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토요일,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려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포럼에 오는 길이 막힐 수도 있고, 가고 싶은 마음이 망설여지기도 할 수 있으니까요. 포럼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서 자리가 채워지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포럼에 오시면서 귤을 선물로 가져오신 정진웅 선생님, 강정 챙겨온 자갈 회원님, 빵이랑 스낵 선물해 준 회원님들 덕분에 간식 테이블이 풍성했습니다^^

포럼의 첫 발표자는 기린님입니다. <돌봄이 이끄는 자리>라는 제목으로 태국의 반팻 병원의 사례를 통해 ‘보편적 돌봄’의 가능성을 살펴보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인디언님의 <치매 예방? 치매와의 공존>으로 치매와 관련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의 간격을 살펴보았고, 실제 어머님의 치매를 돌봄하면서 느꼈던 어려운 점, 잘 알지 못해서 응대하지 못했던 점들을 통해 치매와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글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윤회는 있다>라는 제목을 종교와 죽음을 탐구한 요요님의 글이 발표되었습니다. 불교에서 윤회를 인식하는 과정을 논증한 이후 “윤회하는 주체는 없지만 윤회는 있다.” 고 주장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원고의 마지막에 윤회는 있다, 없다에 걸려들 것이 아니라 “당대의 주류와 비주류 모두의 밖에 서서 대안적 관점을 제시했던 붓다의 급진성을 회복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세 연구원의 발표를 듣고 플로어에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죽음과 관련된 요요님의 주제가 심오하게 느껴진다는 소감이었습니다. 인디언님의 발표에 대해서는 현재 치매인이 삶을 인식하는 양상에 대해 질병으로 보는 대신, 다른 삶으로의 전환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더 다각적인 연구를 통해 늘어나는 치매 인구의 삶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있었습니다. 기린님의 발표에서는 돌봄과 관련 개인이나 가족에게 집중되지 않는 돌봄이 어떻게 가능할까 라는 질문이 있었고, 지역에 우체국이나 주민센터처럼 돌봄센터가 생겨나서 돌봄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될 수 있으면 가능할 수 있겠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 후 서해님의 <다정한 할아버지가 살아남는다>에서는 은퇴후 더욱 고립되는 한국남성의 문제를 분석하고, 싱글력을 키우는 한편 주변과 잘 관계 맺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다정한 성품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탁님의 <노년 여성의 재현 정치학:노파, 할매, 그리고 그 너머> 에서는 대중매체에서 재현되고 있는 여성 노인들의 여러 모습을 분석하고, 대안적인 모델을 찾아보는 내용이었습니다. 드라마, 영화, 사진 작품 등에서 인자한 할머니, 악독한 노파,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노년 등의 예를 들었고, 마지막 대안 모델로 <시>의 주인공에 대해 노년의 다른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정한 할아버지에 대해서 플로어에서 질문이 많았습니다. 욕하는 할머니에 비해 난폭한 할아버지가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 차이와 관련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할머니를 다룬 발표에 대해서도 마지막으로 제시한 <시>의 주인공을 어떻게 볼 것인가 질문이 있었고, 현재 노년과 관련한 다른 의제, 노인 빈곤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2시간 반의 포럼 이후, 김밥으로 저녁을 먹으며 2025 나이듦연구소 회원의 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홈피를 통해 올해의 활동을 소개하고 내년 프로그램 안내도 있었습니다. 이후 플로어에 앉은 회원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양평에 사신다는 건축사라고 밝힌 분이 연구소의 활동에 관심이 있어서 왔다며 시니어코하우징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인디언님 친구분도 친구가 활동하는 모습을 보러 오셨다고 합니다. 평소에 나이듦과 관련해서 돌봄, 시니어코하우징 등에 관심이 많다는 여러 회원님들의 소개와 담소로 한 시간이 훌쩍 넘어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회원 담소 시간에 연구소에 대한 회원 분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으며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2025년 나이듦연구소 정기포럼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을 깊이 감사드립니다. 내년 정기포럼에서는 더 많은 회원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