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14] 당신이선택한 단하나의 추억이있다면? – <원더풀라이프>

사후세계로 가는 중간역 월요일, 기차역 대합실 같은 곳에서 대기하던 22명의 사람들이 하나씩 면접실로 불려간다. “당신은 어제 돌아가셨습니다. 조의를 표합니다. 이곳에 오시면 일주일간 계시게 됩니다. 이곳에 계시는 동안 하실 일이 한 가지 있어요. 살아오면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딱 하나만 선택해 주세요. 다만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사흘 내에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선택한 추억은…

노년의 집

노년 주거의 현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6%를 차지하며 한국도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노인 천만의 시대를 맞아 노년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노인 복지 주택 관련 법 개정을 예고했고, 민간에서는 이에 맞추어 관련 사업 계획을 내놓고 있다. 흔히 실버타운이라고 통칭되는 우리나라 노년복지주택의 현황을 짚어보았다. 노인복지주택이란 노인…

[리뷰13] 자유를 빼앗지 않는 돌봄의 세계-<돌봄, 동기화, 자유>

이 책은 다쿠로쇼 요리아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좌충우돌 히스토리를 담은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닙니다>(가노코 히로후미, 2017)의 후속편이다. 1991년부터 참여해 요리아이의 총괄 소장을 맡고 있는 무라세 다카오의 저서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 책은 그가 경험담으로 풀어낸 특별한 치매노인 돌봄 이야기이다.(치매(癡呆)는 ‘어리석고 어리석다’라는 의미로 해당 장애의 특징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며 당사자에게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1회 치매는 처음이라

아버지의 미수연 지난달에 가까운 친척들을 모시고 아버지의 88세 미수연을 했다. 다들 나이가 들어 왕래가 어렵다 보니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뵌 후 2년 만에 만나는 분이 대부분이었다. 홀로 된 아버지를 걱정하고 계실 듯해서 겸사겸사 식사 대접을 했다. 축하 인사 후 아버지 차례가 되었다. 말씀하실 때는 청산유수다. “예전에 어른들이 나이 80이 되면 무덤 속에 누운…

[리뷰12] 집에서 임종 맞기-<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1.홀로 집에서 죽을 수 있습니까?    2015년에 출간된 이 책은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독신의 오후』 와 함께 ‘싱글 시리즈’ 3부작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 우에노 치즈코는 혼자 사는 전문직여성으로 자식도 손자도 없다. 이 책을 출간할 당시는 68세였다. 그러니 이 책은 당사자의 시선으로 집에서 홀로 죽을 수 있을지를 탐색한 결과물이다.  …

나도 주치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깨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관절 전문병원’부터 갔다. 특정 자세를 취할 때 통증이 온다고 하자 의사는 MRI를 찍으라고 했다. 비싸서 좀 망설였지만 찍었다. 진단은 회전근개파열이었다. 의사는 수술해야 한다면서 다짜고짜 수술 일정을 잡고 가라고 했다. ‘회전근개’라는 단어도 처음 듣는 나에게 병의 원인 혹은 수술 이외의 치료 방법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진 채로 집에 돌아온 나는…

1회 – 추모가 있는 장례식을 꿈꾸며

코로나가 일깨운 장례의 의미 언젠가부터 누군가의 부고를 받고 조문을 가는 일이 익숙해졌다. 물론 누구의 죽음이냐에 따른 온도차는 있지만 내 몸은 기계적으로 할 일을 생각한다. 누구와 언제 조문을 갈지, 부의금은 얼마를 할지를 말이다. 부의금은 통상 상주와 나의 친밀도에 의해 결정되고 조문의 목적은 상주를 보러 가는 것이다. 원래 조문(弔問)에는 조상(弔喪)과 문상(喪問)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리뷰11] 나를 해부하는 글쓰기 –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

1. 섹스 잠 섹스 밥 섹스 잠 섹스 “2023년 마지막 날을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섹스 잠 섹스 밥 섹스 잠 섹스로 지내다, 파트너를 보내 놓고 잠과 밥을 마쳤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없는 것으로…ㅎ” 올 1월1일 페이스북에서 이 포스팅을 읽는 순간, 와우! 라는 감탄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놀라움(아니 이런 이야기를…

[리뷰10]노년은 젊은이들의 것이 아니다-<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SF의 거장 어슐러 르귄의 에세이 모음『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를 읽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이전에는 르귄을 읽은 적이 없다. 작년에 버틀러, 해러웨이 등을 공부한 친구들로부터 페미니스트 철학자들이 여성 SF 작가인 르귄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그녀의 이름을 알 정도로 르귄에 대해, SF에 대해 무지했다.(지금도 그렇다.^^) 내로라하는 여성 철학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작가…

1회 우리 엄마, 울트라수퍼 돌봄우먼

  언젠가 엄마의 구술 생애사를 써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엄마의 삶을 기록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엄마의 삶을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손녀딸이 인터뷰를 시작하긴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진행을 못해서 좀 아쉽다. 이렇게 빨리 엄마가 기억을 잃고 이야기를 못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