시키고, 제도를 비용 관리 수단으로 축소할 위험이 있다.
▶문제를 완전 잘못 짚고 있다(여성경제신문)
6.10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6757
8.11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9691
8.12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9793
여성경제신문의 기사들은 두 가지 주장을 펼친다.
첫째, 요양보호사 가산금 제도 폐지는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점.
둘째, 간병비 급여화 추진은 오히려 요양보호사를 홀대하고 무자격 간병인만 우대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본다.
첫째, 정부의 가산금 제도 폐지는 “재정 절감 + 제도 정비”라는 명분으로 이뤄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요양보호사의 안정적 고용과 처우 개선을 보장하지 못하는 구조를 강화했다. 그러나 민간이 가산금 부활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재정 보전 논리일 뿐,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나 노동자의 권리를 전면에 놓지 못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가산금 유지냐 폐지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요양시설 확충과 요양보호사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더 큰 틀의 논의다.
둘째, 요양보호사 가산금 제도와 간병비 급여화 정책은 구조와 맥락이 전혀 다르다. 이를 단순히 비교해 형평성을 따지는 것은 두 제도의 본질을 흐리고 직종 간 갈등만 부추긴다. 돌봄정책의 핵심은 직종 간 경쟁이 아니라, 돌봄노동 전체를 어떻게 공공적 권리로 보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과 간병인 제도화 모두를 공공성의 원칙 안에서 설계하는 일이다.
📰 기타
▶ 老치원… 이젠 손주 대신 할머니 돌본다(국민일보)
▶ “노 시니어존” 대신 “예스 시니어존”?(매일경제신문)
▶ 구강 돌봄이 고령자 건강 지킨다(뉴스1)
에디터스 픽
▶있기 힘든 사람들- 돌봄, 의존 그리고 지켜져야 할 우리의 일상에 대하여 / 도하타 가이토(지은이),김영현(옮긴이 ) / 다다서재 / 2025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통틀어 매해 단 한 권의 책에 수여되는 ‘오사라기 지로 논단상’, 독자들이 그해 최고의 인문서를 꼽는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대상’ 등을 휩쓴, ‘돌봄’에 관한 현대의 고전 『있기 힘든 사람들』이 출간되었다. ‘있기’를 가능하게 하는 돌봄, 돌봄과 의존의 원리, 돌봄의 상호교환성, 능동도 수동도 아닌 중동태로서 존재하는 돌봄, 허드렛일로 치부되는 돌봄노동을 둘러싼 고민, 일과 인간관계를 비롯해 이별과 죽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돌봄 이론, ‘있기’를 뒤흔드는 신자유주의의 속성 등 ‘돌봄’에 관한 거의 모든 담론이 담긴 책이다.
▶치매노인 인간중심 돌봄 / 이민홍(지은이),돌봄과미래(기획)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 2025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대한 논의와 시도가 더디 진행되는 사이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급속도로 늘었다. 복지와 돌봄 현장에서는 치매 노인 돌봄에 대한 공백을 호소하며, 치매의 경우 다른 요양 등급자들과 차별화한 시설과 환경이 필요함에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지적한다. 이렇듯 치매 인구 증가에 대한 지역사회 대응의 필요가 높아지는 시점에 이 책은 치매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와 더불어 어떤 관점과 방향으로 고민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우선 치매의 원인 및 증상, 치매 인식, 치료 및 예방 등을 폭넓게 정리하여 치매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돕는다. 다음으로 우리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할 때 가져야 할 중요한 관점이지만 치매의 특성상 흔히 간과하게 되는 ‘인간 중심 돌봄’을 소개한다.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 절망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 대니얼 깁스,터리사 H. 바커(지은이),정지인(옮긴이) / 더퀘스트 / 2025
30년 경력의 신경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대니얼 깁스 박사는 의사 경력 동안 수많은 치매 환자를 헌신적으로 진료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도 치매가 찾아왔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자기 치매의 전조증상을 10년 전부터 감지했고, 그 뒤 선제적인 노력을 시작해 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췄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수명이 다하느냐, 돈이 다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공감으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돌봄 에세이 / 코가지 사라(지은이),김진아(옮긴이) / 윌스타일 / 2025
25년간 일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편집 작가로 일하던 저자는, 미팅이나 취재 때만 상경하면 나머지는 재택근무로 어떻게든 될 것으로 판단하고, 도쿄에서 1시간 반가량 걸리는 고향으로 이주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예상을 초월할 정도의 강력한 현실!
92세의 아버지와 90세의 어머니, 게다가 자식이 없는 89세의 이모 부부에게 시달리느라,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몰라!’
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저자는 노인을 돌보며 매일 느끼는 애증, 피로, 무력감, 그리고 불쑥 찾아오는 연민을 날카롭게 잡아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과연 어떻게 늙어갈까’라는 불가피한 질문과 마주한다고 고백한다.
가족애나 의무감만으로는 결코 버틸 수 없는 노인 돌봄의 현실을,
웃음과 눈물, 그리고 때로는 독설을 섞어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달의 링크 모음
*업데이트
■ 존엄한 죽음
▶ 14%(한국) 대 54.7%(덴마크) – 집에서 죽는 비율 (동아일보)
■ 호스피스
▶ [박중철 당신의 마침표] 한겨레 신문 칼럼이 시작되었다
▶이제 방문간호 경력 3년 이상이면 가정형 호스피스 간호사가 될 수 있다 (동아일보)
■Aging In Place
▶시설과 자기 집 사이의 ‘중간집’이 필요하다 –광주 광산구의 케어형 주거모델
요양병원 생활 9년만 ‘행복한 탈출’···광주 광산구 사회돌봄 ‘살던집’(경향신문)
“혼자 살긴 불안한데 병원은 싫어요”···광산구가 만든 케어형 임대주택(여성경제신문)
▶아산병원의 “입원에서 퇴원 이후까지” -노인 돌봄의 새로운 표준 (중앙일보)
■AI와 돌봄
*비판적 코멘트
▶연명의료 중단을 경제논리로 환원하는 것의 위험성 (중앙일보)
▶문제를 완전 잘못 짚고 있다(여성경제신문)
6.10 요양보호사 지원 축소, 간병인만 찾는 정부···”인력난 심화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