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해야 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일 해야 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이달의 이슈에서는 고령층의 경제활동을 다룬 네 개의 기사를 골라 소개한다.

1. 경향신문에서는 통계청 발표를 인용해 일하고 싶은 노년층의 증가와 그 이유를 다루었다. 7월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55~79세 고령층에서 취업자는 약 960만명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이 60.6%로 1년 전보다 0.4%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고령층(약1600만)중 일하기 원하는 고령자도 약1100만명으로, 고령층 10명 중 7명은 현재 취업상태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 일을 계속하기 원한다는 뜻이다. 일하고 싶은 사유는 ‘생활비에 보탬(55%)’이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35.8%)’이 뒤를 이었다. 일자리 선택 기준으로는 ‘일의 양과 시간대(30.5%)’ ‘임금수준(20.2%)’ ‘계속 근로가능성(15.6%)’ 등을 꼽았다.

2. 반면, 오마이뉴스는 고령층에게 적용되고 있는 노동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노동법에서는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고령 노동자는 근무기간과 상관없이 지속해서 비정규직으로 채용이 가능하도록 규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제외규정)되어 있다. 또 65세가 넘어 새롭게 취업한 고령 노동자는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해고나 권고사직을 당하더라도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없다. 고령자일지라도 이들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 구직급여와 같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고령노동자를 위한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3. 한겨레신문은 서울시의회에서 발의한 노인 차별법 관련 기사를 실었다. 지난 2월 윤기섭 국민의힘 서울시 의원등 38명은 ‘노인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면 고용주가 젊은이를 선호해서 노인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 것이니, 최저 임금 적용 대상에서 노인을 제외하여 노인 일자리를 활성화하자는 제안이었다. 연령·성별에 상관없이 최저 노동 기준선을 보장하는 최저 임금제도를 잘못 이해한 발의에 대해, 편의를 내세운 접근으로 헌법적 권리의 기준을 무너뜨린 ‘넌센스’라는 비판도 나왔다.

4. 조선일보는 정년 후 ‘계속 고용’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법적 정년은 60세이지만,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나이는 최소 63세다(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 그 사이 3년간의 ‘크레바스(틈)’ 시기에는 퇴직금만 축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2020년부터 계속 고용 근로자 1명당 최대 3년 동안 총 1080만원의 ‘고령자 계속 고용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기업과 지자체도 계속 고용을 시행하거나 계획 중이다. 크라운제과는 지난 2016년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하고, 63세부터는 1년 단위 촉탁 재고용으로 근무할 수 있게 했다. 현대자동차는 60세 정년 이후에도 생산직 근로자가 원하면 1년 더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숙련 재고용 제도’의 기간을 2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대구시는 내년부터 정년이 지난 ‘다자녀 공무직 직원’을 계속 고용하기로 했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정년과 연금 수급 시기를 맞춰서 ‘직장에서 연금으로’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것이 최근 선진국의 추세”라고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나이듦연구소의 한마디]

일하고 싶거나 일해야 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제반 환경은 너무나 허약하다. 특히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하는 생계형 노령층에게 현재의 일자리는 질이 낮고 법제도는 불리하다. 정규직의 경우는 ‘계속 고용’과 ‘정년 연장’이라는 옵션이 주어질 수 있지만, 60대 이상의 68.7%(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2023년)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불안정한 일자리가 불평등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또한 현재 대다수의 노인 일자리는 단순 반복 업무이거나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돌봄 노동, 청소와 미화 등 젊은 구직자가 피하는 분야이다. 이들을 위한 일자리의 다양화, 근무 조건에 대한 제도적 개선, 그리고 노인일자리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 없이는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관련 기사]

▶ “73세까지 일하고 싶어”…은퇴를 잊은 고령층(경향신문)

▶55세에 닥칠 비극,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오마이뉴스)

▶노인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하자는 서울시의원 38명(한겨레신문)

▶6070 돼도 가족 생계 짊어져… ‘정년 후 계속 고용’ 기업 증가(조선일보)

▶ 늙으면 왜, ‘고음불가’가 될까-김진세 정신과 전문의(경향신문)

나이가 들면 목소리도 늙는다. 주름이나 흰머리가 생기는 것처럼, 쉰 목소리가 나고 음성의 강도도 떨어진다. 성대 상피층의 점액이 줄어 경화가 일어나 경직되기 때문에 고음을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목소리는 의사소통을 할 때, 특히 첫인상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저음의 굵은 톤은 믿음을 주지만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는 주눅 들어 보이기도 한다. 목소리가 노화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질병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노화에 의한 것이라면 평소 물을 자주 마시고, 큰 소리 내는 것을 자제하며 흡연과 음주를 피하는 것으로 목소리를 지킬 수 있다고 한다. 노년의 수다를 위해 목소리를 관리해 보자.

▶ 요양원 가족임종실 확산을 바라며(국민일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요양원에 임종실이 설치되었다. 8월 1일부터 시행될 의료법 개정안에 의해 300병상 이상을 갖춘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는 1개 이상의 임종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지만, 요양원은 의료시설이 아니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요양원에서는 임종 징후를 발견하면 보호자에게 연락하여 응급실로 이송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마치 폭탄돌리기(상태가 다시 좋아지면 요양원으로 돌아가는 과정의 반복)처럼 이루어지곤 한다. 서울요양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했다. 임종기 판단과 돌봄에 관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고, 사망 진단서는 미리 정해둔 장례식장에서 사후에 발급받거나 요양원의 촉탁의에게 의뢰했다. 임종실을 이용한 가족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임종실 유지와 관리 비용의 부담, 임종기 판단과 돌봄에 대한 직원 교육 등의 난제를 해결하여, 전국의 수많은 사립 요양원에도 임종실이 설치되기를 희망해 본다.

▶ 나이듦에 대해 생각하는 일주일, 베를린 노인주간(한국일보)

독일에서는 매년 베를린 상원의 ‘노동·사회·평등·통합·다양성 및 차별금지 부서’가 주관하는 노인주간 행사가 열린다(2024년 6월 22일~29일). 올해로 50회를 맞은 이 이벤트의 목적은 ‘노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노인의 권리를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행사 기간 중 300 여개의 부대행사가 베를린 전역에서 펼쳐지는데 전시, 강연, 교육, 상담, 사교, 취미활동과 같은 것들이다. 노인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세부주제, 행사, 성격, 진행방식은 매우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주목을 받은 프로그램은 ‘이주 배경을 가진 노인의 삶’으로, 베를린에 이주해서 살고 있는 노인들 한 명 한 명의 서사를 기록해 전시한 것이다. 노인을 집단으로 바라보지 않고, 개별적인 삶과 그 배경에 대해 조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놀랍다.

유럽특파원의 뉴스레터 <슬기로운 유럽생활> 중에서.

▶ ‘국내 1호’ 요양원 구강보건실 개소, 치매환자도 구강관리 받을 수 있다(치과신문, 브라보마이라이프)

지난 7월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에 구강보건실이 문을 열었다. 이를 통해 요양원 입소 노인들은 주기적인 구강검진과 관리를 받게 된다. 국내에는 장기요양시설이 5,000여개에 달하지만 구강보건실이 설치된 곳은 서울요양원이 유일하다. 스마일재단 이수구 이사장은 “구강건강이 좋지 않으면 영양분 섭취가 어려워 건강을 유지할 수 없고, 불량한 구강 상태는 치매나 흡인성 폐렴 등 전신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면서 “장기요양시설 평가기준에 구강위생항목을 포함하고 방문 진료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요양원의 구강보건실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치매환자의 구강관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임지준회장(사단법인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이다. 치매환자는 행동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동네 치과에서 진료 받는 것이 어렵다. 그렇다고 장애인치과병원을 이용할 수도 없다. 법적으로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이 치매 환자의 치과 치료를 중요하게 여기는 원인은 단지 환자와 가족이 불편해서가 아니다. 치과 치료가 노인의 건강, 특히 치매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노인 폐렴과 연관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노인 폐렴은 흡인성 폐렴이라고도 불러요. 우리나라 70세 이상 노인의 사망 원인 1위로 페렴이 꼽힙니다. 이 병은 구강 분비물 같은 이물질이 기도로 들어가 폐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이에요. 입안 병원균이 증식해 폐로 넘어가는 것이 문제라서 구강관리만 제대로 해도 병을 크게 줄일 수 있어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 문제를 인식하고 정기적으로 구강 관리를 하도록 제도화했어요. 대단한 치과치료도 아니고 청소에 가까운 관리만 했는데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왔죠.” 그가 제도 개선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80대 부모와 30대 자녀 다 돌보는 ‘더블 케어’ 가 늘어난다(중앙일보)

최근 노년층으로 진입한 60대 신(新)노년층은 부모 세대의 노후 준비 부족, 자녀의 늦은 사회 진출에 노후 자금까지 털어 이들의 부양비용을 대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모와 자녀 모두를 경제적으로 부양하는 ‘더블 케어’가 늘고 있는 이유는, 만혼화 현상과 취업난에 자녀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상황에다 평균 수명 증가로 부모 부양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졌기 때문이다. 25일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지난 6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60년대생 남녀 980명 중 15%가 ‘더블 케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월평균 164만원을 지출했다.
이러한 더블 케어 현상은 다른 연령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적 연금으로 노후 준비가 부족하게 되면 자식이 일부를 부담하는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자리 여건의 악화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결국 부모 세대가 노후 자금으로 이들을 부양할 수밖에 없다. 60대 노년층의 ‘독박 돌봄’에 대해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식 존엄사>, 비류잉 지음, 채안나 옮김, 글항아리, 2024
대만에서 소뇌실조증이라는 희귀병을 진단받은 어머니가 83살 때 ‘단식 존엄사’를 결단하자 의사 비류잉이 어머니가 임종할 때까지 옆에서 함께하며 그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어머니는 곡기를 끊고, 식사량을 점진적으로 줄여갔다. 생선이나 고기는 먹지 않고 죽과 삶은 채소, 과일을 주식으로 했으며 허기를 덜 느끼고 사레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일과 연근물을 섭취했다. 단식 11일부터는 고형음식을 모두 끊고 이틀 뒤 연근물도 끊었다. 18일부터는 숙면하는 시간이 길어지더니 21째 되는 날 어머니는 편안한 얼굴로 떠나셨다.” 스스로 먹을 수도, 걸을 수도, 말할 수도 없고 진통제 없이는 버틸 수 없으며 희망이 없는 고통스런 삶 속에서, 저자의 어머니는 의사인 큰 딸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한다. 의사조력사의 법제화를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그리고 구체적 대안을 이야기한다.

<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김현정 옮김, 을유문화사, 2024
노년의 심리학자가 말하는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이드는 길’. 융 심리학자이자인 베레나 카스트 박사가 오랜 경험과 학문적 연구, 동년배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72세에 썼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는 이 나이에도 무엇을 하고,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바라는지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 이것이야말로 노년기의 자유이며, 나는 이러한 자유를 소중히 지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고 말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죽음에 직면해서도 강렬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항상 이별하는 자세로 살고 사랑했던 것을 포기하고 놓아주며, 다가오는 것과 남아있는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마르가레타 망수논 글/그림, 임현경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24
90세 스웨덴 할머니 마르가레타 망수논의 유쾌한 에세이. 세상을 떠나기 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산더미같은 쓰레기를 남기지 말자는 스웨덴의 전통 ‘데스클리닝(death cleaning)’을 다룬 <내가 내일 죽는다면>(2017)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화상통화를 통해 먼 곳에 있는 친구와 술 한잔을 기울이고, 기분을 명랑하게 해주는 줄무니 패션을 즐기고, 초콜릿을 한입 할 때마다 재채기가 터져나오곤 하지만 좋아하는 음식 먹기를 포기하지 않는 할머니의 나이듦에 관한 발견의 기록이다.

<어머니와의 20년 소풍>, 황교진, 디멘시아북스, 2024
어머니를 위해 20년간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로 살았던 공대생 아들의 돌봄일지이다. 저자가 대학졸업을 앞둔 무렵 광장시장에서 일하던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7개월간의 병원 치료 후 의학적으로 가망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그가 집에서 간호하며 영케어러(Young Carer)가 되었다. 중환자의 가족이 겪는 가정재난의 현실과 고통스러운 일상의 소상하게 담았다. 그는 책에서 식물인간 어머니를 간병하는 동안 인생이 불행으로 점철되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유쾌하면서 힘들었고, 환희와 감사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소풍가는 날>, 연극, 장두이 작/연출, 웰다잉극단, 2024년 9월 2일~9월 4일, 대학로 드림씨이터
<소풍가는 날>은 아내와 사별 후 자식들과 도 연락이 끊어진 독거노인의 삶을 통해 고령화시대의 노인의 현실과 죽음에 대해 다룬 연극이다. 지난 2009년 창단된 각당복지재단의 웰다잉극단은 전국 각지에서 연극을 통해 ‘웰다잉’과 죽음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공개오디션을 통해 전직 기자, 군인 등 연기를 업으로 삼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무대에 오른다는 점도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