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함께-돌봄’의 사회로 나아가는 돌봄의 윤리

1.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돌봄 작년에 죽음세미나에서 『티벳 사자의 서』를 읽었다. 이 책에서는 사람이 죽은 다음 다시 환생하기까지 머무는 사후의 중간 상태를 바르도라고 부른다. 사후 49일간 머무르는 이 바르도에서 온갖 시험에 드는데, 이 때 죽은 자는 살았을 때의 경험이 투영된 것들을 겪는다고 했다. 세미나를 끝내면서 나는 환생이냐 해탈이냐를 택하기 이전에, 우선 이생을…

연명치료중단, 싸인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이유

오프닝 연명치료중단, 싸인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이유 에디터, 이희경 이번 호 나이듦아카이빙의 스크랩플러스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온 기사는 임종 직전 고령자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연명치료에 노출되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받는 연명치료 중 1위는 혈압상승제였다고 한다. 혈압상승제라… 그 단어가 갑자기 나를 6개월 전으로 플래시백 시켰다. 진짜 무더웠던 작년 여름 어느 날, 저녁 식사까지 잘하신…

올 어바웃 ‘기저귀’

몇 년 전 어머니가 낙상과 심한 요추골절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의 당부는 딱 하나였다. 가능한 한 움직이지 말 것. 따라서 갑옷같이 생긴 허리 보호대와 기저귀 착용은 필수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절대 기저귀를 차지 않겠다고 버티셨다. 자식들은 처음에는 부탁, 그다음엔 읍소, 마지막엔 강권했지만 소용없었다. 어머니 허리를 지킬 것인가? 자존심을 지킬 것인가? 친구들에게 나의 답답함을 하소연하니 한결같이 “나라도…

[치매]옷에 똥을 누는 사람보다 그 똥을 치울 수 있는 사람이 몇 배는 행복하다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 한 자연치유 기록 똥꽃 전희식, 김정임 지음  그물코 저자 전희식은 2006년부터 8년간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이 책은 2008년에 초판이 나왔고 2023년 개정판이 나왔다. 책에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집을 고치는 과정과 어머니와 함께 산 2년여의 일상들이 펼쳐져 있다.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아들의 일방적인 생각이 아니라 치매인인 어머니의 입장도…

[남자의 나이듦]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우에노 지즈코, 현실문화 할아버지들은 왜 젊어서 왕성한 사회활동을 했던 남자들은 왜 할아버지가 되면 할머니들에 비해 더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고독사는 왜 남성들에게 더 두드러지는 것일까. 우리 연구소의 모토 ‘새로운 노년의 탄생’을 위해 나는 할아버지들이 조금 더 분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출간된 도서나 영화를 통해…

7. 누구에게나 연고자는 있다

무연고 사망자가 될 가능성? “앞으로 결혼할 계획 있으세요? 만약 없다면 당신은 ‘무연고 사망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설마?’ 하실 분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형제·자매는 있으신가요? 있다면 당신 장례를 치를 정도로 관계가 친밀한지 잘 생각해 보세요.” 저소득자 및 무연고자 장례지원을 하고 있는 단체 나눔과나눔의 박진옥이사가 오마이뉴스에 쓴 칼럼(2024년 3월 26일자)의 일부이다. 결혼 계획이…

[종교와죽음]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 『신의 예언자 무함마드』(카렌 암스트롱, 교양인)/『마호메트 평전』(카렌 암스트롱, 미다스문고) 올해 나는 세계 종교의 주요 인물들의 생애와 사상을 공부하며 ‘종교와 죽음’이라는 주제에 다가가려고 한다. 작년에 나이듦연구소의 죽음 세미나에서 읽은 『세계종교로 본 죽음의 의미』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한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과 힌두교, 불교의 죽음관을 비교하고 있다. 저자는…

나의 마지막 이기적 결정

오프닝 원혜영에 대한 추억 에디터, 이희경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이다. 35년 전의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김문수, 이재오, 장기표, 원혜영, 제정구, 유인태가 한 편이던 시절이어서 그렇다. 진보정당을 만들려고 했던 김-이-장 등과 민청학련 출신으로 당시의 ‘양 김구도’를 넘어서는 ‘제삼지대’로서의 <한겨레민주당>을 만들었던 원-제-유 등이 3개월 정도 짧은 동거를 했었다. 이름하여 <민중의 정당 건설을…

아는 어른

얼마 전 ‘아는 청년’ 한 명이 결혼했다. 세상에서는 그를 ‘자립준비청년’이라 부르는데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동네 아동복지시설에서 수녀님 한 분이 우리를 찾아오셨는데, 용건은 시설 청소년에게 인문학 공부를 시켜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마침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이 유행하던 시절이라, 우리는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첫 프로그램은 고전 서당이었다. ‘불우’ 청소년들에게는 무엇보다 자신의 언어가 필요한데,…

제주 선흘리 할망들 ‘레퓨지아’

다른 사람들처럼 한 달 넘도록 삶이 엉망진창이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깊은 ‘빡침’, 감당하기 힘든 우울과 슬픔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붙들어야 산란해진 마음을 수습할 수 있을까. 인류학자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을 다시 집어 들었다.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 버섯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