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복지사가 돌봄의 현장에서 마주친 삶들
저자는 40대에 늦깎이로 야간 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후 양로원, 요양원, 주간보호시설 등에서 20년 가까이 노인 돌봄에 종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친구 따라 시작했지만 현장의 이력이 쌓이면서 삶의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고 한다. 양로원에 근무할 때 만난 80대의 어르신이 유난히 당신 하고 싶은 대로만 해서 공동체 생활에서 갈등이 많았다. 보호자인 딸과도 냉랭했는데 알고 보니 세 살 난 딸을 두고 집을 나갔단다. 3년 정도 지났을 무렵 어느 날 갑자기 식사를 거부했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삶에서도 죽음에서도 그렇게 단호한 선택을 했던 그 어르신의 삶도 그 중에 있었다. 요양원에 근무할 때는 자신을 부르더니 자서전을 쓰려고 하니 출판사 사람을 불러달라는 어르신이 있었다고 한다. 자식들과도 소원한 터라 불가능한 일이라 흘려 들었는데 어르신의 재촉이 점점 심해졌다. 저자는 일단 써보시라며 공책과 연필을 챙겨 드렸다. 손에 힘이 없어 알아먹을 수도 없는 글씨로 써진 글을 타자로 쳐서 제본까지 해서 자서전을 만들어 드렸더니 눈물까지 흘리며 고맙다고 하셨다. 돌봄의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저자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현재 저자가 근무하는 주간보호센터는 주로 경증 치매나 뇌졸중이 발병한 후 회복과 재활 등에 집중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다. 매일 아침 집 앞까지 가서 어르신들 모셔 와서 점심과 저녁을 제공하고, 재활 운동이나 인지 기능과 신체 기능을 자극하는 활동을 주로 한다. 아침에 모시러 갔는데 약속 시간에 집 앞에 안 계셔서 골목골목 찾아다니다 보면, 고물을 주워들고 다가온단다. 치매를 앓는 90세 넘으신 분인데, 평생 아껴 쓰는 습관은 잊히지 않아서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치매라는 병명은 같지만 백인백색의 행동 양상에서 맞춤 대응을 하다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곤 한단다. 치매와 관련한 이상 행동의 사례가 풍부해서 질병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었다. 장수가 더 이상 축복이 아닌 시대에, 치매 등의 노인 질환과 관련한 돌봄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보호자와 센터가 상호 의존하며 돌보자고 권한다.
마음이 원하는 것과 제도가 하려는 일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생기면서 노인 돌봄의 영역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생기면서 줄어드는 영역도 있다고 한다. 자원봉사도 그 중 하나이다. 제도가 실시되기 이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 봉사를 하러 복지시설로 오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 중에 사십대에서 육십 대의 주부들로 구성된 봉사 단체의 활동이 왕성했다. 정기적으로 방문에 어르신들 목욕 시켜드리는 것부터 명절 등의 큰 행사에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데 이 봉사단이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생긴 후 와해되었다고 한다. 회원 대부분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서 현장에서 근무하게 되어 봉사할 인력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생기면서 신체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자원 봉사자를 만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대신 자원봉사에 대한 마일리지 제도가 도입되면서 봉사자가 하는 수고에 대한 보상을 통해 봉사에 대한 의욕을 북돋고 있지만, 저자의 오랜 경험으로는 제도가 가져온 아쉬운 변화의 측면도 있다고 한다.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예전에 봉사자들과 주고받던 따뜻한 마음이 거의 사라진 현실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선거철이 돌아오면 요양원에서도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는 투표소를 설치한다고 한다. 치매 어르신들의 경우 투표 의향을 물으면 뭔지도 모르고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있었던 해, 투표 당일 선거관리위원에서 파견된 관리 위원들 지휘아래 어르신들의 투표가 진행되었다. 어리둥절한 어르신께 설명하려니 선관위 직원이 제지했다.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도록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섯 칸인 기표지 전체에 동그라미를 찍겠다고 하 세월인 어르신을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서 모셔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용어도 이해 못하고 아들, 손자도 못 알아보는 치매환자에게 투표권을 주는 게 맞을까.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을 헤아리지 않는 제도의 몰이해가 드러난 경우다.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이라 그런지 저자의 이런 문제의식에 더 공감이 갔다. 초고령화 시대로 들어서는 현재, 정치와 관련된 분야에서 삶의 의지와 저마다의 능력에서 오는 간극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울음을 터뜨리며 왔던 인간은 가족들의 눈물 속에 다시 돌아간다. 처음 태어났던 그 모습을 향해 점점 돌아가고 있는 인생을 오랜 시간동안 지켜봤다. 상황을 이해하는 마음에서 돌봄은 시작되는 것 같다. 꽤 오랜 시간 노인 돌봄의 현장에서 웃음과 눈물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무엇을 ‘돕겠다’는 것에서 ‘함께 하겠다’는 생각으로 변화함으로써 가능했을 것이다.”(189)
“불과 두 시간 전에는 나와 눈을 맞추고 한 숟가락이라도 더 드시고 힘내시라며 미소를 나누었던 인격체였는데 호흡이 멎자 오래 두면 부패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좀 전까지만 해도 생명 있는 인격체였는데 호흡이 멎으면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고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인간이 반드시 마지막 순간을 맞을 텐데 이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원초적인 질문 앞에서 생각이 깊어졌다”.(175)
1.주변에 치매 진단을 받은 이가 있어 돌봄과 관련한 제도로 주간 보호센터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면
:치매를 이해해보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으므로
2.초고령화 시대, 노인 돌봄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면
:사회복지사, 생활 보호사, 요양보호사 등등 돌봄을 위해 어떤 분야를 택해야 하는지 등등의 정보는 물론, 나이듦에 다가오는 여러 가지 것들의 하나로서 돌봄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