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인데 바람이 차다. 걷기 날 일주일 전부터 일기예보를 체크했는데, 최저기온이 계속 영하에서 머물고 있다. 우리가 걷는 한낮의 기온도 영상 1도 2도 정도였다. 올 겨울에 내린 눈이 여전히 남아 있는 둘레길에 빙판이 된 길이 하나도 안 녹았겠다 싶었다. 모임 공지에 아이젠을 챙겨오라는 당부를 남겼다. 기온은 차지만 햇빛은 쨍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당고개역 3번 출구 앞 햇빛이 드는 데서 회원들을 만났다. 2월에 처음 만나는 회원들, 미옥님은 나주에서 한 달에 한번, 걷기를 위해 서울로 오신단다. 나주로 이사하는 결정 이후에 신청한 프로그램이기도 했는데, 1월에 급하게 이사를 하면서 2월에 처음 참석이었다. 나주에서 왔다는 말에 다들 감탄했다. 이런 인연이. 달똥달님은 올해는 걷겠다고 주변에 선포를 한 덕에 어쨌든 걸어야겠다는 마음을 다졌다는 참가 소감을 밝혔고. 니은님은 이 나이가 염려스럽다는 마음을 나에게 살짝 밝히셨지만, 상급이라는 2코스가 거뜬했으니 이젠 염려 접으시겠지. 2월 회원으로 온 조은정님은 나이듦연구소의 열렬팬이라고 밝혔다. 하루에 한 번은 홈피에 접속하는 관심을 듬뿍 표현했다. 앞으로의 인연이 기대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분들까지 총 21명이 함께 길을 나섰다. 아, 시소님의 든든한 보디가드(?)로 아들 임정훈님도 함께 걸었다.
<시소님의 보디가드로 참가한 임정훈님이 든든하게 나와서 ㅋ>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친구들의 수다가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는 길을 걸으며 2월의 쌀쌀한 바람을 맞았다. 둘레길에는 한겨울을 통과하고 있는 헐벗은 나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1월에 명상쪽지로 읽었던 시가 내내 따라 다녔다.
참나무_알프레드 테니슨
젊거나 늙거나
저기 저 참나무같이
네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고
그리고, 그러고 나서
가을이 오면 다시
더욱 더 맑은
황금빛이 되고
마침내 잎사귀
모두 떨어지면
보라, 줄기와 가지로
나목 되어 선
저 발가벗은 힘을
발가벗은 그 힘으로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숲의 기운을 떠올리면서 매서운 바람을 견딜 수 있었다. 간간이 쉬어가는 타임, 친구들이 싸온 간식 덕에 입도 즐겁고 위장도 든든해졌다. 2코스를 완주하고 1월 걷기에서 뒷풀이를 했던 당고개 <조박사집>에 2회 연속 방문했다. 그러다보니 사장님과도 안면을 텄고, 음식들은 맛있어서 그리울 거라는 친구도 있었다. 2월의 명상쪽지는 논어 문장에서 골랐는데, 함께 논어를 읽었던 친구들이 있어서 수월하게(?) 나눌 수 있었다. 걷기와 읽기의 콜라보, 올해 프로그램에서 해보고 싶은 활동이다.
겨울 끝자락의 쌀쌀한 기운이 영 가시질 않아, 집에 와서 쌍화탕과 갈근탕으로 몸을 데웠다. 다음 날 만난 시소네 자매는 헤어진 후 사우나로 직행했다는데, 다른 친구들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3월의 걷기는 서울 둘레길 3코스 불암산 코스다.
樊遲問仁(번지문인)한대 子曰(자왈) 居處恭(거처공)하며 執事敬(집사경)하며 與人忠(여인충)을 雖之夷狄(수지이적)이라도 不可棄也(불가기야)니라.
번지가 인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평소에는 공손하고, 일을 할 때는 삼가며, 다른 사람과 사귈 때는 성실해야 한다.
비록 오랑캐 땅에 가더라도 이를 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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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가 읽었던 논어 문장입니다.
다들 너무 추워서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네요. ^^
하지만 걸을 수 있어서 좋았고
논어를 읽으며 새 친구와 막걸리 한 잔 기울이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중궁이 인에 대해 물었다.
문밖에 나갔을 때는 마치 큰 손님을 뵙는 듯이 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마치 큰 제사를 받들 듯이 하며,
자기가 원하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나라에서 원망도 없고 집안에서도 원망이 없을 것이다.
중궁이 말했다. 제가 비록 부족하지만 이 말씀을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2조가 읽은 문장입니다. 저는 한자는 못 옮김ㅋ
고작 막걸릴 석 잔에 집에 가자마자 드러누운 것이 못내 원통(?)하지만 몹시 즐거운 걷기였습니다.
이상 김지영의 짧은 소감이었습니다. 담달에 만나요~
도레미=김지영?
도레미=김지영!!
3월부터는 나도 합류~~
넹~ 즙니다, 김지영 ㅋㅋ 회원가입할 때 닉네임 쓰라길래 아무 생각없이 썼는데… 닉네임이 디폴튼가봐요 ㅋㅋ. 얼결에 도레미~가 되었습니당. 3월에 봬요 쌤~ 그 전에 줌에서 뵙겠지만 ^^
이 말을 빼먹었네요. 정훈님이랑 같은 조여서 더 즐거운 걷기와 뒷풀이였습니당. 담달에 또 오세요 정훈님~! 언제나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