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는 나』사토 마사히코 지음, 세개의소원
우에노 지즈코는 <돌봄의 사회학>에서 사회적 약자를 권리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개념으로 ‘당사자 주권’을 중요하게 이야기한다. 우에노 지즈코에 따르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드러내고 그것이 충족되는데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보는 권리 주체가 당사자다. 장애인은 그동안 장애인 운동을 통해서 어느 정도 당사자 주권을 요구해왔지만 노인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나 치매노인이라면 당사자가 되는 일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치매인이 될 가능성이 많은, 나이 들어가는 우리의 당사자성에 대해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치매에 걸리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아니다! 어쩌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954년생 저자는 초로기 치매인이다. 65세 이전에 치매 진단을 받은 경우를 초로기 치매라고 하는데, 전체 치매인의 약 10퍼센트 정도가 초로기 치매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초고령화사회가 되었고 치매인도 100만명 정도 된다고 하니 초로기 치매인도 10만 명쯤 된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저자가 51세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후 10년에 걸쳐 일상을 기록한 많은 자료의 메모, 강연, 취재를 준비하며 작성한 자료 등을 모두 모아서 만든 것이다. 치매인 가족을 돌보는 내용을 다루는 책들은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지만 치매 진단을 받은 본인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인지장애가 있는 치매인이 자신의 일을 직접 기록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연구자의 도움을 받아 이 책을 쓰고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어떻게 스스로 당사자가 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게 되었는지 솔직한 자신의 생각과 활동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살던 집에서 혼자서도 살 수 있다
느닷없는 알츠하이머 진단. 불안이 불안을 불러와 점점 우울해지고 어떻게 해야 할 지 혼란스러운 저자. 누군들 안 그럴까. 의사는 다음에 올 때는 보호자와 같이 오라고 하고 혼자 살기 힘들테니 그룹홈 같은 시설 입소를 고려해보라고 한다. 시설에 들어가야 할지, 혼자 살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지쳐서 앓아눕고 혼란을 거듭한 끝에 ‘치매에 걸려도 나는 나다.’라는 결론에 이르고 혼자 살기로 한다. 내 집이 아니고서는 내 의지대로 생활할 수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되면 얼마나 혼란스럽고 불안할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요즘 사람들은 암에 걸릴지 모른다는 걱정보다 치매에 대한 불안이 더 많다. 제발 치매만은 나와 상관없기를 바라지만 치매인이 될 가능성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럴 때 내가 살던 집에서 혼자 살겠다고 결정할 수 있을까? 초로기 치매인 경우는 가능할 것도 같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도 혼자 살다보니 매일매일 실수를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힘들고 곤란한 일이 생긴다. 식사시간을 모르고 휴대전화를 보지 않으면 오늘이 며칠인지 내일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고, 통장이나 장애인 수첩, 열쇠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식사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모르겠거나 쓰고 싶은 글자가 생각나지 않기도 한다. 감정조절을 할 수 없거나 만사가 귀찮아질 때도 있다. 자유롭고 싶어서 선택한 삶이지만 혼자 산다는 건 결코 만만치 않다.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해도, 몸 상태가 나빠져도 누구하나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다.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건강은 금세 나빠진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으니 혼자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법은 루틴 만들기다. 월요일은 자원봉사, 화요일은 교회성가대 연습, 수요일은 성경공부와 기도회, 목요일은 병원진료와 멀리 외출… 등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오전에는 신문을 읽거나 도서관에 간다. 오후에는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으며 느긋하게 보내고 밤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SNS에 그날의 에피소드를 올리거나 친구에게 댓글을 달면서 시간을 보낸다. 식사준비는 쉽지 않아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거나 도시락 배달을 이용하거나 가끔은 외식을 하기도 한다. 무리하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생활비는 장애연금과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쓰고 있다. 내가 이렇게 요약해서 쓰고 보니 치매인인지 아닌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치매인에게 일상의 루틴은 정말 중요하다. 치매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것이 나이 들어가는 우리에게는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일상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는 컴퓨터와 핸드폰, 카메라, 휴대용 녹음기 등을 활용했다. 컴퓨터에 일기를 쓰고 기록해두거나 휴대용 녹음기로 기록을 남긴다. 치매 당사자에게는 수많은 정보 중 지금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그 간단한 일이 정말 어렵다. 하나의 일정을 차질 없이 소화하기 위한 그의 과정을 한번 따라가 보자. 일정은 거의 하루에 한 개로 정해두고 약속을 정할 때는 전화 말고 문자로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컴퓨터의 일정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해 일정을 입력해둔다. 그런데 일정을 입력하는 일은 믿을만한 사람에게 부탁한다. 자신은 날짜를 착각해서 잘못 입력할 수도 있으니까. 약속시간은 알람표시를 해두거나 아주 중요한 일정은 출력해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는다. 치매가 되면 시간이 빨라졌다는 느낌이 들고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는 게 어려워지기도 해서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매우 힘들어진다. 눈에 띄는 곳에 큰 시계를 걸어놓고, 몇 번의 알람을 활용하고,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는 다른 일을 하지 않는 등 나름의 대비책을 세운다.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둔 외출 세트(집 열쇠, 지갑, 휴대전화 등)를 챙겨 나간다. 하나의 약속을 위한 세세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물건을 사러 가기 전에 ‘사지 말아야 할 물건 목록’을 작성한다. 이미 샀는데 그걸 잊고 또 사는 일이 많다보니 사야할 물건 목록이 아니라 사지 말아야 할 물건 목록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경험에 따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기억의 틈새를 채워나가는 방법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렇게 노력해도 잘 안될 때가 있다. 저자는 필요한 물건을 찾지 못할 때 초조해하지 않고 그냥 포기하는 ‘결단력’도 필요하다고 한다. 치매 당사자에게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찾지 못하는 것보다 이로 인한 혼란과 불안감이 더 문제라는 것. 때로는 ‘어쩔 수가 없겠구나’ 라는 일종의 체념이 오히려 힘껏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일으키게 해주기도 한다. 어느 순간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끼다가도 다음 순간 허무함으로 가득찬 심정이 되기도 하지만 감정의 기복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이런 식으로 한 가지씩 집중해서 하면 치매인도 어느 정도까지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에게 삶의 의미는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살아있다’는 충실함을 얻는 것이었다.
치매인에게 일상의 루틴 만들기만큼 중요한 것이 하루하루 즐거운 생활이다. 저자는 성가대 연습, 꽃 사진 찍기와 페이스북에 올리기, 치매 환자를 위한 미술치료교실에서 그림과 도자기 배우기,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는 그것을 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다. 덕분에 감성이 풍부해지고 미술관에도 자주 가게 되었다. 동행해 줄 사람이 있다면 장거리 여행도 즐길 수 있다. 여행은 그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즐거웠던 느낌과 이미지는 선명하게 남는다. 즐거웠던 기억만 남아 있어도 충분하다고 한다. 이 모든 일을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헤매더라도 천천히 즐기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것이 삶이다
그는 혼자 살았지만 혼자 살지 않았다. 그는 성년 후견 제도, 장애 연금, 지역포괄지원센터 등 여러 가지 제도에 대해 공부하고, 초로기 치매 가족모임 등을 통해 필요한 것들을 배워나갔다. 그리고 전국 치매 당사자 모임에 나가서 동료들을 만나고, 함께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여전히 이렇게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언론에 이름과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허락하고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석했다. 지역과 사회에 당사자에 대한 이해와 지원을 어떻게 확신시켜나갈 것인지 논의에도 참여했다. 함께 있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힘이 생겼고 우울했던 마음을 거두고 기운을 차리게 되었다.
그는 치매인이지만 남에게 도움을 받기만 하지는 않는다. 가능한 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자원봉사 활동은 치매 진단을 받기 전부터 해오던 것인데 빈곤국가 아동을 지원하는 민간 원조단체에서 주 1회 하고 있다. 치매로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없게 된 후에는 우편물 봉투 붙이는 작업 같이, 주위 사람들이 그가 할 수 있을만한 일을 찾아서 맡겨준다. 방과후교실에서 다문화 아동이나 지적장애 아동에게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치매에 걸렸지만 능력이 허락하는 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그러면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도 가질 수 있고 무엇보다도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치매인이지만 삶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면 도움을 받는 것도, 도움을 주는 것도 일상적인 것이 되고 그렇게 살아가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고 도움 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만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무리하지 않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유머를 잃지 않고,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저자는 치매에 걸리고 나서야 새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반드시 있다고 강조한다. 치매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만약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해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치매 당사자로서 전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오직 당사자의 경험만이 치매가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고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도 다양하게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치매에 걸리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는 편견을 없애는 것이다. 이 책을 쓴 것도 바로 이 목적 때문일 것이다.
그는 강연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전하고, 강연을 인연으로 네트워킹을 해간다. 세상에 목소리를 내고자 전국을 다니다보니 치매에 걸리기 전보다 인간관계의 폭은 오히려 넓어졌다. 정부(후생노동성-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개최한 ‘초로기 치매 정책 추진 공청회’에 참석해서 당사자로서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치매 당사자 의견에 기초한 삶의 의미 만들기 조사연구회’ 모임에 제안자로 함께 해 의료, 돌봄, 사회에 대한 바람 등 당사자로서 필요한 도움과 의견을 제시했다. 치매 당사자들에게 당사자의 살아있는 목소리와 사회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국에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저자는 영화 <스틸 앨리스>의 실제 주인공 크리스틴 브라이든 씨와 TV 공개 대담을 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일본에 와서 대규모 강연회를 하게 된 그녀와 직접 만나 릴레이 토크에 출연하는 등 함께 활동했다. 마침내 그는 <치매 당사자의 모임>을 설립하는데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그 모임에서 ‘치매 당사자 연구회’를 시작한다. ‘치매 당사자 없는 정책에 반대한다’는 기본 원칙하에 ‘도로교통법 개정 시안’에 대해 치매 당사자의 의견을 제출하기도 한다. 그의 활동이 네트워킹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치매 당사자가 구성원이 되고, 치매인과 사회를 위해 치매 당사자 본인이 활동을 해나가는 최초의 독립된 조직인 <일본 치매워킹그룹>을 발족하고 공동대표를 맡는다. 치매인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그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치매인기본법>을 제안하고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업, 해외 등을 대상으로 필요한 활동을 해나간다. 그들은 관련부처 장관을 면담하고 자신들의 요청사항을 문서로 전달하면서 적극적으로 당사자로서의 활동을 해나간다. 활동의 기준에는 ‘무리하지 않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즐겁게 유머를 잃지 않고 활동한다, 실현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행동한다.’ 같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당사자성은 이렇게도 드러난다. 치매인이 즐겁게, 유머를 잃지 않고 실현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행동한다는 것! 그런데 무리하지 않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감동적이다. 사실 치매인이든 아니든 모두 이렇게 뭔가를 해야하는게 아닐까?
책의 말미에 저자는 치매인, 가족, 의사, 돌봄담당자, 지역사회와 이웃, 정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있다.
‘치매 당사자는 아무 생각도 못 하는 것이 아닙니다, 빠르게 판단하고 금방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병을 낫게 해주는 것도,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나의 문제를 함께 걱정해주는 의사가 곁에 있다는 안심입니다.’
‘배회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치매 환자는 모두 똑같다고 한 덩어리로 묶어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오직 효율만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아니라 고령자와 장애인, 약자도 함께 살기 좋은 사회를 원합니다. 치매 당사자가 삶의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주기를 바랍니다.’
노인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다고 한 시몬 보부아르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말한다. ‘치매에 걸리면 삶은 분명 불편해진다. 하지만 결코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치매에 걸렸어도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나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 수 있다.’
치매가 아니라도 나이 들어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
저자는 앞으로 치매에 걸릴지도 모를 모든 사람을 위해 치매라는 진단을 받는다면 해야 할 일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치매가 아니라도 나이 들어가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한번쯤 같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 앞으로 어디에서 살지,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한다.
- 자신의 기록을 남겨둔다.
- 재산 목록을 작성한다.
- 생명보험 서류를 한곳에 모아둔다.
-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챙겨놓는다.
- 유언장을 작성한다.
- 말기 간호에 대해 준비한다.
- 자신이 사망한 후 연락할 곳을 정리해놓는다.
- 컴퓨터나 태블릿 PC의 사용 방법을 배운다.
-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고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
치매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낀 건 엄마를 돌보면서 이다. 엄마는 신체적으로도 특별한 지병이 없고 의료인으로 자신의 몸상태를 잘 관리하면서 음식도 건강식으로 잘 챙겨 드셨다. 평생 직장생활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은퇴 후에는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면서 나이 들어서까지 사회적 관계를 유지했다. 성격도 긍정적인 편이고, 자신 만의 취미생활도 있었다. 우리 가족은 누구도 엄마가 치매에 걸릴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지만 80대 중반에 루이소체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렇다면 나도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높지 않을까? 지금도 깜빡깜빡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일상다반사인걸 보면 정말… 엄마는 돌봐줄 딸이라도 있지만 이제는 자식이 부모를 돌봐주기를 기대할 수 없는 시대인데 내가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해본다. 나이 들어가며 일상의 루틴 만들기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 명상, 산책, 경전필사, 책읽기, 일기 쓰기… 그리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생활하기 위한 취미생활, 조급해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느긋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기. 치매인이 되더라도 그날 그날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기… 치매인이 되거나 안되거나 나이들면 거의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루 아침에 될 일이 아니니 지금부터 몸에 익혀야 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