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어디서 죽을 것인가
에디터 요요
1.어머니의 임종
어머니는 집에서 돌아가셨다. 2년간 병원 생활을 하던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온 지 딱 한 달째 되던 날이었다. 어머니를 모셔올 때부터 이미 어머니의 심신이 돌이킬 수 없는 소멸과 해체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에게는 어머니를 돌볼 시간이 남아있다고 믿고 싶었기에 이별이 너무 빠르게 온 것 같았다.
만일 어머니가 병원에 있었다면 산소포화도나 맥박 등 바이탈 수치로 임종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겠다고 했을 때 요양병원 주치의로부터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쇠약한 상태라는 말을 듣기는 했다. 그러나 의사의 말은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환자를 집에서 돌보려면 가족들의 마음의 준비와 굳은 각오가 중요하다는 조언이었지 어머니가 의학적으로 임종기에 접어 들었다는 통보는 아니었다.
집으로 모신 후 한 숟가락의 밥, 한 모금의 물이라도 더 드시게 하고 싶었다. 식사량이 줄면서 밥을 드시려 하지 않고 물 마시는 법도 잊어버린 듯 보인 것이 임종을 알리는 신호였다는 것을 돌아가시고 나서야 깨달았다. 병원에 있었다면 영양공급을 위해 콧줄을 달거나 수액 주사를 맞으며 생명을 연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연스런 변화에 따르며 119를 부르지 않겠다고 결심한 나로서는 그저 맘 졸이며 어머니를 지켜보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마치 연료가 소진되어 불이 꺼지듯이 편안하게 가셨다. 돌아가시던 시각에 남동생이 어머니의 임종을 지켰다. 동생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가시는 줄도 모를 정도로 고요히 가셨다고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아직 어머니의 몸은 따뜻했고, 어머니는 마치 주무시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2. 임종 이후
나는 동생들이 도착하기 전에 어머니의 몸에 붙어있던 장루 주머니, 기저귀, 욕창 드레싱 거즈, 몸 이곳저곳 긁어서 난 상처에 붙어있던 소독용 밴드를 조심스레 떼어냈다. 장루를 교환할 때마다 흘러나왔던 가스와 물같은 변도 멈추었다. 욕창 드레싱을 할 때마다 어머니가 내뱉던 단말마적 신음도 이제 없었다. 쪼그라들어 작아진 어머니의 몸 구석구석을 조심스레 닦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말년의 고통을 겪어낸 어머니의 몸에 대한 나의 마지막 예였다.
임종은 돌봄이 끝나는 시간이자 애도가 시작되는 시간이면서 장례 절차가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재택임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복잡한 장례절차를 드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임종하면 의사로부터 사망진단서를 바로 발급받아 장례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재택임종은 변사로 간주되어 사체 검안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번거로운 일을 겪지 않으려면 임종이 가까워졌을 때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단지 장례절차 상의 편의를 위해 편안히 돌아가셔야 할 분을 응급실로 옮겨 임종을 맞게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일일까, 이 또한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는 가까운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전화를 했다. 운구와 빈소사용에 대해 묻자 가족들이 집에서 고인과 충분히 애도시간을 가진 후 연락하면 운구차를 보내겠다는 답을 받았다. 우리 형제는 어머니의 시신 앞에 모여 앉아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우는, 서두르지 않는 작별을 했다. 다음날 아침 장례절차에 들어가기 전 검안의로부터 사망진단서 겸 사체검안서를 발급받았다. 경찰 조사는 없었다. 노환으로 돌아가신 것이 확실시되는 자연사의 경우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3. 집에서 임종하기 어려운 이유
어머니처럼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최빈도 죽음의 모습은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기계에 둘러싸여 연명치료를 받다 숨을 거두는 것이다. 통계가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장기요양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2023년)에 의하면 67.5%의 노인이 마지막 임종의 장소가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임종 장소는 희망과 달랐다.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은 노인이 72.9%이고, 자택 임종을 한 노인은 14.7%에 지나지 않았다.(전체 사망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청 자료도 의료기관 사망자가 75.4%, 자택 사망자가 15.5%니 장기요양수급자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 어머니의 생애 말기 2년이 그러했듯이 노년의 삶이 의료화되어 있고, 돌봄이 철저하게 가족의 책임으로 떠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낙상으로 고관절 골절 수술을 받은 어머니를 집에서 돌볼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언제 응급상황이 발생할지 몰랐기 때문에 의료진이 상주하는 병원이 더 좋은 치료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요양병원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뒤에도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정신이 온전하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와상환자가 된 어머니를 누가 24시간 돌볼 것인가. 가족 중 누구 한 사람이 돌봄을 전담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한 집에서의 돌봄은 불가능했다. 한 사람이 돌봄을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경제적 여력이 따라야 한다. 그러니 가족에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은 노년의 당사자 스스로, 혹은 재택 돌봄을 감당하기 어려운 보호자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죽음의 장소 역시 의료기관을 벗어날 수 없다.
4. 재택임종을 위한 돌봄의 조건은?
어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여 코호트 격리가 이루어진 다음, 나는 어머니를 집에서 돌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2주일에 한 번 가능했던 비대면 면회마저 중단되자 우물쭈물하다가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후회막급인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이 엄습했다. 사랑하는 이들과 신체접촉과 눈맞춤, 서로를 향한 사랑과 걱정을 나누지 못하는 외로운 어머니의 말년이, 그리고 그런 현실을 용납하고 있는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었다.
집에서의 밀기돌봄과 임종돌봄이 가능하려면 가족의 결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먼저 의료진의 방문진료가 꼭 필요했다. 다행히 일산이 일차의료기관의 방문진료 시범사업이 이루어지는 지역이어서 방문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욕창 드레싱과 장루관리를 해줄 수 있는 방문간호도 가능하다는 확답을 얻었다. 훨씬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재가요양센터를 통해서 24시간 어머니를 돌보아 줄 간병인을 구하고, 동생들과 함께 간병인이 쉬는 날을 돌봄을 맡을 당번일정을 짰다. 방문간호사가 매일 방문한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드레싱과 같은 케어만이 아니라 생애말기돌봄과 임종기 돌봄에 좀 더 도움이 되는 정보와 지침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형제들과 한달에 일주일씩 아버지 돌봄을 계속하고 있다. 치매인인 아버지는 매일 데이케어센터에 나가시지만 혼자서 일상을 꾸리지는 못한다. 아침 저녁으로 식사와 약을 챙기고 컨디션을 살펴야한다. 아버지가 지금보다 더 거동이 불편해지고 치매가 심해지면 우리는 어떻게 아버지를 돌보게 될까? 나는 아버지도 병원이 아니라 살던 집에서 돌아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집에서 편안하게 임종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래본다. 올 3월부터 시행되는 지역통합돌봄에 희망을 걸기에는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고 살던 곳에서 죽을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박중철 당신의 마침표] 06_살던 집에서 죽을 수 있다면(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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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스테이에서 은퇴자마을까지 : 왜 고령자 주거는 늘 ‘부처별 상품’이 되는가
나이듦아카이빙뉴스레터 2025년 5월호에서 우리는 “노인, 주택이 아니라 마을에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 때 우리가 문제삼았던 것은 기재부 주도하에 추진되는 ‘실버스테이’였다. 고령자 주거의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며 등장한 중산층용 민간임대주택. 그러나 그것은 애초부터 노인의 삶이 아니라 주택 시장의 빈틈에서 기획된 정책이었다. 돌봄은 옵션이었고, 공동체는 상상되지 않았다.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국토부는 2026년 업무 계획에 ‘은퇴자 마을’ 건설을 포함시켰다. 의원 입법 (‘은퇴자마을(도시)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받아 이를 현실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보건복지부가 미는 것은 ‘고령친화도시’ 제정이다. 현재 법적 근거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노인복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그런데 이런 접근에 문제는 없는가? (나이듦연구소의 질문들)

이미지 출처 : 한경
첫째: 부처별로 쪼개진 접근. 대상화되는 노인의 삶
기재부는 고령자주거를 시장의 문제, 즉 수요와 공급의 문제로 다룬다. 국토부는 이것을 ‘공간’의 문제, 즉 단지를 개발하는 문제로 다룬다. 복지부는 이것을 ‘사업’의 문제, 즉 지표를 개발하여 평가, 지정하는 문제로 다룬다. 그런데 삶이 이렇게 나누어질 수 있는가? 여기에서 주거는 ‘공급’되고, 돌봄은 ‘제공’되며, 노후는 ‘관리’된다. 노인이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늙고 싶은지는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
둘째: 이게 ‘살던 곳에서 사는 것(Aging in Place)’일까? 이주 정책 아니고?
지역사회통합돌봄의 핵심은 살던 곳에서 친구, 이웃과 함께 서로 돌보면서 늙고 죽어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퇴자 마을은 기존 삶터를 떠나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할 것을 명령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평등도 해결해야 하고, 수도권의 살인적인 집값도 잡아야 하지만 이것을 노인들을 지역으로 이주시켜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편의적이기도 하고 실현가능하지도 않다. (이미 민간의 은퇴자마을이 실패하고 있다)
셋째: 노인만을 위한 주거, 새로운 게토!
작년 5월의 오프닝칼럼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실버타운도, 고령자복지주택도, 실버스테이도, 은퇴자 마을도 결국 효율적인 행정 관리와 토건 수익을 위해 노년을 사회로부터 분리시키는 ‘게토’, 혹은 더 넓은 ‘시설’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서비스가 아니다. 마지막까지 나와 주변 사람들을 함께 감당하고 있다는 자기존중감, 그리고 세대를 순환하는 돌봄, 불가피한 소음과 그럼에도불구하고 다양한 세대의 연결 속에서 탄생하는 배움과 풍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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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P
▶낡은 지방아파트를 생태적인 고령자 주거로 전환시키려면?(여성경제신문)
-지방에 있는 노후 아파트는 재건축의 가치가 없다는 시장의 판단 아래 점점 빈집으로 전락하는 추세다. 건축 전문가들은 30년 이상 된 아파트를 재건축이 아니라 골조를 살려 리모델링하면 공사비를 40% 이상 절감할 수 있고, 고령자들에게 분양하면 입주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제도다. 1990년대 낡은 아파트는 현행 노인복지주택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 일본은 2011년부터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 제도를 도입해서 건물 구조와 같은 물리적(하드웨어) 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안부 확인이나 생활 상담 등 돌봄 서비스(소프트웨어)를 강화한다고 한다.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생태적이고 돌봄친화적인 리모델링 건축의 상상력이 제도(법)에 반영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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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노인에게 1.5가구의 사회적 연결망은 ‘생명줄’ (중앙일보)
-1.5 가구란 완전한 1인도, 전형적 가족도 아닌 상태로 느슨하게 연결된 생활의 형태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70대의 1인 가구가 가장 많다. 고령 1인 가구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위기 신호를 알아봐 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다.
-혈연 가족(1가구)과 완전히 고립된 상태(0가구) 사이에서, 이웃, 지인, 단골상점 등 느슨한 사회적 연결망인 ‘1.5가구’는 고독사와 응급 상황을 막는 마지막 안전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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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이상 ‘동네병원 주치의’ 제도, 내년 7월 시작 (한겨레)
-보건복지부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도입하고, 2028년까지 시범 사업을 거쳐 제도화를 추진한다.
-시범사업 지역에서는 내년 7월부터 50세 이상 장·노년층은 동네 의원을 ‘주치의’처럼 등록해 만성질환을 지속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다. 주치의 의원에는 환자 1인당 월 정액 관리료가 지급돼 ‘5분 진료’ 구조를 완화하고, 필요시 종합병원·지자체 돌봄 서비스와 연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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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집으로 오는 치과’, 한국은 왜 안 될까(조선일보)
-오는 3월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에 ‘방문 구강관리’가 포함됐지만, 정작 방문 치과 진료를 뒷받침할 수가와 전달체계는 마련되지 않았다.
-일본은 방문기본료, 구강관리료, 위생사 방문료 등을 제도화해 치과 진료팀이 정기적으로 가정을 찾지만, 한국은 ‘관리’만 있고 치료는 빠진 상태다.
-고령 환자일수록 구강 건강이 다양한 합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구강 관리는 생존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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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사회와 AI
▶스마트경로당이 보여주는 두 가지 길(한겨레/오마이뉴스)
-대전 유성구와 완도군의 스마트경로당은 고령화 사회에서 AI, 디지털 기술이 노인의 일상과 돌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유성구는 2021년 전국 최초로 스마트경로당을 도입한 뒤 현재까지 120곳을 구축했다. 화상 시스템을 활용한 건강체조, 노래교실, 디지털 교육 등 비대면 프로그램만 해도 연간 160회 이상 운영되며, 누적 참여 인원은 수만 명에 이른다. 건강 키오스크와 디지털 건강수첩까지 결합되면서 스마트경로당은 여가 공간을 넘어 건강 관리, 학습, 사회적 연결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반면 완도군의 스마트경로당은 ‘규모’보다 ‘접근성’에 방점이 찍힌다. 섬 지역 경로당에 인터넷 기반 시스템을 설치해, 이동이 어려운 노인들도 치매 예방 프로그램과 건강체조, 실시간 소통 서비스를 집 근처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역의 노래와 노동 동작을 살린 콘텐츠를 접목해, 디지털 기술이 지역 정서와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령화 사회에서 AI가 돌봄을 대체할 것이라는 일반화된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의 적절한 활용은 고령자의 고립을 줄이고 연결을 확장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한겨레
■ 돌봄노동
▶값싸게 굴러가는 돌봄(한겨레/일다)
-돌봄노동이 필수노동이 되었음에도, 그것이 젠더화된 저임노동이라는 점은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대학병원 간병노동자들은 평균 연속 11.64일 근무, 하루 수면 4.38시간에 놓여 있고, 최근 석 달간 월평균 임금은 175만5600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쳤다. 응답자의 97.8%가 여성, 평균 연령은 65.15세였다. 절반 이상이 업무 중 부상을 경험했지만, 사고 뒤 82.9%는 ‘본인이 해결’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부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인력소개업체를 통해 일하며, 노동시간, 임금, 산재 등 법적 보호 밖에 놓여 있다.
-일본의 방문요양보호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요양보험 제도 도입 이후 ‘효율화’를 이유로 서비스 시간이 단축되면서, 이동, 대기, 취소, 기록 같은 부대노동이 전체 구속시간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임금은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실질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175.2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취소 70% 이상, 대기시간 78.5% 미지급이 흔하다. 여기에 2025년 4월 기본보수 인하까지 겹치며 방문요양 사업소의 60%가 적자, 구인배율 15배라는 심각한 인력난 속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일본의 현직 요양보호사들은 국가가 요양보호 보수를 설계하면서 실제 노동시간과 비용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최종적으로 청구는 기각됐지만, 법원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장기간 개선되지 않았고, 노동 실태가 제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자체는 인정했다.
-두 사례는 돌봄노동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실제 노동시간과 위험을 반영한 보수 체계 마련, 법적 보호의 확대 등 제도 개선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조직적 문제 제기와 사회적 논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 한겨레
■ 존엄한 죽음
▶연명의료 중단에 필요한 것은 인센티브가 아니라 인프라(서울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
-연명의료중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환자의 선택을 유도할 인센티브 부족이 아니라, 선택을 실행할 수 있는 인프라 부재에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보험료 감면 같은 보상책은 연명의료 문제를 재정 논리로 환원할 위험이 크고, 환자의 자기결정을 오히려 왜곡할 수 있다.
-실제 통계는 방향을 보여준다.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직접 결정했을 때 의료비는 낮아지고, 중환자실·응급실 이용은 줄며, 호스피스 이용률은 높아졌다.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그렇게 결정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호스피스 병상, 재택의료, 임종 돌봄 서비스, 윤리위원회, 상담 체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임종기’ 기준의 모호함, 수도권, 대형병원에 쏠린 결정 기관, 가족 없는 환자의 사각지대, 저소득·농어촌의 낮은 정보 접근성 등 제도적 장벽이 연명의료중단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명의료 결정은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 수단이 아니라, 환자가 충분히 숙고하고 선택한 뜻이 현실에서 존중받도록 만드는 사회적 책임의 문제다. 필요한 것은 보상이 아니라, 존엄한 죽음을 가능하게 하는 돌봄과 의료 인프라다.
▶요양원 임종실이라는 인프라(한경)
-연명의료중단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결정 이후 머물 수 있는 임종 돌봄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을 서울요양원의 임종실 운영 사례가 보여준다.
-서울요양원은 시설 내 임종돌봄 공간 ‘사랑채’를 마련해, 생애 말기 어르신이 병원이 아닌 익숙한 생활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24시간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임종실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확인을 전제로 요양보호사, 간호인력, 사회복지사 등이 협력하는 다학제 구조로 운영되며, 평균 이용 기간은 2~3일이다. 보호자들은 “병원이 아닌 공간에서 이별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평가했다.
🖇️ 기타
▶죽기 전 ‘사후기부’ 희망하는 일본의 고령인들(조선일보)
최근 일본에서 사망하기 전 미리 유산을 어디에 쓸지 결정해 놓는 유산 증여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산을 상속할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고령층 비율이 증가하면서 국고로 귀속되는 유산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왕이면 유산을 희망하는 분야에 기부하기 위해서다. 일본상속학회 요시다 슈헤이 부회장은 의지할 곳 없는 고령자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에 “생전에 신세를 진 사람이나 사회단체 등에 유산을 주는 유증도 유언장을 통해 가능한 만큼 자기 재산을 어떻게 할지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할배 인플루언서’의 등장, 귀엽고 웃긴 ‘할배’들이 나타났다(조선일보)
최근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에서 남성 시니어의 활약이 눈에 뛴다. 영상 촬영·편집 등 제작 방법을 직접 배워 나서는가 하면, 자녀·손주의 협업으로 인플루언서 반열에 오른 경우도 많다. 우리네 아버지 같은 소탈하고 평범한 일상, 소소한 삶의 교훈과 깨달음을 알려주는 모습에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인플루언서 할머니들에 이어 등장한 할배들은 젊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불필요하게 가르치려 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전혀 꼰대 같지 않기 때문에 MZ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달의 추천 칼럼
건강중심 사회에서 돌봄중심 사회로(경향신문) – 이기병 한림대의대 내과교수·의료인류학자
에디터스 픽

▶노인의 꿈 / 연극 / 성종완 연출 / 출연 김영옥, 김용림, 손숙, 하희라, 이일화 등 / LG아트센터 / 2026년 1월 9일~3월 22일
한때 화가를 꿈꿨지만 지금은 작은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봄희에게 어느날 춘애라는 힙하고 에너제틱한 할머니가 찾아온다. 춘애는 자신의 영정사진을 직접 그리고 싶다며 봄희에게 미술 수업을 요청하고, 두 사람은 열 번의 그림 수업을 통해 특별한 인연을 쌓아간다. 학원의 경영난, 갱년기, 남편과 의붓딸과의 어색한 관계, 그리고 꼰대력 높은 아버지 ‘상길’까지,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던 봄희에게 춘애와의 만남은 자신의 꿈과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돌봄의 정치학 – 돌봄의 공동체는 어떻게 가능한가 / 김주형, 남재욱, 서현수, 신영전 지음 / 사월의책 / 2025
모든 공공 자원과 복지를 시장화, 사사화(私事化)하는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돌봄은 개인 능력에 맡겨진 문제가 되었고, 돌봄 노동과 노동자는 가장 낮은 대우를 감수하고 있으며, 성차별과 계급차별의 장이 되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 책은 돌봄이 왜 민주주의의 문제인가? 돌봄과 복지국가의 관계는 무엇인가? 건강과 의료 만능 이데올로기 속에서 돌봄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며 ‘돌봄민주국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엄마의 죽을 복 – 순리대로 살다 깔끔하게 가겠다는 / 신문자 / 에세이 / 한사람연구소 / 2026
여든에 파킨슨과 췌장암을 진단받은 엄마는 “순리대고 가겠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까지 써 두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막상 그 일이 현실이 되자, 딸 문자는 치료를 멈추지 못했고 순리를 거스르는 항암과 돌봄 속에서 엄마의 몸은 빠르게 무너져 간다. 엄마가 말하던 ‘죽을 복’은 정말 사라진 것일까. 비혼의 막내딸인 저자는 부모돌봄의 현장 한가운데서 돈과 노동, 감정의 무게를 계산한다. 5개월간 4,250만원이 든 돌봄의 비용, 간병을 떠받치는 중년 여성들의 노동, 그리고 가족과 마을이 함께 감당해야할 돌봄의 구조를 묻는다.

▶바르도 오어 낫 바르도 / 앙쿠안 볼로딘 지음 / 조재룡 옮김 / 소설 / 워크룸프레스 / 2025
삶과 죽음 사이의 중간계인 바르도를 통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유예된 시간과 공간을 그려낸 앙투안 볼로딘의 소설. 셰익스피어 <햄릿>의 문장을 변주한 제목 아래, 사후 49일간 방황하는 바르도의 상태를 삶 이전과 죽음 이후, 있음과 없음 사이의 떠다니는 공간으로 펼쳐 보인다. 볼로딘은 이 소설에서 죽음 이후의 여정을 다루며, 바르도라는 개념을 통해 삶과 서사의 경계를 동시에 질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