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오후 두시 파지사유(수지구 동천동 874-6)에서 나이듦연구소 2025 여름 포럼 <치매, 돌봄, 그리고 요양원>이 열렸다. 포럼 공지를 하고 내내 목을 빼고 기다렸던 귀한 참가 신청자가 8명이었다. 그 중에 한 분은 개인 사정이 생겨 불참을 미리 통보했고, 한 분을 연락없이 불참이었다. 그나마 남원에서 신청하신 한분이 숙모님을, 또다른 한 분은 딸을 대동하고 와서 준비한 좌석을 꽉 채우고 14명이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요양원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팀이 함께 해서 포럼 과정 내내 촬영도 함께 진행되었다.(신청자들에게는 사전에 촬영고지와 동의를 받고 진행)
1부의 주제는 ‘치매 부모 돌보기의 기쁨과 슬픔’ 이었다. 연구소의 연구원인 인디언님이 현재 90세인 어머님이 루이소체치매 진단을 받으면서 5년째 돌봄을 하면서 생긴 문제의식을 담은 발제문을 읽었다. 집으로 어머님을 모시는 과정에서 어디서 돌볼 것인지 고민 했던 점, 자신있게 시작한 돌봄에서 감정적 문제로 혼란을 느꼈던 점, 경도인지장애 판정이후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급속도로 치매가 진행되면서 당황했던 이야기 등이 나왔다. 현재는 요양병원에서 재활치료를 겸한 돌봄을 받고 계신데, 장차 어머님의 병이 더 진행되면서 생길 변화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내용의 발제가 끝났다.
남원에서 80대 초반의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는 정윤님이 그간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치매의 증상으로 계속 밖으로 나가 걷는 어머님은 만보기로 2만보를 넘길 정도로 쏘다니신다고 한다. 그럴 때 마을에서 걸어 다니는 어머님을 만나면 정윤님께 알려주기도 하고, 파출소에도 어머니의 상황을 알고 있고, 마을 분이 집으로 데려다 주는 등 마을 전체에서 돌봄을 받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정윤님도 처음에는 어머니의 치매 진단으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주변의 도움도 받으면서 어머니와 함께 이 시간을 잘 보내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을 누군가와 이야기도 하고 서로 정보도 나눌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너무나 소중해서 포럼 공지를 보고 너무 기뻤다고 몇 번을 이야기하셨다.
남원에서 같이 온 미선님은 근처에 사시는 외숙모님이 3년 전부터 혼자 되신 데다 마을에서는 좀 떨어진 외진 곳에 살아서 걱정도 되고 어떻게 돌봐드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셨다. 외숙모님은 활달한 성격에 시원시원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조카와도 허물없이 지내고 싶다고 하셨다. 이런 자리에 와서 치매나 돌봄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의 일처럼 느껴지시는지 외진 집에 사는 애로를 토로하시며 주변에 마음 맞는 몇 사람이라도 같이 지내면 좋겠다는 바람도 얘기하셨다. 조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포럼의 이야기도 들으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좋았다.
동천동에서 왔다는 창환님은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연로하신데 최근 어머님이 많이 아프신 후 치매 증상을 보이기도 해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알츠하이머는 아니라고 했단다. 하지만 어머니는 분명 예전 같지 않으시고, 일상에서도 뭔가 어긋나는 점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치료할 방법이 없다니 답답하다고 했다. 창환님의 경우는 이제 막 부모 돌봄에 진입한 경우로 등급을 받는다든지, 어머니의 증상과 관련해서 어떤 조치를 시작해야 할지 답답하다는 속내를 밝혔다. 포럼 쉬는 시간에도 연구원들이 이러저러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코치를 해 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여주에서 온 영미님, 화성에서 온 은영님은 부모님을 돌봄이 임박했다는 것을 느끼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 참석했다고 했다. 시니어클럽에서 일하고 있다는 은실님도 관심사여서 신청했단다. 이렇게 참석자 분들의 이야기와 함께 현재 부모 돌봄이 처해 있는 여러 문제 지점도 나누었다. 가족의 누군가에게 독박으로 주어지는 돌봄, 공공 돌봄의 부재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은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나라 노인 돌봄의 경우 민간에서 사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데다 민간사업규모에서도 너무 영세해서 열악한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도 언급되었다. 이런 문제점을 요양원과 관련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나누는 2부로 이어졌다.
2부의 주제는 ‘좋은 요양원이란’이었다. 기린님의 발제문은 올해 구성의 한 요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무라세 다카오의 『돌봄, 동기화, 자유』와 연결시킨 내용이었다. 일본의 ‘요리아이 요양원’의 생활을 소개한 이 책의 질문은 “자유를 빼앗지 않는 돌봄이 가능할까”이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인지저하증이 있는 여러 어르신들의 사례를 들며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는 돌봄, 서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동기화 등을 통해 끝까지 자유로울 수 있는 어르신들의 삶의 과정을 밝히고 있다.
토의 과정에서는 다큐멘터리제작팀의 질문, 우리는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낼 때 왜 죄책감을 느낄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도 있었다. 영세하기 때문에 열악한 요양원에 대한 이야기들이 퍼지면서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인식이 많이 확산된 점,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요양원에는 절대 안 갈 것이라고 하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처지에 의해 가족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분들이나 경제적 여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요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자식들은 부모님이 원하지 않는데도 보내는 마음이 곧 죄책감의 근원이 아닐까 라는 의견이 있었다.
최근에는 어르신들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서 죽음까지 맞이하고 싶다는 의견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그러자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노화와 관련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의료지원, 생활 지원 등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026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역통합돌봄과 관련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언론의 기사가 넘쳐나는 가운데, 격리의 또다른 방식인 요양원 아니면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져야하는 돌봄 이외의 다른 대안은 없을까. 포럼에서 이와 관련한 의견들을 나누면서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국가에게는 요양원의 돌봄 시스템의 전문화 등을 통해 돌봄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재정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이웃과 연결시켜 서로를 보살피는 돌봄에 대한 상상력을 더 펼쳐야 한다. 이번 포럼에 참석했던 남원 분들이 살고 있는 산내면의 네트워킹(정윤 어머님의 경우)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와 민간, 그리고 개개인들이 돌봄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어서 돌봄의 모델로 공유되면, 일방의 돌봄이 아니라 모두의 돌봄을 보편화 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도 있지 않을까. 포럼 내내 서로의 상황을 나누고 해결 방법을 찾아 의견을 내고,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돌봄의 네트워크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돌봄에 처해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위해 모이는 장이 점점 늘어날수록 변화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길을 와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모으는데 함께 해준 참석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남원에서 참석한 정윤님, 미선님이 가져오신 과일 선물, 간식으로 먹고, 참가하신 분들 선물로, 다음날 필름이다 간식까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