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에디터, 이희경
‘지역사회통합돌봄(community care)’ 은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익숙한 곳에서 늙어가고 죽을 수 있게 지역차원에서 돌봄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개념이다. 1940~50년대 서구 복지국가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때 주로 참고한 사례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地域包括ケア(ちいきほうかつケア)’이다.
우에노 지즈코에 따르면 일본의 지역통합돌봄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이었던 고이즈미 개혁의 일환으로, 2005년 개호보험 1차 개정시 등장했다. 당연히 개호보험의 실효적 개선 보다는 사회보장비 제한이라는 목적이 더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심쩍은 동기로 만든 정책이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돌봄의 사회학> p627)면서 이 과정에서 일본의 전통적인 비영리단체를 포함, NPO, 생협,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 넓은 의미의 사회적 기업들이 지역에서 활성화된 것에 주목한다. (나이듦아카이빙에서도 2024년 12월에 지역통합돌봄을 주도하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지역사회통합돌봄은 2024년 3월에 <의료ㆍ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 약칭: 돌봄통합지원법 )>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되었다. 지금은 시범사업 중이며 본격적인 시행은 2026년 3월27일로 되어 있는데, 그때까지 시행령 초안이 마련되어 입법예고 되고, 여론을 수렴한 후 국회 법사위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공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법적 기한까지 열달도 채 안 남은 현실에서 시행령 초안이 입법예고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11일에는 <정책에서 실행으로, 돌봄통합지원법의 실효성을 말하다>는 제목의 지역통합돌봄 종합토론이 열렸다. 사회적경제미디어 이로운넷, 한국사회연대경제, 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가 공동 주관하고 우원식 국회의장,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고 한다.
자료 : 이로운넷
이 토론회의 좌장은 이성근 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공동대표가 맡았고, 임종한 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가 ‘지역사회 중심 통합돌봄’, 김대균 가톨릭대 가정의학과 교수가 ‘생애밀착돌봄’, 김연아 성공회대 교수가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 후, 장숙랑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영숙 한국마을연합 이사장,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 권재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처장, 김기태 한국사회연대경제연구소 소장, 구재관 보건복지부 의료·요양·돌봄통합지원단 사무관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고 한다.
면면만 보면 보건의료관계자, 사회복지 전문가, 사회연대경제 관련자, 장애인단체 활동가, 보건복지부의 담당 공무원 등을 모두 포괄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발제자와 토론자의 발표내용을 꼼꼼히 읽다보면 지역통합돌봄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이슈가 망라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토론은 너무 방대해 전체를 요약하긴 어렵지만, 대체로 지역통합돌봄은 국가/지자체가 제공하는 서비스 전달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를 돌봄사회로 재구성하는 비전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사회전환에 관한 철학 속에서 이 문제가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달 오프닝은 이 토론을 소개하는 것으로 가늠한다. 대표 발제자 세명의 발제요지와 토론자의 토론요지 종합을 각각 링크로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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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1 임종한 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
“통합돌봄 핵심은 지역사회… 민관협치·주민 참여 필수“(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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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2 김대균 가톨릭대 가정의학과 교수
“호스피스·재택의료 제도 따로따로… 생애말기 돌봄, 연계·통합 시급“(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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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3 김연아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구교수
“진정한 통합돌봄은 사회연대경제가 만드는 ‘서로 돌봄'”(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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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 발표내용 요약(이로운넷)
토론회에서 쏟아진 현장 목소리, 실행을 위한 열쇠는?(이로운넷)
스크랩 플러스
■ 대선과 노인공약
내일, 모레면 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그리고 이미 세차례에 걸쳐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후보의 TV 토론회도 열렸다. 뿐만 아니라 중앙선관위 정책공약마당 홈페이지(https://policy.nec.go.kr/)에 들어가면 이번 대선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누구라도 직접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약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오마이뉴스의 오건호(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대표) 인터뷰를 픽했다.
그는 가장 먼저 이번 대선이 조기대선이긴 하지만 탄핵이 예상되었던 것에 비해 공약집이 역대 대선 중 가장 늦게 나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김문수 공히 복지공약이 거의 실종되었다고 평가한다.
김문수 후보의 경우, 국민의힘 자체가 원래 복지공약에 약하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우는 2022년 대선에서 본인이 주장한 강력한 복지정책에서 완전히 후퇴한 상태라는 것이다. 기조 노선이 완전히 변화한 것이다. 그 이유는 복지공약실현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번 선거에서는 스스로의 포지션을 중도보수로 잡고 증세를 말하지 않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오건호가 뽑은 베스트 복지공약은 권영국 후보의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이고, 워스트 복지공약은 이재명, 김문수 양 후보가 공히 말하고 있는 ‘근로소득이 있는 노인의 국민연금을 감면’하는 제도를 완화 혹은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노인복지 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복지국가’로 나가기 위해서는 복지-증세를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권영국 후보 뿐이니, 증세 이야기 없이 복지 공약을 말하는 다른 후보들은 “공약 정책상의 불일치 혹은 부적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 “태어날 때 보살핌이 필요하듯, 죽음에 이를 때까지도 돌봄이 필요하다” – 고양 <가원 사회적협동조합>
위의 토론회에서 김연아 교수는 지역통합돌봄의 핵심은 ‘서비스’가 아니라 사회연대경제가 만드는 ‘지속 가능한 돌봄 생태계’의 구축이라고 주장하면서 사회연대경제의 모델로 노원구의 ‘어르신 휴센터’, 은평구의 ‘서로돌봄공간’, 마포의 ‘서봄하우스’, 대구안심마을, 은평통합돌봄 등을 거론했다.
여기에 덧붙여 이번 호에서는 고양시의 가원사회적 협동조합을 소개한다.
가원사회적 협동조합 김상미 이사장의 지역통합돌봄은 자신의 어머니를 돌보던 경험으로부터 시작했다. 2019년 가장 먼저 주간보호센터를 개소했고, 다음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도서관은 2021년에 만들었는데 계기는 역시 어머니와의 통화였다.
당시는 코로나였고, 35년생이던 어머니는 노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어느 날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뭐 하시냐고 여쭤보니 ‘장본다’고 하셨고, 그 말이 ‘천장의 구들장을 쳐다보고 있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녀는 바로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인근의 빈 사무실을 찾아 바로 계약을 해버렸다.
시니어도서관은 성공적이었다. 500명까지 회원들이 늘어났고 남성회원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월1만원의 회비만으로는 운영하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아파트 보증금까지 쏟아부었지만 역부족, 결국 폐관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다행히 그때 십시일반 도움을 주는 손이 나타나 위기를 겼다. 심지어 이제는 시니어도서관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 지자체의 돌봄사회 구상
▶초고령사회를 맞는 서울시의 종합설계, 이른바 <9988 서울 프로젝트>
지난 5월26일, 서울시는 초고령사회 4대분야,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서울인구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2040년까지의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며, 2026년 4,900억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년간 총 3조 4천억 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이미 지방은 고령화되고 있다. 그런데 조만간 서울 같은 메가시티도 ‘노인들의 도시’가 되는 걸 피할 수 없게 된다. 메가시티 차원의 고령사회 정책이 나올 타이밍이긴 하다. 그간 제출된 정부차원의 고령화정책과 큰 차이는 없지만, 자산을 갖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들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분야1]_지역 돌봄·건강 체계 강화
1. 공공‧민간 실버케어쎈터(요양원)와 치매맞춤형 데이케어센터 대폭 확충
-재개발·재건축 시 실버·데이케어센터를 공공기여로 우선 확보, 2040년까지 85곳 설립
-저출산으로 폐원 위기에 놓인 어린이집을 실버·데이케어센터로 전환하도록 서울시가 지원, 2040년까지 140개 조성
2. ‘서울형 통합돌봄서비스’ 제공, 돌봄상담창구 ’30년까지 1천곳 설치
-의료/건강/요양/돌봄/주거 문제를 통합 지원하는 ‘통합돌봄지원쎈터’를 운영 (2025년 7곳 시범운영)
-5분 이내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플랫폼, 돌봄 상담창구를 2030년까지 1000곳으로 늘림
-병원과 보건소가 협력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장수센터’를 2040년까지 125개소로 늘림
3. 예방부터 치료까지 치매안전망 구축으로 치매유병률 10% 유지
-치매 예방 두뇌운동프로그램 ‘브레인 핏 45(Brain Fit 45)’을 45세 이상 시민에게 제공.
-지역이 함께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치매안심마을’(’40년까지 200개), 치매 어르신과 가족을 돕는 ‘기억친구’(’40년까지 100만명) 운영, ‘배회감지기’(’40년까지 2만대)를 확대 배부.
[분야2]_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
4.공공 및 민간일자리 33만개를 만들고, 취업사관학교‧시니어 인력뱅크 운영해 3만명 취업
-재가돌봄, 급식 지원, 안전점검 등의 분야에 공공일자리 30만 개 마련
-민간 일자리 3만개 창출을 목표로 민간 기업에 근무환경 개선금 지원
-맞춤형 직무훈련과 취업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니어 취업사관학교’를 통해 3만 명 취업을 목표
5.시니어 금융교육으로 어르신 자산관리·보호, 금융사기 피해 어르신 신속 구제
[분야3]_사회참여 및 여가 활성화
6.액티브 시니어 대상, 2040년까지 복합여가문화공간 5곳을 조성
7.실내외 파크골프장 확대조성, 시니어 은퇴캠프‧동호회 등 사회참여 기회
-파크골프장 현재 33곳에서 2040년까지 150곳까지 늘림
-평생교육프로그램 7학년 교실 확대 운영 (현재 200명, 2040년 21,000명 목표)
-지방 대학 인문학 강좌 활용한 ‘시니어 은퇴캠프’와 민간 상업시설을 활용한 ‘시니어 동행상점’ 운영
[분야 4]_ 고령친화적 도시환경 조성
8. 다양한 형태 맞춤형 시니어주택 공급… 민간 참여 확대위해 인센티브 제공
-‘민간형 시니어주택(7,000호)’ , 시유지 등 활용 ‘민관동행형 시니어주택(1,000호)’, 세대별 독립생활 가능 구조의 ‘3대거주형 시니어 주택(5,000호)’ 공급
9.스마트한 돌봄 위한 에이지테크 기반 실버경제 활성화에 적극 투자
10. 어르신 전용 콜택시 운영,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 등 고령친화 도시환경 조성
▶ 인천시, 초로기 치매환자부터 돌본다
인천은 치매 인구의 10.3%가 초기 치매이다. 전국 평균 7.7%보다 높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2020년부터 전국에서 최초로 초로기 치매 전담기관, ‘뇌건강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환자 당사자를 ‘치매극복 희망대사’로 위촉해, 지역 사회 참여를 독려한다. 예를 들어 치매친화 영화관 ‘가치함께 시네마’과 초로기 지역 주민의 장수사진을 촬영하는 ‘가치함께 사진관’ 등의 스텝으로 참여시킨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와 가족이 함께 거리정화(줍깅), 초로기 치매 환자의 자녀들을 위한 ‘영케어러 모임’ 등도 운영한다.
올해 8월에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치매 희망대사로 활동 중인 초로기 치매 당사자 ‘탄노 토모후미’씨를 초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 치매머니와 치매신탁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치매머니 전수 조사
5월 6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대 건강금융센터와 공동으로 진행한 ‘고령 치매 환자 자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3년 기준 국내 65살 이상 고령 치매 환자는 약 124만명이며, 이 중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약 76만5천명(61.6%)이며 이들이 보유한 자산(재산+소득)은 총 154조원에 달하는데, 2050년에는 48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환자의 돈이 묶여 있으면 가족이 환자의 돈을 간병비 등으로 쓰기도 어려워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이나 제3자에 의한 무단도용·사기 위험에도 노출된다.
저출산위는 치매공공후견 확대, 공공신탁제도 도입을 통해 치매에 걸린 경우 자산을 돌봄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미리 정하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노인연령 조정과 정년 연장이라는 이슈
▶노인연령을 상향조정하는 것은 정말 합리적일까? (고현종 노년유니온 위원장)
최근 ‘노인연령 상향’이 핫하다. 현행 65세인 노인 기준을 70세, 혹은 심지어 75세로 올리자는 이야기인데 언뜻 들으면 평균수명이 늘어난 시대에 합리적인 조정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고현종 노년유니온 위원장은, 이렇게 되면 65세 노령연금에 의존하며 겨우겨우 살아가는 우리 사회 가난한 노인들은 더욱 더 삶이 취약해진다고 말하면서, 노인 연령을 상향조정하려면 다음과 같은 선결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연령차별 없는 고용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정년 연장과 함께, 고령자 친화적 일자리 창출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소득 보장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기초연금은 월 최대 33만 원은 너무 부족하다
-셋째, 의료보장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노인 의료비 지원은 65세부터 시작되지만, 여전히 본인부담금이 크고, 특히 만성질환이 많은 저소득 노인에게 의료비는 가장 큰 부담이다.
-넷째, 노인 돌봄 서비스가 크게 확충되어야 한다.
결국 노인연령 상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필요 기반(needs-based)’ 접근이다. 연령만으로 일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 상태, 소득수준, 사회적 지지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차등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현종 위원장은 행정적 편의만을 위한 ‘일괄적 연령 상향’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한 사회보장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인 정년 연장은 정말 필요한 것일까? (덴마크 사례)
덴마크는 2006년부터 기대수명과 은퇴 연령을 연동해 5년마다 조정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덴마크의 기대수명은 81.7세, 은퇴 연령은 67세다.
그런데 지난 5월 22일, 덴마크 의회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은퇴 연령을 현행 67세에서 2040년까지 만 70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덴마크 정부는 “미래 세대에 적절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선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으나 노동계에선 반발이 나오고 있다.
지붕 수리공 토마스 옌센(47)은 “우리는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다”며 “나는 평생 세금을 냈다. 자녀, 손자녀들과 함께 보낼 시간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노동조합총연맹의 예스페르 에트루프 라스무센 위원장은 “은퇴 연령이 늦춰지는 것은 사람들이 존엄한 노년 생활을 할 권리를 잃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덴마크의 이웃 나라인 스웨덴은 63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자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 웰다잉
▶웰다잉 트랜드가 달라지다 : 수의 마련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으로
그래픽자료 : 조선일보
전통적으로 죽음 준비는 수의나 장지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5월 23일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실태 조사에서 ‘죽음에 대비해 장지(葬地)를 준비해 뒀거나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2020년 24.8%에서 2023년 20.8%로 4%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작성으로 죽음을 준비한다는 답은 2020년 4.7%에서 2023년 11.1%로 두 배 이상이 됐다. 노인복지관 등에서 ‘웰다잉’ 교육을 듣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장기기증 – 장기구득코디네이터를 아십니까?
내가 뇌사에 빠지게 되면 장기기증을 하기 위해 사전에 장기기증신청서를 작성할 용의가 있는가? 혹은 가족이 뇌사에 빠졌다면 보호자로서 장기기증에 동의하겠는가?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장기기증이 필요하다는 당위와 나/내가족의 장기를 기증한다는 현실 사이에는 약간의 간극이 존재한다. 이 간극 속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장기구득 코디네이터’이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한국장기조직기증원(코다) 소속 장기구득 코디네이터 김경수는, 뇌사 추정자가 발생한 병원으로 출동해 보호자 면담부터 시작해 보호자에게 최종 동의를 받으면 1·2차 뇌파 검사부터 뇌사 판정, 장기 적출 수술까지 모든 과정을 조율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장기기증은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정도로 고귀하지만, 실제로 면담의 3분의 2는 최종 동의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동의서 한 장’을 얻기 위해 지역 곳곳을 누비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장기기증이 생명을 잇는 나눔이라는 것을 넘어, 남겨진 가족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면서 이 일을 계속하는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 영화처럼 생전장례식 치른 연극배우 박정자
사진 : 조선일보
생전(사전)장례식이라는 용어도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연극배우 박정자(83)는 5월 2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사천면 산대월리 순포해변에서 만장(輓章)을 든 ‘조문객’ 150여 명이 긴 장례 행렬을 이루며 ‘생전 장례식’을 진행했다.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각본·감독 유준상)의 하이라이트 장면 촬영 현장이기도 했다. 기억을 잃어가는 노배우를 통해 늙어감과 죽음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이야기이다. 전날에는 전야제 장소인 강릉시 성산면 ‘왕산 어흘리246′에서 좁은 실내에 모여 앉은 ‘조문객’들이 조화와 부의 대신 들고 온 박정자와의 기억을 나누는 시간도 있었다고 한다.
■ 기타
▶시 쓰는 노년은 외롭지 않다
지난달 29일 제2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10행 이하) 공모전 시상식이 있었다. 이 공모전은 주관사인 문학세계사 직원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2회째인 올해는 지난해(5800여편)보다 46.5% 증가한 8500여편이 응모했다. 문학세계사는 응모작 가운데 본심에 오른 작품 107편 중 77편을 골라 지난 1일 ‘꽃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아름답다’를 펴냈다. 최고령 수상자는 지난 6일 100살을 맞은 조규원씨. 그는 한 신문에서 공모전 소식을 접하고는 외손녀에게 부탁해 이메일로 시를 투고했다. 우수상을 받은 시 ‘살아보니’는 이렇게 끝맺는다. “100세 살아보니/ 요양 병원에 있는 놈이나, 공원묘지에/ 있는 놈이나” 시 속의 노년은 저마다의 사연이 내뿜는 아우라가 읽는 이의 마음에도 잔상을 남긴다.
에디터스 픽
▶왜 아버지는 자살하셨을까
토머스 조이너(지은이),김재성(옮긴이) / 황소자리(Taurus) / 2025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은 이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 “왜?” “왜 그는 이렇게 우리를 떠나야만 했을까?” 요동치는 상실감과 죄책감 속에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혹시 내가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토머스 조이너도 그랬다. 전도유망한 심리학자의 길을 개척하던 시절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은 그는 기존 이론들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한편 임상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쉬지 않고 청취했다. 맹렬한 연구와 학제 간 영역을 넘나드는 실험을 거쳐 임상 현장에서 믿고 의지할 만한 자살이론을 정립하는 데 매달렸다. 그 결과물이 이 책 《왜 아버지는 자살하셨을까?》이다.(출판사 책소개)
▶재채기하다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깨달은 것들
악셀 하케(지은이),배명자(옮긴이) / 21세기북스 / 2025
독일에서 건너온 어느 68살 저널리스트의 노년 일기. 노화로 인해 웃지 못할 사건을 겪는 중년 남자의 시선을 따라 평생의 동행자인 ‘몸’을 새롭게 바라본다. 모낭충의 주거촌이 된 피부, 생기발랄하지 않은 신체 곳곳을 자기 풍자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몸은 나이 든 신체를 넘어 ‘나’의 모든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 된다. 악셀 하케는 이 과정을 따라 생명과 삶의 무한한 반복을 받아들이며, 인생의 덧없음을 지적이고도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어루만진다.(출판사 책소개)
▶나로 늙어간다는 것- 80대 독일 국민 작가의 무심한 듯 다정한 문장들
엘케 하이덴라이히(지은이),유영미(옮긴이) / 북라이프 / 2025
약속된 숙명처럼 다가오는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이 들어서도 나만의 방식대로 충만한 삶을 사는 게 가능할까? 올해 82세에 접어든 저자 엘케 하이덴라이히는 독일 문단에서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해온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로, ‘나이 듦’이라는 주제를 지적이면서도 유쾌하게, 때로는 신랄하게 풀어내며 낯선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생의 다음 장을 가꿔나가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삶의 중심을 단단히 지키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명쾌하고 다정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출판사 책소개)
▶노년의 일과 사랑 그리고 죽음- 웰 에이징과 연령차별주의
김명식(지은이) / 연암서가 / 2025
행복한 노년을 영위하려면 보통 건강, 경제력, 일, 인간관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인문학 전공자인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룰 것은 노년기의 일과 인간관계이다. 노년기의 일이 왜 중요하고, 정년 퇴직제도가 왜 문제인지 말할 것이다. 인간관계도 중요하다. 특히 노년기의 이성과의 사랑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가족과 친구의 중요성은 다들 인정하지만, 노인의 사랑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노인의 사랑과 성에 대해 너무 보수적이고 억압적이지 않은지 생각해 보자.(출판사 책소개)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는가- 지역사회 공공 돌봄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새판 짜기
김진석,남기철,김승연,장숙랑,임준,서종균,하경환,이태수(지은이)/헤이북스/2025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영유아기부터 질병을 겪는 시간 그리고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두 인생의 어느 순간, 돌봄이 절실해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간병 살인, 영 케어러, 돌봄 독박, 고독사 …’ 당신은 그리고 이 사회는 서로를 어떻게 돌보고 있는가? 돌봄을 지우는 사회에서 이제는 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 책은 돌봄의 위기를 직시하고 ‘공공 중심 커뮤니티 케어’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들이 말하는 돌봄 사회를 위한 ‘열 가지 약속’은 모두가 돌봄을 나누는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다.(출판사 책소개)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
클레어 풀리(지은이),이미영(옮긴이)/책깃/2025
영국 런던의 작고 평범한 마을 해머스미스에 위치한 주민센터를 배경으로 기세 넘치는 노인들이 만들어가는 세대 대통합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노인들, 19세 미혼부, 말을 하지 못하는 5세 어린이, 이민자, 경력 단절 중년 여성 등 삶이라는 무대 바깥으로 쫓겨난 듯 어느새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이들이 괴팍하지만 호탕한 70세 할머니 대프니를 만나 유쾌, 상쾌, 통쾌한 인생 반란극을 보여준다.(출판사 책소개)
이달의 링크 모음
■ ‘지역통합돌봄’,
▶임종한 교수 “통합돌봄 핵심은 지역사회… 민관협치·주민 참여 필수”(이로운넷)
▶김대균 교수 “호스피스·재택의료 제도 따로따로… 생애말기 돌봄, 연계·통합 시급”(이로운넷)
▶김연아 교수 “진정한 통합돌봄은 사회연대경제가 만드는 ‘서로 돌봄'”(이로운넷)
▶진정한 통합돌봄은 사회연대경제가 만드는 ‘서로 돌봄'”(이로운넷)
▶ “태어날 때 보살핌이 필요하듯, 죽음에 이를 때까지도 돌봄이 필요하다” – 고양 <가원 사회적협동조합>(고양신문)
■ 대선과 노인공약
■ 지자체의 돌봄사회 구상
▶ 초고령 사회 눈앞…서울시, 5년간 돌봄·인프라에 3조4000억원 투입(조선일보)
▶ 인천시, 초로기 치매 전담기관 운영… 환자·가족 모두에 희망 선사(세계일보)
■ 치매머니와 치매신탁
▶ 65살 이상 치매 환자 자산 154조원…정부 “공공신탁제 확대 ”(한겨레)
■ 노인연령 조정과 정년 연장이라는 이슈
▶ “70세까지 기다리라고요? 그럼 나는 뭘 먹고 살아요?”(프레시안)
■ 웰다잉
▶“의술로 무의미한 생명 연장 생각 없어”… 연명 중단서 쓰는 어르신들(조선일보)
▶죽음 끝에서 묻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살릴 수 있겠습니까”(매일신문)
▶ 묘비명은 ‘내 연극 보러 언제 올래?’… 배우 박정자의 바닷가 ‘생전 장례식'(조선일보)
■ 기타
▶시(詩) 곁(near) 시니어, 노년의 시는 마르지 않는다(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