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16] 상실, 기억 그리고 애도 –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

1. 엄마, 이 다큐 좀 봐봐 세상 쿨한 내 딸, 절대로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는 딸이 어느 날 나에게 다큐멘터리 하나를 추천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 였다. 추천의 이유는 “재밌어” 였다. 영화의 첫 장면. 어느 주택의 창고에서 꼬마들이 외밧줄 그네를 타면서 놀고 있다. 그 옆에 그들의 할아버지,…

몸의 일기를 쓴다

얼마 전 후배가 74세의 딩크족 노부부에 대한 다큐 한 편을 소개했다. 핵심은 ‘느림’이었다. 70대가 되면 ‘후다닥’ 밥을 차리는 게 불가능한 몸이 된다는 것이다. 노년 코하우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나에게 후배는 “그냥 넓은 집에서 친구들과 다 같이 사세요. 70, 80대가 되어서 각자 공간을 갖는 게 의미가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사실 그 프로젝트에서 비용이나 건축법 못지않게 고민이 된 것은…

[인디언]4회 파킨슨병이 아니라 치매라고?

엄마와 손주를 함께 돌보다 엄마가 집으로 오시고 몇 달 후에 아들 며느리가 집으로 들어왔다. 젊었을 때 아이 키우며 직장생활을 했던 나는 워킹맘이 얼마나 힘든지 너무 잘 아는 터라 모른 채 할 수가 없었다. 아들부부에게 아이 키우는 걸 도와주겠다고 자청했고, 3년은 함께 살자고 제안했다. 그 다음해에 손주가 태어났고, 우리 집은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3. 화장(火葬)을 다시 생각하다

대세가 된 화장(火葬) 장사(葬事) 의례는 종교와 관련이 깊다. 지난 5월 헬기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함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장례식은 3일장으로 치러졌다. 나라별로 차이는 있지만 국장은 최소 5일장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좀 짧은데 그 이유는 이슬람의 장례문화에 있다. 이슬람에서는 사후 ‘심판의 날’에 육신이 부활한다고 믿기 때문에 시체가 부패하기 전 빨리 매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24시간이내 늦어도…

[리뷰15]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다-<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

죽음은 지혜를 완성하는 클라이막스 시부모님 두 분 다 장례식 후에 불교 의례인 49재를 치르며 극락왕생을 빌었다.  부모님 천도재에서는 <천수경>과 <반야심경>을 읽었다. 뒤에 알게 된 것이지만 <금강경>을 독송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티베트불교에서 죽은 자를 위해 독송하는 경전은 <티베트 사자의 서>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백여년전인 1927년에 미국 인류학자 에반스 웬츠에…

[리뷰14] 당신이선택한 단하나의 추억이있다면? – <원더풀라이프>

사후세계로 가는 중간역 월요일, 기차역 대합실 같은 곳에서 대기하던 22명의 사람들이 하나씩 면접실로 불려간다. “당신은 어제 돌아가셨습니다. 조의를 표합니다. 이곳에 오시면 일주일간 계시게 됩니다. 이곳에 계시는 동안 하실 일이 한 가지 있어요. 살아오면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딱 하나만 선택해 주세요. 다만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사흘 내에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선택한 추억은…

[인디언]3회 나는 엄마를 몰랐다

2021년 1월 어느 날 엄마가 전화를 하신다. 잘 들어보니 미래에셋증권이다. 예전에 남편이 우리사주 받을 때 엄마도 조금 사두었던 주식이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나보다. 엄마는 주식을 팔고 있었다. 좀 더 두면 더 오를 것도 같은데 엄마는 결단을 하신 듯, 아무 미련 없이 주식을 팔아달라고 요청한다. 원래 돈 욕심이 없으신 분이다. 주식은 아주 오랫동안…

[2024년 6월호]노년의 집

노년 주거의 현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6%를 차지하며 한국도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노인 천만의 시대를 맞아 노년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노인 복지 주택 관련 법 개정을 예고했고, 민간에서는 이에 맞추어 관련 사업 계획을 내놓고 있다. 흔히 실버타운이라고 통칭되는 우리나라 노년복지주택의 현황을 짚어보았다. 노인복지주택이란 노인…

[리뷰13] 자유를 빼앗지 않는 돌봄의 세계-<돌봄, 동기화, 자유>

이 책은 다쿠로쇼 요리아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좌충우돌 히스토리를 담은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닙니다>(가노코 히로후미, 2017)의 후속편이다. 1991년부터 참여해 요리아이의 총괄 소장을 맡고 있는 무라세 다카오의 저서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 책은 그가 경험담으로 풀어낸 특별한 치매노인 돌봄 이야기이다.(치매(癡呆)는 ‘어리석고 어리석다’라는 의미로 해당 장애의 특징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며 당사자에게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14회) 땅에 쓰는 나의 이야기

동창회 모임은 딱 한군데 나간다. 고등학교 3학년 반모임이다. 사회에 첫발을 디딜 즈음에 시작한 모임이니 얼추 한 사십년은 되었다. 모이면 하등 의미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 다닐 때 성적, 물론 충격적인 점수를 받았던 수학점수 등으로 이야기를 출발해서 세계 평화를 논하고 손주들 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마무리 시간이 된다. 요즘은 내게 은퇴후 생활에 대해서 묻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