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5일 제4차 성소수자 노후인식조사 결과발표회에 다녀왔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는 2021년부터 2년마다 성소수자의 나이듦과 노후를 조명하는 ‘성소수자 노후인식조사’를 이어왔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지난 네 번의 조사를 총결산하는 자료와 의미를 짚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의 홈페이지에서 얻은 1~3차 조사의 개략은 다음과 같다.
1차 조사는 2021년 8월 10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했고 총 580명이 참여했다. 연령대는 30대가 78.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만큼 나이 든 성소수자와의 접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정성별 여성이 63.4%, 남성이 36.6%였다. 비교적 젊은 30대가 압도적이었지만 노후준비의 필요성은 93.7% 긍정적 응답을 했다. 대국민 조사에서 ‘돌봄을 포함한 건강’이 모든 성별, 모든 연령대에서 1순위였다면 성적소수자에겐 연령, 지정성별. 성별정제성과 성적지향의 모든 변수에서 거의 압도적으로 ‘주거’가 1순위를 차지했다. 대국민 조사에서 주거가 4순위를 머물렀음을 상기해 볼 때 성적소수자로 살면서 느끼는 가장 큰 걱정과 난관이 자신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머무를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드러난다.
2차 조사는 2023년 4월 1일부터 16일까지 17일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30대 이상 총 578명 참가했다. 1차 조사에서와 비교하면 40대 이상의 설문 참가자가 많이 늘었다. 지정성별은 여성은 70.6%, 남성은 29.4%다. ‘노후 준비 지원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1차와 마찬가지로 주거였고, 74.43%를 차지했다.
3차 조사는 2025년 4월 17일부터 5월 17일까지 총 31일간 온라인 방식으로 실시하였고, 총 1,039명이 참여하였다. 표본 규모가 확대되었고 전국 단위의 성소수자 노후인식 조사를 안정적으로 수행됐다. 연령대도 30대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기존 조사보다 응답자가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지정 성별이 여성인 경우는 71.3%, 남성 28.7%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응답자들은 노후 준비 지원에 중요한 정책에 대해 주거(73.8%) → 돌봄을 포함한 건강(70.2%) → 소득(54.7%) → 고용/일자리(51.1%) → 대인관계(18.0%) → 가족(14.9%) → 여가(4.9%) → 기타(1.2%) 순으로 응답하였다. 이는 1, 2차 조사의 결과와 일치되며, 성소수자에게 노후의 물리적 안전(주거)과 건강관리, 경제적 기반(소득, 일자리)이 여전히 핵심적 조건임을 보여준다.
4차 조사 발표회의 첫 번째 순서는 이번 조사의 결과와 지난 조사와 연계한 시사점이었다. 4차 조사는 26년(자료집이 없고 메모가 없어 날짜를 모름^^;;)에 진행됐고 40대 이상을 집중 조명했다. 총 315명의 노후준비 수준과 인식, 정책 요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시스젠더 성소수자의 삶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3.3/5.0이었다. 삶의 만족도는 주관적 소득 수준의 만족도와 상관관계가 많았고, 그다음으로 사회적 지지망, 공동체 소속감 순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의 노후에 대한 불안감은 높았는데, 50.29/75점으로 나타났다. 주요 불안 요소로는 건강> 경제> 성소수자 차별> 관계·고립·무위 순으로 나타났다.
노후에 시급한 정책으로는 생활동반자법, 성소수자 실버타운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시스젠더 이성애자/ 기혼’을 중심으로 노후정책이 정해졌기 때문에 성소수자의 파트너 돌봄은 제도 밖에서 수행된다. 그래서 다양한 공동체를 위한 ‘가족구성권 인정법’이나 ‘비혼동거커플을 위한 동반자법’이 ‘동성결혼 인정법’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것은 시사점이 많다. 모든 성소수자가 결혼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하지 않고도 파트너 돌봄이 법적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성소수자들이 나이가 들어 정체성을 감추는 것을 ‘다시 벽장으로 들어가기’라고 한다. 커밍아웃은 사회적 지지망 확대와 차별 노출이라는 이중적 특성을 동시에 지닌다. 대부분 가까운 사람들에겐 커밍아웃을 했고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정체성을 오픈하고 지내는 비율도 꽤 된다. 이렇게 지내다가 노인이 되어 다시 벽장으로 들어가는 삶을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성소수자 실버타운이 필요한 이유이다.
또한 4차례 조사에서 노후에 가장 시급하게 해결할 문제 중 ‘주거’가 압도적으로 높이 나왔다는 점도 시사점이 많다. 성소수자들에게 차별을 피할 나만의 안전한 공간으로서의 ‘주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차별을 해결해야 한다!

자료 : 제4차 성소수자 노후인식조사
성소수자는 커밍아웃 이후 원가족으로부터 쫓겨나거나 스스로 일찍 독립할 가능성이 크고, 통상 결혼하면서 집안의 도움과 국가 정책의 지원을 받아 전세 혹은 자가 구입을 하는 이성 커플이 갖는 기회를 성소수자는 가질 수 없기에 성소수자로서의 삶은 시작점부터 주거 불안을 안게 된다. 이런 불리한 출발점이 중도에 해소되는 계기가 없다면 노후에까지 주거 불안정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성소수자의 주거 안정성 확보는 장기적으로 성소수자 나이듦 프로젝트에 있어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짚어주는 발표도 있었는데, 돌봄도 역시 ‘상상력’이 중요한 것 같다. 2025년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것이다. 인류가 여지껏 맞이해 본 적 없는 늙은 사회. 그만큼 우리는 다양한 노년을 상상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노년의 예시가 필요하고, 더 많은 노년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성소수자의 노후인식 조사를 발표하는 이번 자리는 매우 뜻깊었다. 생의 전환으로서 나이듦, 그 거대한 전환 앞에 우리 모두 서 있다. 어떻게 이 파도를 넘을 것인가? 폐쇄적인 벽장이 아닌 더 안전한 벽장 밖이 필요해 보인다.
성소수자 노후 돌봄 공동체 ‘큐라이프협동조합’ 출범(여성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