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ING
2026년 3월 27일, 지역돌봄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습니다. 2017년 대선 당시 주요 후보들이 공통으로 약속했던 ‘지역사회 중심 돌봄’의 가치가 8년의 시범사업과 입법 과정을 거쳐 마침내 제도화된 것입니다. 돌봄을 ‘시설’에서 ‘삶의 터전’으로 옮겨온다는 점에서 이는 돌봄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입니다.
하지만 이 법이 주요하게 참조한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 기존 개호보험 체계를 개정하며 구축된 것과 달리, 우리는 장기요양보험 등 기존 제도를 유지한 채 연계를 통해 통합돌봄을 구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서비스 간의 단절, 분산, 책임주체의 모호함 등으로 현장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강한 재정 투입과 행정적 추진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올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이는 지역 간 재정 격차가 돌봄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여전히 첩첩산중인 지역돌봄통합법, 과연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될까요? 이번 호에는 우선 현장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 몇 가지를 제시해봤습니다.
🖼️ KINZ SCENE

By 윤경. 2026.03.28
왜 파인다이닝 주방에는 남성 ‘셰프’들이 있고, 학교 급식실에서는 ‘밥 아줌마’들이 있는 것일까요? 왜 삶을 유지하고 공동체를 지탱하는 재생산노동, 돌봄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을까요? 최근 학교급식법 일부 개정 논의를 보며, 돌봄사회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돌봄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명명과 그에 걸맞은 처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름이 바뀌지 않는 한, 현실도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 THIS MONTH
지역돌봄통합지원법,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나

자료: 보건복지부
안녕하세요, 나이듦연구소의 기린입니다. 2026년 3월 시행된 지역돌봄통합지원법의 핵심은, 흩어져 있던 돌봄 서비스를 지자체 중심으로 통합해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는 체계’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1) 사례 1: 경기도에 거주하는 90대 남성, 장기요양 5등급으로 5년째 데이케어센터 이용
법 시행 이전에는 당사자나 보호자가 장기요양기관과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법 시행 이후에는 현재 이용 중인 서비스(데이케어센터) 외에 추가적인 돌봄서비스(병원 이동 서비스, 방문간호 등)를 신청하려면 거주지 주민센터에 문의하면 됩니다.
2)사례 2: 서울에 거주하는 80대 여성, 장기요양등급 신청 후 등급판정 대기 중
등급을 받는다면, 보호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발급받은 장기요양등급 확인서를 지참하고 주민센터를 방문해 ‘통합지원창구’ 담당자와 상담을 진행합니다. 담당자는 신청서를 접수한 뒤, 돌봄 관련자들이 가정을 방문해 어르신의 생활 전반을 정밀하게 조사합니다.
이후 통합지원 회의에서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별 지원계획(보건의료, 주거, 일상생활 돌봄)을 수립합니다. 계획에 따라 지역 내 재가서비스 기관(방문요양,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등)을 통해 돌봄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3)사례 3: 강원도에 거주하는 70대 1인 가구, 무릎 수술 후 퇴원 앞두고 있음
읍면행정복지센터에 연락해서 긴급돌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혼자 식사하기 어려운 경우를 위한 반찬 서비스, 단기 돌봄을 위한 요양보호사 파견, 집안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보조 장치 설치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의사 소견서를 첨부해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보다 안정적인 돌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역돌봄통합지원법은 그동안 흩어져 있던 돌봄 서비스를 지자체 중심으로 묶어, 주민센터의 통합지원창구를 통해 서비스 신청과 연계가 이루어지고, 개인별 상황에 맞는 지원계획이 수립되게 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연결하고 조정할 수 있는 인력과 재원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올해 예산은 2.9억원에 불과합니다. 결국 이 제도의 성패는 ‘통합’이라는 설계를 넘어, 현장에서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가지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나는 갱년기를 말하고 싶다

자료: <완경기 경험과 돌봄 필요성 실태조사>, 여성환경연대
안녕하세요, 도레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갱년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저의 요즘 핵심 현안이기도 하고, 제가 문탁 네트워크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이기도 하죠. 우리 사회는 갱년기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요?
며칠 전 저녁자리에서 아주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안부를 나누면서 제가 갱년기임을 말했어요.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지낼 만하다”라고 덧붙이면서요. 상대방은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죠. “이제는 다 끝났다는 거죠? 잘 극복한 거죠?” 저는 “아직 안 끝났어요. 갱년기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잖아요”라고 했어요. 둘은 멋쩍게 웃었죠. ‘갱년기’를 검색하면 ‘증상’, ‘영양제’, ‘호르몬 치료’, ‘약’ 등이 연관검색어로 떠요. 갱년기가 하나의 ‘질병’처럼 다뤄지는 거예요. 관리하고 치료해야 하며, 잘 이겨내야 한다고 여겨지는 점에서, 이것은 건강 이데올로기입니다.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회사 (남성) 동료와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중에 갱년기 이야기가 나왔죠. 그 말을 듣자 30대 중반인 그는 조금 놀란 목소리로 이렇게 반응했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도레미! 전혀 그렇게 안 보이세요.” 이런 반응은 낯설지 않습니다. 갱년기는 노화의 입구에 들어서는 시기로 인식되곤 하니까요. 우리 사회에서 늙어감은 ‘정상 상태’를 이탈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 이탈을 다시 정상(젊음)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강박, 이것이 바로 연령차별(ageism)입니다. 저의 ‘갱년기 고백’에 동료가 당황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의 선의를 알기에 저도 정색하지 않고 이렇게 받아주었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젊어 보이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쨌든 전 갱년기니까요.”
여성환경연대가 지난해 실시한 <완경기 경험과 돌봄 필요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다수가 “내 변화를 이해받지 못해 외로움(28.8%)”을 느끼고, “가족과 다툼이 잦아졌다(20.8%)”라고 답했어요. 갱년기 엄마가 그 무섭다는 사춘기 중학생 자녀를 이긴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조금만 예민한 티를 내면 이런 말도 듣게 되죠. “너 요즘 갱년기니?” 예전엔 “너 오늘 그날이야?”라는 말을 듣더니만, 정말 별꼴이에요. 이건 여성의 생애주기를 따라 문장만 바꿔가며 반복되는 성차별(sexism)이에요.
갱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한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시기를 하나의 거대한 ‘결함’이나 ‘부적응’의 상태로 규정하고, 관리와 교정의 대상으로 바꿔버립니다. 이러니 갱년기를 말하는 건 쉽지 않아요. 결국 개인의 문제로, 각자 알아서 관리하고 견뎌야 할 ‘사적인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갱년기를 말하고 싶습니다. 몸이 변하고, 감각이 달라지고, 관계 맺는 방식이 달라지는 그 과정을요. “잘 이겨냈다”라거나 “난 아직 젊어보여”라는 식의 서사가 아니라, 제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인 현재진행형 이야기로서 말입니다. 갱년기를 말한다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요? ‘갱년기 말하기’ 행사라도 열어야 할까요?
작은 장례, 다른 애도의 시작

사진 : Unsplash
안녕하세요, 서해입니다.
‘3무(無) 장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장례 문화의 변화를 실감하시나요? 3무란, 접객을 위한 빈소 대신 가족 중심으로 치르는 ‘무빈소’, 전통적인 수의와 염습을 생략하는 ‘무염습’, 기존 장례식의 틀이나 관습을 따르지 않는 ‘무형식’을 의미합니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지나친 장례비용에 대한 부담 등 사회적, 경제적 원인에 기인한다고 하네요. 어차피 화장(火葬)하는데 과도한 장례용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실용적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그런데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축소나 간소화로만 볼 수 있을까요? 상조회사에서 주도하는 보여주기식 의례가 아니라 고인과 유족의 선택에 의한 의미 있는 장례 의식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삶과 죽음을 성찰하고 추모가 있는 작은 장례식’을 위한 애도 의례 전문가 자격 과정이 개설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가을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성공회대학교 평생교육원, 은평두레생협, 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가 함께 기획한 ‘채비플래너 자격증 과정’이 그것입니다. 총 30시간(기본과정+심화과정)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에는 노년기라는 생애주기의 이해부터 임종 돌봄, 죽음에 대한 성찰, 추모 장례 실무, 애도와 상실 치유 의례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의 특징은 단순히 장례 절차를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죽음 역시 삶의 일부이며 돌봄의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도록 돕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에도 4월부터 부천희망재단과 함께 채비플래너 2기 과정이 진행된다고 하네요.
저도 장례지도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희정님의 『죽은 다음』을 읽고 나서였습니다. 희정 작가는 실습 현장에서 만난 진보적이고 소명의식이 뛰어난 장례지도사들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염습실의 풍경은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미적지근했다고 말하며, 장례지도사가 고인을 대하는 태도가 천차만별임을 보여줍니다. 어떤 장례지도사를 만나느냐는 고인의 복이라는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리니, 삶의 마지막 장면을 운에 맡긴다는 것이 마음을 편치 않게 했습니다. 그렇다고 작가님처럼 국가공인자격증을 위해 300시간을 투자할 용기까지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애도 의례 전문가라면 언젠가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삶과 다양한 몸을 위한 애도 문화와 방식을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 곁에도 애도 의례 전문가 한 명쯤은 꼭 필요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 EDITOR’s PICK

▶박영숙: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 / 전시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 2026년 2월 25일 ~ 4월 18일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 / 캔디(윤다림) 지음 / 들녘 / 2026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권리가 누구에게나 당연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병원과 장례 과정에서 법적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는 퀴어 커플의 현실을 보여준다.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한 채 병원과 가족 사이에서 취약한 위치에 놓였던 경험을 통해, 사랑과 돌봄이 제도 밖에서 어떻게 배제되는지를 드러낸다.
(출처 : 출판사 소개글)

▶‘나답게’ 늙어갈 수 있는 집 1 / 박소정, 김종석, 김수동, 김정근, 류재경, 나무 / 좋은땅 / 2026
노년학, 복지, 의료, 비즈니스 전문가와 주거 현장 활동가 등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저자들이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의 다양한 노인 주거 시설을 직접 발로 뛰며 조사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와 데이터를 담아냈다. 노인복지주택, 유료노인홈, 서비스제공형고령자주택 등 복잡한 일본의 주거 모델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각 시설의 운영 원리와 장단점을 상세히 분석했다. 공급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이용자가 진정으로 ‘나답게’ 늙어갈 수 있는 환경, 문화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제안한다.(출처 : 출판사 소개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