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죽음] 당신은 태어난 적도 없고, 죽지도 않는다

스와미 비베카난다, 『마음의 요가』, 판미동 스와미 비베카난다는 누구인가 스와미 비베카난다(1863~1902)는 영국 지배하의 인도 캘커타에서 태어났다. 그는 간디가 “만일 인도를 알려면 비베카난다를 공부하라”고 말할 정도로 근대 인도의 힌두교 영성에 큰 족적을 남겼다. 비베카난다는 대학에서 서구식 교육을 받고 서양사상과 논리학에 빠지기도 했지만 라마크리슈나(1836~1886)를 만나고부터는 그의 제자로 살았다. 비베카난다는 라마크리슈나와의 첫 만남(1881년)을 이렇게 회상한다. 어느날…

불타 죽은 멧돼지를 애도하며

지난 주말 경북 울진에 문상을 다녀오면서 나는 차창 밖으로 새까맣게 타버린 산을 근 한 시간이나 보게 됐다. 서 있는 채로 숯이 된 나무들, 하부 목질 수관이 타버려 꼭대기 잎들이 누렇게 죽어가고 있는 나무들.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산불 지역의 모습은 처참했다. 피해는 광범위하다. 4500채 정도의 집이 불탔고, 생계 수단이었던 하우스도 사과밭도 양봉장도 양식장도 다 타버렸다. 가축은 20여만마리가 폐사했다.…

[돌봄] 어떤 돌봄의 실천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돌봄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러다 가까운 사람 중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잊고 있던 돌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럴 때 아픈 가족을 외면하지 못하는 누군가는 돌봄을 자처하게 되고, 어느 순간 독박 돌봄에 처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우리는 분명 돌봄 속에 삶을 유지해 왔는데 어느 순간이 되면…

유니트케어가 무조건 좋은 것일까?

오프닝 유니트케어가 무조건 좋은 것일까? 에디터, 이희경 우리는 몇 개의 레거시 언론과 온라인 신문, 그리고 노년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전문 매체를 구독하고 그 속에서 나이듦 관련 기사를 수집, 기초 자료로 정리한다. 이후 연구원 전체가 참여하는 편집회의를 통해 수집한 기사 중 픽 할 것과 버릴 것을 결정하면서 그달 <나이듦아카이빙>의 큰 방향을 결정한다. 이후 담당자가 [스크럽…

[치매]사람은 죽는 날까지 설 수 있다

휴머니튜드 혁명 이브 지네스트, 로젯 마레스코티 지음.  대광의학 휴머니튜드는 ‘HUMAN+ATTITUDE’로 만들어진 용어이다. 인간적인 케어, 인권을 중시하는 케어, 케어 받는 사람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그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의 케어 철학이자 케어 기술이다. 휴머니즘은 이미 한물 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데, 휴머니튜드에서 ‘인간’ 조건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 생각에는) ‘선다’는 것이다. ‘사람은 죽는…

우리에게는 마을약사가 있다

“진짜 약국을 만들자!” 인문학공동체 공부가 마을경제에 꽂혔을 때 작업장을 만들었고, 청(소)년에 꽂혔을 때 마을학교를 만들었던 것처럼, 양생이 새로운 화두가 되었을 때 마을약국을 떠올렸다. 때마침 회원 중에 약사도 있지 않은가. 무모함에 가까운 용기, 돈은 쌓아두는 게 아니라 순환시켜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윤리, 거기에 언제나 기꺼이 보태는 손들이 있으니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짜 약국을 만들자.…

[남자의 나이듦]아버지의 유산

이 책은 필립 로스가 1991년에 쓴 자전적 에세이다. 남자가 바라보는 남자의 노년이면서, 아들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노년과 죽음의 이야기다. 큰 줄기는 아버지 허먼 로스의 뇌종양 판정을 계기로 완고했던 아버지의 노쇠를 경험하며 그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존엄한 죽음에 대해 실존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는 2017년에 출간되었지만 실제로는 『에브리멘』(2009년 국내 출간) 보다도 먼저 나온 책이어서 이 책을 먼저 읽고…

[종교와죽음] 예수는 천국과 지옥을 말하지 않았다

『두렵고 황홀한 역사』바트 어만, 갈라파고스 무함마드 평전을 읽은 이후에 나는 간혹 <꾸란>을 펼쳐서 읽고 있다. <꾸란>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죽음 이후에 대해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깊이 읽지는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 『꾸란』이 계시하는 사후세계는 그동안 알아온 기독교의 사후세계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꾸란』 역시 ‘언젠가 죽은 사람들이 모두 부활하는 날이 올…

8. 유언장을 써보자

엔딩노트와 유언장 요즘엔 흔치 않지만 10년 전만해도 컴퓨터를 쓰다가 겪게 되는 가장 무서운 일은 갑자기 모니터가 파란 화면으로 바뀌면서 ‘알 수 없는 오류로 시스템을 다시 시작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이었다. 진행 중이던 작업은 저장되지 않은 채로 모두 날아가고 컴퓨터가 재시동 되는 것을 바라보며 황당함은 분노로 바뀌곤 했었다. 그런데 만약 나의 삶이 어느 날 비정상적 종료(사고)를 하거나…

「할머니」 할머니라는 세계

1。 스크루지 할머니와 명랑한 할머니 사이에서 딸은 자기 할머니, 그러니까 나의 엄마를 종종 ‘스크루지 할머니’라고 불렀다. 맞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괴팍하고 심술궂은 그 스크루지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딸이 우리 식구 중에서 비교적 할머니와 잘 지내는 편에 속했다는 사실이다. ‘무토’ 답게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데다가 눙치는 것도 잘해서 할머니의 사사건건 잔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