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걷기 프로그램을 열면서 나름 야심차게 1박 2일의 첫 코스로 잡았던 해파랑길 1코스!
해파랑길의 첫 번째 코스는 부산시 남구 용호동과 해운대를 잇는 해안길이다.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해 광안리해변과 APEC해변을 지나 해운대에 이르는 구간으로,총 길이는 16.9㎞로 6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미리 답사를 가보니 1박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고, 다 걷기에는 너무 길었다. 새벽에 ktx를 타고 부산역으로 가서 1코스의 절반 정도만 걷고 당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짰다.
기차표 예매를 위해 일찌감치 일정 공지를 했는데, 걷기 당일에 부산역에 만난 사람들은 하루님, 하루님 딸 영주씨, 유유님, 미옥님 이렇게 네 명이었다.
인솔자까지 총 다섯 명이 오붓하게 걷게 되었다. 부산역에서 오륙도해맞이 공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출발한 시간이 9시 40분이었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올라서서 바다쪽으로 멀리 오륙도를 보면서 해파랑길을 따라 나섰다.
길을 따라 파도에 침식된 해안절벽의 절경이 펼쳐져서 걷는 내내 파도소리를 들으며 시야가 트이는 시원함을 함께 누렸다.
5월의 햇빛은 점점 더 강렬해졌지만, 맑게 갠 하늘과 해안선의 절벽 옆으로 설치된 다리를 건너며 아래로 들고나는 파도를 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이기대 공원을 지나 멀리 광안대교가 보였다. 5월의 해파랑길 1코스는 쥐똥나무나 이름 모를 나무들에서 핀 꽃 냄새로 눈과 귀와 코까지 즐거움을 누리는 길이었다. 5월의 뽕나무에는 오디가 조롱조롱 달려 있었는데 알이 작고 익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아서 좁은 길을 한 줄로 서서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 코스가 꽤 길었다. 하루님의 딸 영주씨는 포항에서 공부하고 있다는데 젊은이의 합류로 평균 나이가 낮아졌다고 다들 흐뭇해 했다. 엄마 친구들의 말에 리액션도 좋고 잘 웃고 경치에도 감탄하는 모습이 아주 이뻤다.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걸은 다음 까페에 앉아 시원하게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금방 후회들을 했다. 그늘만 들어와도 너무 서늘한 날씨였다. 다섯이서 둘러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50 중반을 훌쩍 넘은 이들의 산전수전 결혼 스토리를 들으며 격하게 공감하는 영주씨 덕분에 분위기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하루님과 영주씨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먼저 떠나고 미옥님, 유유님과 기린은 자갈치 시장에서 싱싱한 회를 앞에 놓고 알찬 뒷풀이도 했다. 저마다의 조건 속에서 돌봄이 중차대한 이슈로 등장하면서 겪고 있는 곤경들을 나누며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4월 걷기에서 ‘아차산 결의’를 했던 세 분에 먼불빛님까지 합류해서 책읽기부터 시작한다는 후속 모임 소식도 들었다.
날씨 운이 계속 따라주는 행운을 맞아 길을 따라 펼쳐지는 계절의 변화를 한껏 누리면서 5월의 걷기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