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래퍼들이 보여준 또다른 노년의 탄생, ‘수니와 칠공주’
지난 10월 15일 ‘수니와 칠공주’의 멤버인 서무석 할머니(87)가 세상을 떠났다. 그룹으로 활동한 지 5개월 만에 림프종 혈액암 3기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서할머니는 이 사실을 그룹 멤버들에게 비밀로 하고 계속 활동을 이어갔다. 할머니의 열정적인 활동에 가족들은 말리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해야 했다. 이 날 장례식장에는 할머니들의 랩이 울려 퍼졌다. “무석이가, 빠쥐면, 랩이 아니쥐, 무석이가, 빠쥐면, 랩이 아니쥐….”.
남은 생을 병원에서 누워있는 대신, 무대에 서기를 택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출발은 군에서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이었다. 여든을 넘긴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치면서 살아온 세월이 시가 되었다. 한국 전쟁 통에 겪었던 사연이 술술 풀려나왔고, 사별한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들깻잎에 담은 구절들이었다. 이렇게 시를 쓰면서 익힌 흥이 랩으로 연결되었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학예회 발표를 준비하기 위해 경로당에 모였던 할머니들이 유튜브에 나온 랩을 보고 우리도 해보자고 나섰다. 공무원이 되기 전 연예인을 꿈꿨던 칠곡군의 주무관이 랩선생을 맡았고 문해교실 강사도 적극 지원했다. 그렇게 지난 해 8월, 평균 나이 85세 여덟 명의 할머니들로 구성된 ‘수니와 칠공주’ 래퍼 그룹이 결성되었다.
‘수니와 칠공주’와 성인문해교실 강사 정우정씨(맨 오른쪽), 칠곡군 안태기 주무관(맨 왼쪽). 칠곡군 제공
선글라스에 금팔찌 십자기 목걸이로 코디한 래퍼 의상을 장착한 할머니들은 랩을 하면서 지역 축제에도 가고 어린이집에서 공연도 했다. 올해 10월 4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한글주간 개막식’에 참가했다. 할머니들은 어린 시절 가난과 시대적 상황 등으로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아쉬움을 담은 곡인 ‘환장하지’, 늦깎이 학생으로서 느낀 배움의 기쁨을 노래한 ‘나는 지금 학생이야’ 등을 불렀다. 아침에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농사에 집안일로 하루를 보내던 여든 할머니들이 글을 깨치니 새로운 장이 열렸다. 고추를 따는 일이 랩이 되고, 아침 저녁 소들을 보살피느라 고달픈 일상이 소재가 되었다.
글귀가 트이고 말문이 열리며 경험이 쌓이니 삶의 밀도가 깊어졌다. 그 밀도는 이제껏 보아왔던 것들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수니와 칠공주는 못 배운 평생의 설움을 풀어내고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노래하며 또 다른 노년의 모습을 펼쳐 보였다.
[관련 기사]
▶평균 85살 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 (한겨레신문)
▶암 투병 숨긴 할매래퍼(경향신문)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조선일보)
* 관련 기사의 링크는 하단의 이달의 링크 모음에서 제공합니다.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은 ‘신’ 노년이 늘고 있다. – 보건복지부 2023 노인실태조사보고서
10월 17일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3년 마다 노인들의 가족 및 사회관계, 경제 상태, 건강 및 생활상황 등에 관해 조사한다. 이번 조사 결과의 특징은 이전 세대보다 소득, 교육 수준이 높은 새로운 노년층이 확대되고, 일하는 노인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또한 재산을 상속하는 대신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비중이 대폭 증가해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했다. 한편 돌봄 제공자를 가족이 아닌 장기요양보험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해서 공적보험의 역할이 증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인 가구의 비중도 늘어났는데, 1인가구는 특히 건강 상태, 영양 관리 등에서 가족이 있는 세대에 비해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임 대한노인회 회장의 제안 – 75세부터 노인으로 해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0월 21일 제19대 대한노인회 회장에 취임했다. 이회장은 취임식에서 노인 연령 상향조정, 재가 임종제도 추진, 인구부 신설, 대한노인회 중앙회관 건립 및 노인회 봉사자 지원 등 대한노인회 발전을 위한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회장은 취임 첫 작업으로 노인의 기준연령을 현행 65세에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해 75세까지 늦추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생산인구에서 복지대상 인구로의 전환 기준 나이를 늦춤으로써, 노인부양, 연금 문제 등을 해소해 보자는 설명이다. 또 노인이 집에 머물면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재가지원 및 요양보호사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재가 임종제도 방안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생계를 위해 1주일에 최소 1시간 이상 일을 한 취업자, 60대가 제일 많아
10월 22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27만 2천명 증가한 674만 9천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2021년 5월 처음 20%를 돌파한 후, 지난달 50대 취업자(23.3%)를 처음 넘어서 23.4%로 전체 연령대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 노인들 병원진료비 1,500원은 옛말, 진료비 상승에 맞게 재조정 해야
노인외래정액제는 65세 이상 노인이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등)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때 총 진료비가 1만5천원을 넘지 않으면 1500원의 정액만 부담하는 제도로 1995년부터 시행되었다. 그런데 실제로 1500원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 왜 그럴까.
의료수가의 상향 조정에 맞추어 2018년부터 1만5천원을 넘어서는 구간에 대해서는 금액별로 본인부담이 높아지는 계단식 정률제가 시행되고 있다. 의원급의 초진료는 2024년 기준 1만7천610원으로 매년 오르는데 반해 노인외래정액제 기준금액(1만5천원)은 2001년부터 23년째 동결되어 당초의 목적이 무색해진 것이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노인외래정액제 정액·정률 구간과 금액기준을 수가상승에 맞게 조정하되 노인의 소득과 의학적 필요도를 고려해 본인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인지증(치매)노인 500만 시대를 맞아 ‘인지증 기본법’ 시행(이투데이)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 인지증환자(치매)가 500만 시대가 임박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5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에서 치매 노인(인지증 환자)으로 등록된 인구는 443만 명에 달했다. 2040년에는 전체 노인 인구의 약 15%인 584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공생(共生)사회 실현을 위한 인지증 기본법(인지증 기본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인지증 환자와 그 가족들이 존엄을 유지하며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고령화 현상으로 인지증 환자들을 돌보는 사회적 부담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인지증 환자와 공존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정책으로 바꾸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지증 경증 환자의 취업을 추진하고, 인지증으로 판단 능력이 감퇴한 노인을 대신해 자산관리나 생활, 의료, 개호 등을 법적 지원하는 ‘성년 후견제도’에 대한 재검토도 포함되어 있다.
▶ 죽음 서비스가 뜬다, ‘데스 테크’ 기업의 확산(아시아 투데이)
호주 뉴스닷컴의 보도에 의하면, 죽음에 초점을 맞춘 ‘데스 테크(Death Tech)’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임종 계획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 회사는 이용자들이 15분에서 20분 안에 온라인으로 유산 상속과 생의 마지막 순간을 위한 연명 치료 계획이 포함된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장례와 화장 절차를 디지털화한 회사,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 인사를 계획하는 사람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사망한 사람의 모든 온라인 계정을 위임받은 사람이 폐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 계정 비밀번호, 이미지 및 비디오, 중요한 문서 등을 저장할 수 있는 금고를 제공해 사망 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 전 세계 죽음 서비스 산업의 가치는 한화 약 150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전문가들은 이 거대한 산업에 데스테크에 기반한 파괴적 혁신이 시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몸, – 살아내고 말하고 저항하는 몸들의 인류학>, 김관욱 지음, 현암사, 2024
‘나의 수족처럼 부리던 몸뚱이가 아닌 삶의 근본적인 몸’에 대한 이야기다. 카페인과 니코틴에 중독된 몸, 상처 입고 다친 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몸과 같은
이상한 몸들에 관한 인류학은 사회의 아픔이 어떻게 우리 몸에 반영되어 구부러지고 아픈 몸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의료인류학자 김관욱 교수는 사회와 문화가 만들어 낸 몸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라 ‘몸이 곧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삶이 흐르는 대로>, 해들리 블라호스 지음, 고건녕 옮김, 다산북스, 2024
호스피스 간호사의 잊지 못할 열두 명의 환자들과 보낸 마지막 시간의 기록. 작가는 장의사였던 외조부 덕택에 어릴 때부터 죽음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며 죽음이 얼마나 갑작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것인지 깨달으며 상실감, 분노, 혼란을 경험했다. 서른 두 살의 호스피스 간호사에게 죽음을 앞둔 이들이 전해준 삶의 지혜와 중요한 진실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선배시민>, 유범상, 유해숙 지음, 마북, 2024
초고령사회의 문턱에서 바라본 한국 노인들의 위상은 OECD 회원국 중 최고의 고용률, 최고의 자살률, 최고의 빈곤율이 대변한다. 게다가 잉여인간, 세금을 탕진하는 존재, 꼰대와 같은 혐오적 시선까지 더해진다. 이런 현실 속에서 늙음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사회적 역할이 있고 품위를 갖춘 인간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 위한 새로운 노인상을 찾기 위해 노인을 시민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선배시민은 시민이자 선배인 존재로서 공동체에 참여하며 후배시민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노인이다. 사회복지학자 두 명이 선배시민이 되기 위한 철학과 실천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에겐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하다> 김운하 외 오이코스인문연구소 엮음, 지혜의산, 2024
이 책은 돌봄을 키워드로 한 여덟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돌봄은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가치 기반이며, 돌봄 행위는 그러한 가치의 실천이다. 그러나 돌봄 수행 과정에서 우리는 그 가치를 존중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행위를 소소하고 사적인 영역에 묻어 둔다. 자기돌봄은 조심스럽고, 돌봄 대상자에 대한 시선은 따가우며 돌봄 수행자의 지위는 열악하다. 돌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왜 돌봄에 관해 이러한 오해와 평가절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지. 가족, 사회, 동물 그리고 생태 문제 모두를 아우르는 돌봄윤리는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오이코스인문연구소에서 엮었다.
<룸 넥스트 도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2024
1980년대 뉴욕에서 함께 일했던 잉그리드(줄리안 무어)와 마사(틸다 스윈튼)오랜 시간 연락이 닿지 않았던 두 사람이 그때와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 사랑과 우정,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나눈다.
미국의 소설가 시그리드 누네즈가 쓴 소설 ‘어떻게 지내요(What Are You Going Thruough)’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 줄리앤 무어, 틸다 스윈튼 주연
[이달의 기사]
▶평균 85살 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 (한겨레신문)
▶암 투병 숨긴 할매래퍼(경향신문)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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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은 ‘신’ 노년이 늘고 있다. – 보건복지부 2023 노인실태조사보고서
▶신임 대한노인회 회장의 제안 – 75세부터 노인으로 해야(경향신문)
▶생계를 위해 1주일에 최소 1시간 이상 일을 한 취업자, 60대가 제일 많아(경향신문)
▶ 노인들 병원진료비 1,500원은 옛말, 진료비 상승에 맞게 재조정 해야(연합뉴스)
▶일본, 인지증(치매)노인 500만 시대를 맞아 ‘인지증 기본법’ 시행(이투데이)
▶ 죽음 서비스가 뜬다, ‘데스 테크’ 기업의 확산(아시아 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