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올해 박완서 전작을 다시 읽고 있다. 그의 거침없는 문장들과 어떤 도식적 비평으로도 가둘 수 없는 세계에 새삼 놀라는 중이다. 이렇게 일상적이고 구체적인데도, 인간의 허위와 욕망을 이토록 날카롭게 드러내는 작가는 흔치 않다. 마침, 박완서 아카이브 전시가 열린다고 해서 친구와 함께 한달음에 달려갔다. 하지만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대 중앙도서관 문턱은 높았다. 어렵게 찾은 출입 회전문 앞에서 박완서 전시…

[2026년 5월호]길고양이와 할아버지

🖼️ KINZ SCENE   By 윤경. 2026.04.28 인스타그램에서 할아버지와 길고양이가 다정히 마주 보는 이미지를 보았습니다. AI로 생성된 사진 아래에는 어르신들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소개하는 뉴스가 함께 있었죠. 중장년·노년 남성이 길고양이 문제의 가해자로 자주 언급되는 현실을 떠올리면, 이 조합은 낯설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 사업의 성패와 별개로, 이런 만남이 새로운 돌봄의 상상력으로 이어지길…

[달리] 4회 과연 나는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게 될까?

 3월부터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는 시작하기 전, 읍내 장기요양기관의 사회복지사와 함께 왔다. 사회복지사가 우리가 원하는 요일과 시간대에 맞춤한 분이라며 소개하는데 첫 대면이어서 그런지 신경 써서 곱게 차려입고 오신 티가 났다. 웃으며 대화하면서도 서로가 조심스러웠다. 보호자인 내 입장에서는 낯선 사람이 정기적으로 집안을 드나드는 일이 처음이라 긴장되고 한편으론 낯가림 심한 엄마와 잘 지낼 수 있을지 호감을 가늠해야 했다. 엄마의…

심성의 역사로 본 죽음에 대한 태도의 변화

<죽음의 역사>, 필립 아리에스, 동문선 일요일의 역사가, 필립 아리에스 필립 아리에스(1914~1984)는 1960년에 낸 <아동의 탄생>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아카데미에 몸담은 전문 연구자가 아니었다. 소르본느 대학에서 역사학과 지리학을 공부하고 교수 시험에 두 차례 낙방한 아리에스는 교수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평생 ‘열대농업연구소’에서 일했다. 대신 그는 밤과 주말에는 독립 연구자로 연구활동에 몰두하며…

명숙 언니

부고를 처음 접했을 때 오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안부를 주고받았던 때가 불과 한 달 반 전이었고, 그때만 해도 아무 낌새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안 돼 여기저기서 올레 이사장 서명숙의 부고가 떴다. 3월 말에 옆구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었는데 4월7일 호스피스 병동에서 숨진 것이다. 황망했다. 서둘러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그러나 주말을 낀 제주 1박2일 왕복표를 구하는 것은…

[2026년 4월호]3.27 지역통합돌봄법으로 바뀌는 것들

2026년 3월 27일, 지역돌봄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습니다. 2017년 대선 당시 주요 후보들이 공통으로 약속했던 ‘지역사회 중심 돌봄’의 가치가 8년의 시범사업과 입법 과정을 거쳐 마침내 제도화된 것입니다. 돌봄을 ‘시설’에서 ‘삶의 터전’으로 옮겨온다는 점에서 이는 돌봄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입니다. 하지만 이 법이 주요하게 참조한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 기존 개호보험 체계를 개정하며 구축된 것과 달리, 우리는 장기요양보험 등 기존 제도를 유지한 채 연계를 통해 통합돌봄을 구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서비스 간의 단절, 분산, 책임주체의 모호함 등으로 현장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강한 재정 투입과 행정적 추진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달리] 3회 엄마는 나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

2월 중순, 엄마는 장기요양등급(5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병원 퇴원 이후 신청했지만 ‘급성기’ 상태라고 기각 판정을 받고 6개월 뒤 다시 신청한 결과다. 안도했다. 보호자 대상 설명회에 갔을 때 참석자 연령대가 내 나이 또래부터 60대, 70대 어르신들이 많아서 내심 놀랐다. 노노(老老) 간병. 모르지 않았음에도 그랬다. 내가 어느새 여기까지 도착했구나 하는 느낌이 잠시 얼떨떨했다. 그들의 낯빛에서 나와…

살기 위해 숨는 용기

내가 속한 공동체 출신 김고은 작가가 은둔 고립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너무 희미한 존재들>을 출간했다. 그는 ‘은둔 고립’을 통계에 갇힌 사회현상으로 박제하는 대신, 에두아르 콘의 ‘혼맹’ 개념을 빌려와 존재론적 층위에서 재해석한다. 스스로를 ‘자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세계와의 연결이 끊겨버린, “살아있으나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로 정의한 것이다. 관점을 이렇게 이동시키면 우리는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사회학의 눈으로 본 ‘죽어가는 자의 고독’

<죽어가는 자의 고독>,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문학동네 아버지의 고독 우리 아버지는 올해로 90세가 되었다. 아버지 돌봄을 한지 햇수로 6년 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 ‘사는 것이 천형이다’를 들을 때마다 왜 이렇게 매사를 비관적으로만 볼까, 생각하며 그런 아버지에게 화가 나고 속이 상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말이 단지 아버지의 부정적 사고 패턴에서 나오는…

[2026년 3월호]‘나이듦아카이빙’을 ‘KINZ’로 전환합니다.

안녕하세요? 나이듦연구소 소장 문탁(이희경)입니다. 지난 2년간 저희는 기존 저널의 나이듦, 죽음, 애도, 돌봄 관련 기사를 선별하여 재편집한 월간 뉴스레터 <나이듦아카이빙>을 발간했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회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2년 만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진짜 초고령사회로 돌입했고, 사회의 대응도 분주해졌고, 이에 따라 정보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