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그림: 김윤경
필자의 제주살이 중 친구와 새벽바다에서 찍은 한 컷을 일러스트로 작업했다.
오프닝
‘두 거점 생활’, 우에노 지즈코의 싱글 에이징을 엿보다
에디터 이희경
이번 여름, 나는 제주에서 한 달을 살았다. 작년 연말 북토크 때문에 제주 조천에 갔었는데, 그때 우연히 만난 선흘 그림할망들에 완전히 홀렸고, 반드시 한 달쯤 시간을 내어 할망들의 세계를 인류학적으로 탐색해 보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처음 계획은 단순했다. 한 달 동안 한편으론 할망들을 탐구하고, 또 한편으론 혼자 조용히 밀린 글을 쓰다가 힘들면 평상시 읽고 싶었던 책을 룰루랄라 읽으며 보내는 것. 그래서 책을 거의 30권쯤 싸 들고 갔다. 하지만 그 책들은 표지도 들춰지지 않은 채 다시, 고스란히 용인으로 돌아왔다. 예상과 달리 제주에서는 책 따위 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의 제주 생활은 조한혜정 선생님, 그리고 그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인연들 덕분에 하루하루가 버라이어티했다. 물론 조한과 대화를 가장한 수다를 떨며, 이런저런 일(집필 구상 포함)을 하루에도 몇 개씩 작당했던 일이 가장 짜릿했다. 그녀와 나는 거의 반세대 정도의 나이 차가 있고, 심지어 전혀 다른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었지만 잘 통했다.
그러나 내가 가장 사랑한 제주에서의 시간은 아침 6시 바다에서의 수영, 오전 9시 격일로 한 빈야사 요가와 아쉬탕가 요가, 대낮의 더위를 식혀주는 곶자왈 산책과 황홀한 일몰을 보는 일이었다. 아, 사람은 도시에서, 그것도 아파트에서 살면 안 되는 거 아닐까? 제주의 자연은 어디에서나 나에게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리고 또 정말 우연하게도, 나는 제주에 도착한 지 이틀 후, 그 마을에서 알음알음 나왔다는 집 한 채를 보러 갔다. 마치 제주에 집을 얻으러 온 사람처럼.
그 와중에 제주에서 딱 한 권 읽게 된 책이, 또 우연치고는 기막히게도 “세계적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개인적인 생활을 그린 최초의 에세이”라는 설명이 붙은 『산기슭에서, 나홀로』였다.
그 책에서는, 30년 전 여름, 친구가 내준 산속 집에서 도쿄의 더위를 피해 지낸 한 철이 계기가 되어 산중 생활에 푹 빠져들었고, “그 여름의 끝… 근처 부동산으로 달려가” 결국 땅을 사버렸다는 이야기. 10년 후엔 그곳에 층고가 4미터나 되는, 천장까지 닿는 비개폐형 유리창을 통해 빛이 가득 들어오는, 서고 중심의 원룸 구조 집을 짓게 된 과정. 이후 20년간 도쿄의 아파트와 산속 집을 오가며 ‘다 거점 생활’을 이어오며 겪은, 소소하지만 유쾌하고, 행복하지만 만만치 않은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그러니까 이 책은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등, 싱글로도 당당하고 자립적으로 살며 늙고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온 ‘싱글 에이징’ 선두 주자의 기록이자, 그 리얼리티 버전인 셈이다.
그런데 한편, 우에노 지즈코와 동갑(1948년생)인 조한혜정 선생님은 정년퇴직 후 제주로 내려와, 제주 할망들과 함께 살고 계신다. 우에노가 ‘싱글 에이징’을 주장해 온 것처럼, 조한혜정은 ‘15분 거리의 마을 만들기/살기’를 강조해 왔고, 지금 실제로 제주에서 할망들, 그리고 다양한 외지인들과 함께 그런 마을살이를 실천하고 있다. 나는 그런 조한을 보면서 “70대 지식인은 어떻게 늙어가는가?”라는 글을 한 편 써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아무튼, 우에노 지즈코와 조한혜정 같은 여성들의 70대 중후반의 삶은 나의 나이듦에도 깊은 영감을 준다. ‘다른 노년의 발명’은 결국, 수많은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서만 가능해지니까.
우에노 지즈코의 두 거점 생활은 균형 잡히고 안정적이다. 산속에서 결국 ‘텃밭파’도 ‘가드닝파’도 되지 못했지만, 언제나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공급받는다. 한밤에는 반딧불이를 보러 가고, 새벽에는 첫 주자로 스키를 탄다. 비록 상하수도가 수시로 말썽을 피우고, 쓰레기 처치에 골치를 앓고, 사슴이 마당의 원추리를 싹쓸이하고, 노래기·송충이·개미·꼽등이·말벌에 시달려도 단순하고 풍요로운 삶의 아름다움은 월등하다.
언뜻 보면 그녀는 대도시의 편의성과 산속 생활의 고독을 모두 누리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그녀가 아직 ‘초로의 노인’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두 시간 운전이 가능한 나이였기 때문은 아닐까? 만약 80대가 된다면, 혹은 휠체어를 타게 된다면, 그래도 여전히 두 거점 생활이 가능할까?
그곳의 정주민 사이에서 만들어진 ‘고양이 손 클럽’이라는 커뮤니티는, 한때 서로의 반려견을 돌보고, 차로 배웅해 주고, 제초기를 빌려주며 공생하는 이웃들의 관계망이었다. 심지어 ‘낭권’이라는 지역통화를 발행하기도 했다. 재주 없는 우에노 지즈코도 1년에 한 번은 산나물 튀김 파티를 주최했다. 그런데 이제 ‘고양이 손 클럽’의 평균 연령은 80대에 이르렀다. 그중에는 90대도 있다. 파트너와 사별한 커플도 있고, 한쪽이 치매에 걸린 커플도 생겼다. 돌봄을 주기보다는 받아야 하는 나이가 되어 버린 사람들. 그리하여 ‘고양이 손 클럽’은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에노 지즈코보다 스물세 살 많은 이로카와 다이키치(色川大吉)의 사례는 감동적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민중사학자인 그는 70대에 퇴직금을 털어 우에노 지즈코 땅 옆에 집을 지었다. 전쟁을 겪은 강골의 노인인 그는 92세까지 우에노와 함께 등산하고 스키를 탔다. 하지만 2016년, 집 안에서 넘어져 대퇴골 골절을 당했고, 입원과 수술을 거부한 채 자택에서 요양했다. 다행히 지역에는 방문 돌봄과 간호 체계가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후 3년간 이로카와를 실제로 돌본 사람은 가족이 아닌, 바로 우에노 지즈코였다.
우에노는 혼잣말한다. “내가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때도 스물세 살 아래 누군가가 내 곁에 있어 주려나.” 그 소리를 들은 이로카와가 대답한다. “괜찮아. 자네는 괜찮을 거야.” 그녀가 생각한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제주살이를 마치고, 우에노 지즈코의 책을 덮으면서 ‘두 거점 생활’에 도전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힌다. 지금처럼 도시에서 주 단위의 리듬에 묶여 살고 늙는 것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디언처럼? 혹은 디지털 노마드족처럼?) 노년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안다. 늙었지만 아직 완전히 늙어버리진 않은 지금이 아마도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정말 새로운 노년의 삶에 도전해볼까? 제주에 거점을 마련해볼까?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나도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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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편적 돌봄
▶ 전국 최초 ‘누구나 돌봄’ 체계, 광주다움 통합돌봄(동아일보)
2026년 3월이면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법(이하 지역통합돌봄법)이 실시될 예정이다. 지난 6월 시행령과 시행령 규칙이 입법예고 되었고 법적 절차를 거쳐 조만간 공표될 것이다. 지역통합돌봄법이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보편적 돌봄이 이루어지는 사회로의 전환에 긍정적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과연 내년 지역통합돌봄법 시행이 고령자와 장애인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계속해서 살 수 있게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의미있는 출발이 될 수 있을까?
여기,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통해 선별복지의 빈틈을 메우는 실천사례가 있다. 바로 광주광역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광주다움 통합돌봄’이다. 광주시는 국회에서의 통합돌봄법 제정에 앞서 2022년 12월 광주광역시 통합돌봄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이 조례에 근거하여 2023년 4월부터 ‘광주다움 통합돌봄’ 사업을 실행해 왔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특별한 점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돌봄 및 복지 관련 사업이 고수해 온 신청주의와 선별주의를 탈피하여 소득, 나이,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돌봄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지방정부 차원에서 과감하게 통합돌봄에 예산과 인력을 배치했다. 셋째, 당사자와 복지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아니어도 주위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누구라도 전화 한 통으로 돌봄을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의 96개 동 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SOS 요청이 접수되면 공무원이 방문해 현장을 확인하고,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조건을 만족하면 일상적 돌봄인 <광주+돌봄>과 갑작스런 사고나 재난에 따른 <긴급돌봄>이 제공된다. 통합돌봄에는 가사 지원, 식사 지원, 병원 동행, 아이 돌봄, 노인 돌봄 등이 포함된다. 앞으로 방문간호와 방문 구강 상태 점검 등 의료돌봄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국내에서 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공공적이고 인권 친화적 돌봄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돌봄 선진국인 일본의 권위 있는 학술제에 초청받아 사례발표를 했고,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에서 열린 유엔국제인권회의에서도 지방정부가 유엔 사회권 규약의 가치를 실현한 모범사례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몇 년간 경험을 쌓아온 ‘광주다움 통합돌봄’ 사업의 사례가 앞으로 지역통합돌봄을 확장하고 내실을 다져 나가는데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의료는 돌봄이다. 강릉아산병원 입원전담의 이영이교수(중앙일보)
만일 지역통합돌봄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사회라면 의료기관은 그 시스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지역통합돌봄과 의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의료적 돌봄이 포함되지 않은 지역돌봄을 통합적 돌봄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에 실린 강릉 아산병원의 입원전담 전문의 이영이 교수 인터뷰 기사는 지역의료기관과 지역 의사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이영이 교수는 한국 의사면허와 일본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일본 돗토리대학병원의 인턴 과정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산골 마을의 공립병원인 히노병원에 파견되어 종합병원과 지역의료센터 간의 협업과 재택의료를 경험했다. 히노병원은 내과·안과·정형외과·외과 전공을 가진 상근의사 7명, 99개 병상의 작은 병원이다. 그런데도 산골 마을 병원이 종합병원처럼 돌아갈 수 있는 것은 돗토리대학병원이 의사를 파견하기 때문이다. 돗토리병원은 히노병원만이 아니라 다른 작은 병원에도 의사를 파견하여 지역과 협력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히노병원에는 자치의대(우리식 공공의대) 출신 의사가 6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히노병원은 재택의료에도 열성이다. 환자들은 퇴원 후 집에서 월 1~2회 의사를 만나서 돌봄을 받는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일본은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도도부현)별로 지역의료대책협의회를 두고 의사 부족을 파악해 지역의사제·자치의대 등으로 대책을 마련한다. 장학금을 지급해 9년 의무 근무할 의사를 기른다. 그러면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의 80~90%가 시골에 남는다. 의료대란을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려면 우리는 얼마나 더 오랜 논의기간이 필요할까? 모든 의사가 중앙에만 집중되고, 돈벌이가 되는 일만 하려 한다면 지역통합돌봄은 속빈 강정이 될 공산이 크다. 일본에서의 진료경험을 통해 중앙이 아니라 지방으로 가서 자발적으로 지역의사 되기를 자처한 이영이 교수는 “한국 지역의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사 부족이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영이 교수는 일본병원에서의 퇴원회의를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 회의에는 의사,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이 모여서 환자와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러한 섬세한 협력시스템은 환자의 재입원과 이후의 의료비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과 장기보험 재정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소득, 연령, 장애여부만이 아니라 어느 곳에 사는가와 상관없이 보편적 돌봄을 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 정말 바꾸어야 할 것이 많다.
■ 존엄한 죽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한국일보)
자료 : 한국리서치, 한국일보
스스로 자신의 임종과 죽음을 생각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의 수가 3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리서치는 <조력 존엄사 및 웰다잉에 대한 인식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조력 존엄사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알아보았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삶과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갖고 싶다 :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의 일부라고 생각 89%,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84%
2) 좋은 죽음의 조건은 고통이나 두려움 없이 평온한 상태이다 : 신체적 고통 없이 평온한 상태(69%),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68%)
3) 호스피스 몰랐지만 이용하고 싶다 :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 알고 있다(48%), 향후 이용하고 싶다(84%)
4) 나는 연명의료를 중단해도 되지만 가족에게는 어렵다 : 말기 및 임종기 환자가 되었을 때, 본인의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할 의향(88%), 부모님이나 배우자, 자녀께서 말기 또는 임종기 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의사표현이 어려운 경우, 보호자로서 연명의료중단에 동의할 의향(64%)
5) 조력 존엄사에 찬성한다 :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대해 긍정적(79%)
자료: 한국리서치, 존엄사 합법화 찬성의 이유
6) 조력 존엄사 찬성의 이유 : 무의미한 치료가 더 고통(25%), 고통없이 죽음을 맞이할 권리(24%),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자기결정권 보장(18%)
7) 조력 존엄사 제도를 도입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제도 남용과 비자발적 선택 가능성 : 허위진단이나 남용 등을 불러올 수 있는 기준의 모호함(34%), 경제적 심리적 부담에 의한 비자발적 선택 강요(24%)

자료: 한국리서치, 존엄사 합법화 반대의 이유
▶ ‘스위스’가 답은 아니다 – 의사 조력 존엄사를 다시 생각하다(한국일보)
한국일보는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7년을 맞아 ‘유예된 죽음’이라는 주제로 의사 조력 존엄사와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기사를 연재했다. 한국 리서치가 실시한 위의 여론조사를 보면 조력 존엄사 합법화를 묻는 질문에 압도적 다수인 79%가 찬성했다. 그런데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라는 문제에 있어서 과연 의사 조력 존엄사 합법화가 유일한 답일까?
존엄사는 회복불가능한 환자가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와 달리 안락사는 무의미한 고통을 연장하지 않는데 강조점을 둔다. 존엄사와 안락자는 구별되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혼용되기도 한다. 보통 안락사를 적극적 안락사, 소극적 안락사, 의사조력사로 구별하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 안락사는 의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약물 등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법을 말한다. 적극적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된 나라는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호주 등이다. 소극적 안락사는 생명연장을 위한 연명의료를 선택하지 않는 것을 지칭한다. 의사조력사는 의사가 요청에 따라 약물처방 등을 행하기는 하지만, 죽음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은 전적으로 당사자의 의지에 따른다, 스위스는 외국인에게도 의사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나라이다.
의사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다수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우려 역시 공존한다. 전문가들 역시 의사 조력 존엄사의 합법화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 두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 존엄한 죽음을 위해 필요한 제도와 의사조력 존엄사에 대한 우려를 정리해 본다.
1) “의사조력 존엄사보다 연명의료제도 개선이 먼저다“(문재영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문재영교수, 사진:한국일보
– 현행 연명의료법은 연명의료 중단 대상을 ‘임종 과정 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말기이지만 임종기로 판단되지 않는 회색지대 환자들은 어쩔 수 없는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말기 환자까지 연명의료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의식이 없는 환자의 경우, 현행 법률은 법적 가족이 전원 합의해야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할 수 있다. 법적 가족이라고 해서 환자의 요구를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 환자와 가깝게 지내고 환자의 뜻을 잘 대리할 수 있는 대리인이 결정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 의사 조력 자살을 서둘러 도입하기 보다는 호스피스 시설과 사회적 돌봄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약자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이다.
2) ”안락사 후 남은 가족은 평화롭지 않아요“ – 배현정 전진상의원(호스피스) 원장

배현정원장, 사진:한국일보
– 벨기에 출신 의사인 배현정(마리 헬렌 브라쇠르) 원장은 동생을 의사조력사로 떠나 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투병의지를 밝혔던 동생이 단 하루만에 마음을 바꾸어 의사조력사를 결정한 과정에 대해 배현정 원장은 의문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의사조력사 합법화 문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 벨기에의 경우를 보자. 처음에는 의사 조력사를 예외적으로 시행했지만 점점 기준이 완화되었다. 2003년 235명이던 의사조력사 숫자가 2023년 3,423명으로 늘었다. 충청도 규모의 작은 나라에서 엄청난 숫자다. 프랑스에서는 20년동안 고민하고 1,000번 이상을 고쳐 법이 나왔다는 사실을 참고해야 한다.
– 한국의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아직 갈길이 먼 상태이다. 환자에게는 간병비와 같은 경제적 지원문제, 의사들에게는 수가문제가 있다. 현재의 큰 병원 중심의 호스피스 보다는 전진상의원과 같은 독립형이나 가정형 호스피스가 더 많이 생겨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의료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 돌봄
▶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전국 195개소로 확대(뉴스1)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진료와 돌봄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가 확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참여기관 공모를 통해 60개 의료기관을 신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재택의료센터는 기존 135곳에서 195곳으로 증가했으며, 재택의료센터가 없던 대구 서구, 강원 강릉시·영월군, 충남 서산시 등 4개 지역에서는 지방의료원이 처음 지정됐다. 하지만 재택의료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전체 243개 지자체 중 113개 시군구로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의사(또는 한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3인 이상으로 구성된 팀이 노인 가정을 직접 방문해 진료와 상담, 돌봄 연계를 수행한다. 지방의료원, 보건소, 보건의료원, 보건지소 등도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참여할 수 있다. 이용 대상자는 장기요양 재가급여 수급자 중 의사가 재택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람이다. 1~2등급 중증 환자가 우선이며, 이미 요양시설에 입소한 경우는 제외된다.
서비스는 월 1회 이상 의사, 월 2회 이상 간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건강 상태, 주거 환경, 치료 욕구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진료계획을 수립한다. 사회복지사는 주거, 영양, 돌봄 등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해 맞춤형 서비스를 연결한다. 와상 상태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의 경우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관리 교육도 함께 제공된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고령자가 이용할 수 있고, 왕진의사가 방문하는 재택진료의 경우는 장기요양 등급과 무관하게 수가가 결정된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를 통한 진료는 팀지원을 통해 돌봄연계가 가능하지만 왕진의사의 경우는 돌봄이 아니라 의료지원만을 받을 수 있다. 지역통합돌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팀제를 통해 돌봄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의 확대가 시급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와 왕진의사 시스템의 이원체계의 조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통계청, 올해부터 “가족돌봄시간”조사해 돌봄 현황 파악(브라보마이라이프)
통계청이 돌봄시스템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실태 파악에 나선다. 이를 위해 올해 실시하는 ‘2025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에 ‘가족돌봄시간’ 항목을 신규로 추가했다. 영국과 호주에서는 이미 2021년부터 가족돌봄시간을 조사하고 있어서 뒤늦은 감이 있지만 통계청이 돌봄시간을 조사항목에 넣은 것은 매우 전향적인 변화라 생각한다. 가족돌봄시간 항목의 질문은 “질병, 노령, 장애, 건강문제 등의 이유로 대가 없이 지속적으로 돌보는 가족(친인척)이 있습니까?”로 구성한다. 돌봄 활동은 간병, 집안일, 목욕시키기, 정서적 활동 등을 의미한다. 따로 사는 가족(친인척)을 돌보는 경우도 포함한다. 다만 자녀 양육과 일시적인 돌봄 활동은 제외된다고 한다.
통계청은 이 조사의 목적을 사회적 돌봄시스템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여성들이 주로 맡고 있는 가족돌봄시간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가 가족내 돌봄으로부터 공공 돌봄의 확대라는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사각지대 노인들을 위한 틈새 돌봄 서비스
▶ 서울시, 디지털약자를 위해 ‘앱’아닌 ‘전화’ 콜택시 운영(경향신문)
2024년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40대는 60% 이상이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반면 60대 이상은 80%가 거리에서 직접 ‘배회 영업’ 택시를 잡아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 일반화된 요즘 앱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은 상대적으로 택시를 잡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해 전화 한 통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동행 온다콜택시’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7월부터 시범 운영하며, 오전 9시에서 오후 10시 사이에 콜센터(1855-0120)로 전화해 출발·목적지를 말하면 된다. 서울시는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24시간 운행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서비스가 더 많이 고민되고 확장되기를 바란다.
▶ 디지털 돌봄1: 수도요금으로 고령자 안부 확인한다(이모작뉴스)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국민연금공단이 수도 사용량 데이터를 통해 고령 연금 수급자의 이상징후를 조기 포착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양 기관은 수도사용량 데이터를 연금 수급자 관리에 연계하는 ‘데이터 기반 행정 협력’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일정 기간 동안 수도사용량이 급격히 줄거나 ‘0’에 가까운 비정상적 수치를 기록할 경우, 수급자의 거주 여부나 건강 상태에 이상이 생겼는지를 확인하는 ‘비접촉 감지 센서’로 활용하는 것이다. 시범사업 지역은 정읍시, 거제시 등 고령 수급자 비율이 높은 5개 지역이며 수도 사용 패턴과 연금 수급 권리 변동 여부를 연계 분석해 이상징후 발생 시 신속 대응하는 ‘디지털 돌봄’의 가능성을 실험하게 된다.
▶ 디지털 돌봄2: 부모님 거주지 재난 문자로 안전 확인- ‘안전디딤돌앱’(브라보마이라이프)
얼마 전 집중호우에 산청군은 군 전체에 대피령을 내렸다. 만약 부모님이 재난 문자를 수신하지 못해 대피가 어려웠다면? 부모님의 거주지에 공지되는 재난 문자를 확인할 수 있는 정부 애플리케이션(앱)이 주목받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안전디딤돌’ 앱은 가족이나 지인의 거주지 재난문자를 설정을 통해 수신할 수 있다.
안전디딤돌 앱은 행정안전부가 2012년부터 운영 중인 재난 안전 정보 앱으로 수신지역을 읍·면·동 단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앱을 통해 국민 행동 요령, 재난 문자, 대피소 등 115종 재난 안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부모님이 멀리 살고 계시다면 설치해 보시길.
▶ LH, 80세 이상 고령자 대상 ‘생활돌봄서비스’ 확대(서울경제)
LH는 LH 임대주택에 홀로 거주하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말벗, 건강 상태·안전 점검, 복지 정보 제공·연계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LH는 2022년부터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협력해 국민·매입임대주택을 중심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현재까지 서비스를 받은 고령자는 약 6,000명이다. 올해부터는 서비스 제공 범위를 전세임대주택까지 확대한다. 총 350명의 ‘생활돌보미’를 권역별로 배치하여 전세임대주택 500여 가구를 포함한 고령자 세대 3,500가구를 대상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생활돌보미’는 LH 입주민 등을 대상으로 노인 돌보미 활동 등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만 60세 이상의 LH 입주민을 우선 선발했고, 이들은 돌봄·안전·LH 주택 정보 등 관련 교육을 이수해 연말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LH는 향후 운영 성과와 지역별 수요 등을 고려해 서비스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 Update | 호스피스
▶ 서울시, 2027년까지 호스피스 병상 224개로 늘린다(헤럴드경제)
늘어나는 말기 환자 돌봄 수요에 대응하고 존엄한 생의 마지막을 돕기 위해 서울시가 호스피스 병동 확충에 나선다. 서울시는 7월부터 서울시립 북부병원(중랑구 망우동) 호스피스 병상을 기존 25병상에서 54병상으로 확대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존 일반 병동 1개를 전면 리모델링해 호스피스 전담 병동 29병상을 추가로 확보했다.
현재 서울에 760개 호스피스 병상이 필요한 데 반해 실제 병상은 38%(289개)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호스피스 병상 확충을 미리 준비해 왔다. 서울시 북부병원은 기존에 1인실, 4인실, 임종실 등으로 구성된 25개 호스피스 병상을 운영해 왔다.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2인실, 3인실 등 다양한 병실 형태를 추가하고 병상도 당초 대비 2배 이상 확보했다. 이로써 서울시가 운영 중인 시립병원에는 총 145개 호스피스 병상이 확보됐다. 이번 북부병원을 시작으로 서북병원 등 시립병원 전반에 걸쳐 79병상을 추가로 확보해 오는 2027년까지 총 224개 호스피스 병상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가정형 호스피스에 대한 계획은 없어 아쉽다.
[기타]
▶ 반려동물이 치매 늦춘다 (디멘시아뉴스)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고령층은 반려동물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특히 개를 키우는 경우 즉시 및 지연 기억력의 저하 속도가 완화됐고,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 언어 유창성과 지연 기억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새나 물고기를 키우는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인지 기능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연구팀(Adriana Rostekova 등)이 50세 이상 성인의 반려동물 보유 여부와 인지 기능 변화 간의 관계를 18년간 추적한 대규모 종단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반려동물이 제공하는 정서적 안정감, 일상 속 사회적 자극, 규칙적인 활동성 등과 관련 있다고 해석했다. 예를 들어, 개와 함께하는 산책은 신체 활동뿐 아니라 외부인과의 사회적 접촉을 늘리며, 고양이와의 상호작용은 예측 불가능한 자극을 통해 뇌의 언어 및 실행 기능 영역을 자극한다. 반면, 물고기나 새와 같은 동물은 감각적·정서적 교류의 강도가 낮고, 일부는 소음 등으로 수면 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요양원에 개와 고양이와 앵무새를 들여왔던 빌토마스의 체이스메모리얼 요양원 실험은 유효하다.
에디터스 픽
▶ [도시의 집, 새로운 길 찾기]’사는 것’이 아닌 ‘살아갈 집’을 찾아 나선 사람들 | KBS 20250628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harQ-P_7je8
내 집에서 늙어갈 수 있을까? 초고령사회에 고려해볼 만한 노후의 집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는 노년주택의 여러 형태를 알아본다. 도심 속 노인복지주택, 어르신 맞춤형 공동체 주택 ‘해심당’, ‘의료안심주택’이 그것이다. 해외 사례로 AIP(Aging in Place)를 도시 전체에 구현한 독일의 아른스베르크도 소개한다.
▶ 철학의 눈으로 본 노년, 이재영,임건태,김성호,김옥경,김은주,양선이,이재환,장미성,주재형(지은이), 아카넷, 2025
노년을 철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밝혀 보고자 국내 아홉 명의 서양철학 연구자들이 3년 동안 꾸준히 진행해 온 공동 연구의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노년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한 다음, 이에 기반하여 과연 어떤 방식의 노년이 바람직한지 규범적, 실천적 지침을 제시하고자 했다. 1부에서는 키케로, 보부아르를 비롯하여 데카르트의 기계론, 게오르크 헤겔의 사변적 자연철학,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의지 형이상학에 담겨있는 노년에 대한 견해를 라룬다. 2부에서는 자연과학적 노화 이론, 노년과 서사적 정체성, 폴 리쾨르의 서사적 시간, 존 로크의 인격 동일성 이론, 데이비드 흄의 발전적 감성 개념, 행화주의 감정 이론, 아리스토텔레스의 효 개념, 존 스튜어트 밀의 대의 정부론 등을 통해 노년을 다각도로 바라본다.
▶ 치매는 처음이지?- 부모님과 나, 모두가 궁금해하는 치매 Q&A, 홍종석(지은이),디멘시아북스, 2025
치매 진단을 받거나 치매가 의심될 때, 많은 가족이 겪는 공통된 고민이 있다. 바로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 『치매는 처음이지?』는 이러한 막막함을 해결해 주는 현실적인 안내서다. 국가치매교육 자문위원이자 국내 치매 사례 관리의 현장 전문가인 홍종석 사회복지사가 치매안심센터에서 16년간 근무하며 접한 수많은 질문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정리한 이 책은, 치매 진단 전후에 겪게 되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복잡한 절차, 제도 속에서 길을 잃기 쉬운 가족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를 쉽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 우리 앞의 치매, 김영훈(지은이), 푸른길, 2025
치매환자에게 직접 듣는 치매이야기와 수년간 치매환자를 돌봐 온 의사인 저자 김영훈의 참여 관찰 이야기가 함께 담겼다. 치매환자가 보여 주는 증상은 우리가 이미 대중매체 등을 통해 접해 온 것들이다. 하지만 환자가 직접 털어놓는 그들의 마음은 이 책에서 처음 볼 수 있다. 그와 같은 행동의 이유를 의사로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따뜻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으로서 알려주며 진정으로 ‘우리 앞의 치매’를 어떻게 대할지를 안내해 준다.
▶ 내가 죽는 날- 존엄사의 최전선에서, 문화인류학자의 기록, 애니타 해닉(지은이), 신소희(옮긴이), 수오서재, 2025
미국 문화인류학자 애니타 해닉이 수년간 조력 사망의 현장을 직접 동행하며 써낸 죽음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밀도 깊은 기록이다. 저자는 오리건주를 비롯해 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지역의 환자, 가족, 의료진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법 제도 바깥에 숨겨진 인간의 고통과 결단, 그리고 연대의 현장을 포착한다.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고자 하는지, 그 결정을 둘러싼 문화적, 제도적, 정서적 측면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 노년을 읽습니다- 나이듦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는 순간, 서민선(지은이), 헤르츠나인2025
시어머니와의 교감을 통해 노년에 대한 관심을 키운 40대 작가가 36편의 책 속에서 발견한 노년의 다채로운 모습을 입체적으로 기록한 독서 에세이다. 실용 분야뿐만 아니라 에세이를 비롯하여 소설, 그림책, 만화, 시, 인문학 및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며 건져 올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내용을 자신이 직접 경험한 노년의 풍경과 연결하여 원고를 집필하였다. 〈노년을 읽습니다〉는 주제 도서 서른여섯 편, 참고도서 스물네 편 총 예순 편의 책에서 건져 올린 노년 문제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작가 고유의 시각으로 분류하고 해석하여 제시하고 있다. 노년의 문제를 크게 네 개의 카테고리로 정리하였다. 1부는 노년의 최대 과제인 건강 문제와 경제적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2부는 가족과 네트워크를 다룬 책들을 살펴보았다. 3부는 80대 이후의 노년에게 관심이 큰 죽음과 돌봄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4부는 노년의 일상을 행복하게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이달의 링크 모음
■ 보편적 돌봄
▶ 전국 최초 ‘누구나 돌봄’ 체계, 광주다움 통합돌봄(동아일보)
▶ 의료는 돌봄이다. 강릉아산병원 입원전담의 이영이교수(중앙일보)
■ 존엄한 죽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한국일보)
▶ 남은 가족은 결코 평화롭지 않아 – 배현정 전진상의원 원장(한국일보)
▶ 스위스가 답은 아니다 – 문재영 세종충남대병원 교수(한국일보)
■ 돌봄
▶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전국 195개소로 확대(뉴스1)
▶ 통계청, 올해부터 “가족돌봄시간”조사해 돌봄 현황 파악(브라보마이라이프)
■ 사각지대 노인들을 위한 틈새 돌봄 서비스, 더 많이 발굴되기를
▶ 서울시, 디지털약자 위해 ‘앱’아닌 ‘전화’ 콜택시 운영(경향신문)
▶ 디지털 돌봄1: 수도요금으로 고령자 안부 확인한다(이모작뉴스)
▶ 디지털 돌봄2: 부모님 거주지 재난 문자로 안전 확인- ‘안전디딤돌앱'(브라보마이라이프)
▶ LH, 80세 이상 고령자 대상 ‘생활돌봄서비스’ 확대(서울경제)
■ Update | 호스피스
▶ 서울시, 2027년까지 호스피스 병상 224개로 늘린다(헤럴드경제)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