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당신은 어떻게 불리고 싶은가요?
에디터 이희경
처음 ‘아줌마’라고 불렸을 때의 당황함이 기억난다. 그것은 더 이상 젊게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약간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세상에는 세 가지 성별이 존재하는 데, 바로 남자, 여자, 아줌마다”라는 말이 유행했었고, 아줌마는 주로 민폐를 끼치고, 새치기하거나 큰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되었다.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줌마라는 말은 여성이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당연히 수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과 함께 작동한다. 그러니까 아줌마라는 말에는 젠더와 노화에 대한 경멸이 겹겹이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제는 할머니가 아니라 아줌마라고 불러주면 오히려 반가운 나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할머니라고 불린 적은 없는데, 그것은 생물학적 손주가 없어서이기도 하고, 내가 사는 아파트 이웃의 꼬마들하고도 아직 관계를 맺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시간이 지나 앞집이나 아랫집 꼬마들과 얼굴을 익힌다면 아마 그 아이들은 나를 할머니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상상해봐도 그렇게 당황할 것 같지는 않다. 완연하게 주름지고 흰머리가 희끗한 이웃집 여성을 할머니라고 부르지 도대체 뭐라고 부르겠는가?
하지만 만약 내가 음식점에 간다거나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러 학원에 갔을 때 종업원이나 원장이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면 어떨까? 기분이 좋진 않을 것 같다. 인척 관계도 아니고 가까운 이웃도 아닌데 내가 왜 그 사람의 할머니인가? 또한 할머니 역시 탈성화된 몸, 돌봄의 화신, 귀엽고 인자함 같은 사회적 표상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러면 젠더 중립적인 용어로 정부나 기관에서 밀고 있는 ‘어르신’이라는 용어로 불리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소름이 돋는다. 난 세상에서 어르신으로 대접받고 싶은 생각도 행세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왜 개별성은 다 지워지고 장유유서의 규범과 나이만 환기되는 그런 호칭으로 불려야 하는가?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이번 호에서 다룬 한 기사에 따르면, 최근에는 고령자들이 ‘노인’이라는 경멸적인 호칭뿐 아니라 그것을 대체하면서 등장한 ‘어르신’ ‘시니어’ ‘실버’ 같은 말도 싫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노인복지기관에서 실시한 호칭 설문에서는 ‘회원님’이나 ‘고객님’, 혹은 ‘선생님’ 같은 용어, 혹은 개인 이력을 기반으로 한 호칭이 압도적으로 선호되고 있다고 한다. 관 주도로 만든 ‘선배 시민’ ‘신중년’ 같은 신조어도 현장에서는 어색하거나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노인이든 실버든 어르신이든 여전히 나이를 기준으로 정체성을 부여하는 호칭은 이름만 바뀌고 있을 뿐 에이지즘(Ageism), 즉 연령차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상대를 나이나 젠더로 뭉뚱그려 부르는 호칭보다는 각자 불리고 싶은 대로 불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난 공적인 장소나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는 ‘000선생님’ 정도로 불리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위와 상관없이 상대를 존중하는 가장 안전하고 중립적인 호칭인 것 같기 때문이다.
만약에 독서 동호회나 등산 동아리 같은 커뮤니티라면 나는 이름 뒤에 ‘님’을 붙여 ‘000님’이라고 불리면 좋겠다. 나이와 상관없이 개인성을 드러내는 호칭이 가장 마음에 든다. 결국 호칭은 친밀하고 평등한 관계를 여는 첫 단추이고, 그런 점에서 예의가 아니라 정치적 행위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뭐라고 불리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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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병비 급여화 쟁점
1) 맥락
-간병비 부담 완화는 지난 대선, 모든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는 간병비 부담이 크고, 이로 인해 ‘간병살인’, ‘간병파산’, ‘간병실직’ 같은 사회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도 간병비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두 가지 정책을 추진한다.
첫째,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둘째, 급성기 병원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2)내용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2026년 하반기부터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본인 부담률을 현재 100%에서 30% 내외로 낮추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전국 요양병원 중 500곳을 ‘의료중심 요양병원'(가칭)으로 지정하여, 의료필요도가 높은 초고도/고도 환자 약 8만 명의 간병비 70%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기대 효과: 현재 월 200만~267만 원 수준인 간병비 부담이 월 60만~80만 원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다.
3)이 정책에 대한 비판들
①돈이 너무 많이 든다. 감당할 수 있을까?
-내년부터 2030년까지 6조5000억이 드는데, 이미 건보 재정은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30년에는 바닥날 예정.
②간병인력 공급은 과연 가능할까?
-현재에도 심각한 간병인 수급난(미충원율 20% 초과). 그런데 정부안의 ‘3교대 직고용 방식’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현재의 최소 3.6배. 이 인력의 확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③가족돌봄에서 시설돌봄으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등 탈시설을 지향하는 세계적 돌봄 흐름과 반대로, 노인의 시설 입원을 강화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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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비만 6조 5000억원, 누굴 위한 정책인가?(의협신문)
💬 나이듦연구소 코멘트
① 돌봄의 미래는 ‘시설’인가, ‘지역’인가?
간병비의 부담을 줄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 정책은 ‘시설 돌봄(요양병원)’에 대규모 공공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의 돌봄 비전은 노인이 살던 곳에서 의료와 돌봄을 받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이다. 그런데 내년 3월 시행되는 통합 돌봄의 예산은 777억 원으로 요양병원 급여의 연평균 1조 3천억 원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이런 구조로는 초고령사회의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② ‘의료중심 요양병원’? 사각지대에 놓이는 노인들은?
간병비 급여화는 요양병원을 ‘의료 필요도가 높은 초고도/고도 환자’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의료중심’ 기관으로 재편하겠다는 전제 위에서 작동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요양병원이 가진 기형적인 성격(병원과 시설의 혼재)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초고도/고도가 아닌,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수의 의료 중등도 및 경도 노인들은 급여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병원에서 퇴원해야 하는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③ 급한 불은 끄되, 구조적 모순은 방치하는가?
간병비 문제는 근본적으로 취약한 의료 전달체계(공공병원 부족, 간호 인력난, 요양시설 의료 기능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간호사 인력 확충을 통해 공공병원 및 급성기 병원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실효성 있게 확충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노인 돌봄 문제의 장기적인 해법이다.
▶ 2025 고령자 통계
-통계청이 ‘2025 고령자 통계’를 발표했다. 65세 인구를 대상으로 5년마다 진행하는 이 조사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필수시간(수면, 식사, 개인위생 등)과 의무시간(일, 학습, 가사, 이동)의 감소와 여가시간의 증가이다.
-고령자 통계의 주요내용
①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20.3%로 처음 20%를 넘었고, 2050년에는 40%를 넘을 전망이다.
② 노인은 잠은 줄고(평균 8시간14분), 유튜브 등 미디어 시청과 여가시간은 증가했다.
③ 스마트폰 등 ICT 기기 사용 시간은 5년 새 약 3배 증가, 인터넷 이용률도 크게 높아졌다.
④ 삶의 만족도는 35.5%로 전체 평균보다 낮고, 특히 여성의 가사분담 불만족이 매우 높다.
⑤ 노인 상대적 빈곤율 39.8%로 OECD 최고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자료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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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 빈곤
▶308만원 이하를 벌면 노령연금 깍이지 않는다 (세계일보)
일하는 노인, 소득이 있는 노인에게는 노령연금을 깍는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이재명 정부의 공약이었다.
정부가 방안을 발표했는데, 2026년부터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A값, 2025년 기준 월 308만 원)을 밑도는 소득을 올리는 수급자에 대한 감액 규정을 우선 폐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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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수집노인에게도 안전과 존엄이 필요하다(오마이뉴스)
-경상남도 <폐지수집 노인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의 평균 연령은 78세 이상, 월평균 수입은 16만 원에 불과하다. 2024년 말 기준 진주의 폐지 수집 노인은 325명으로 이 중 70% 가까이가 여성(227명)이다. 평균수명이 남성에 비해 긴 여성 노인이 별다른 기술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 폐지 수집일이기 때문이다.
-2017년 1㎏당 120원이던 폐지 가격은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를 거치며 40~50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70~80원 선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생계 수단 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폐지 줍는 노인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폐지 단가를 보전해 주기도 하고, 폭염에는 실내에서 재활용 선별작업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폐지수집 노동의 안전을 위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운반도구를 지급하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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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듦연구소 코멘트_최근 영화 <사람과 고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폐지를 줍는 노동을 하는 상태로라도 존엄은 지켜져야 한다.
■ AIP
▶내년3월 지역사회통합돌봄,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 (한겨레)
-지역사회통합돌봄 법이 내년 3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관련 통합돌봄 조례가 제정된 곳은 58곳(25.3%)
전담 조직이 구성된 곳은 78곳(34.1%)
전담 인력이 배치된 곳도 133곳(58.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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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듦연구소 코멘트 _한 마디로 준비가 거의 안되었다. 이런 상태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가능할까?
▶AIP시대의 서울시와 국토부의 주거정책은 물량 공급 확대 (동아일보)
-AIP (Aging in Place), 즉 나이 들어도 거주하던 곳에서 계속 살겠다는 바람이 대세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여 서울시는 도심에 시니어주택 1만3000채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65세 이상 무주택자 대상으로 주변 시세 30∼85% 수준 임대주택인 ‘어르신 안심주택’ 3000채 + ‘도시정비형 재개발’을 통해 공급하는 민간형 시니어주택 3000채 + 공공토지를 활용하는 ‘민관동행형 시니어주택’ 등)
-또한 국토부는 신도시에 아예 중산층용 실버타운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공적자금을 투여하거나 민관을 동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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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듦연구소 코멘트_고령화사회에 맞게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주거형태가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나 탑-다운 방식의 공급 확대가 노년의 삶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공급자 위주의 주거정책 아닐까?
▶그러나 노인주거의 핵심은 ‘당사자성“과 ’관계‘ (이투데이)
-‘2025 사회복지 공동학술대회’에서 나온 내용들 중에는 노년주거의 핵심은 ‘관계’라는 이야기, 또 노인주도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모든 세대가 어울려서 사는 형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 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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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뇌사자 아닌 연명치료 중단자도 장기기증 가능(조선일보)
-뇌사 기증자가 감소(2020년 478명 → 2023년 397명)하고, 이식 대기자는 증가(5만 명 이상)하고, 매일 약 8.5명이 이식 대기 중 사망하는 현실에서 보건복지부가 ‘심정지 후 장기 기증’(DCD·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이 제도는 해외에서는 보편화된 방식으로 국내 도입 시 연 700건 추가 기증이 기대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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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듦연구소 코멘트 _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과 더불어 이제 사망 후 장기 기증도 좀 더 공론화되어야 할 것이다.
▶”빈소·조의금·조화 없이 예배는 한 번만” – 어느 목회자의 유언(조선일보)
-어느 목회자가 암 수술 이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수술 전 휴대폰에 남겨둔 유언대로 집행되었다.
-내용은, “2019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고, 세브란스 의과대학에 2022년 시신을 기증했다…빈소는 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배는 장례식 예배로…한 번만 드리도록 하자. 조의금이나 조화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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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사회와 AI
▶테크놀로지가 혼자 늙어가는 노인을 구원할까? ‘에이지테크’(한경)
-일본의 고령사회는 테크놀로지가 하드캐리하는 모양이다. 일본 노년층의 94%는 요양원 대신 집과 지역사회에서 살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에이지테크(Age-tech) 기반의 주거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즉 일본에서는 스마트홈, 이상징후 감지, AI 영양관리, 낙상 위험 분석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일본처럼 돌봄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역시 일본처럼 ‘에이지 테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경제신문 기사에서는 “한국 실버산업 규모는 2030년 168조 원 전망으로, 일본 등 해외까지 확장 가능한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되고 있다”면서 돌봄의 문제를 경제 성장과 연결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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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에이지테크’ -돌봄 로봇? (브라보마이라이프)
-위 기사의 사례가 바로 시니어케어 전문기업이 ‘휴머노이드 돌봄 로봇’ 개발이다. 이 기업의 대표는 “로봇과 AI 기술을 융합해 돌봄 서비스의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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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듦연구소 코멘트 _반복해서 언급하지만 돌봄사회에 돈과 기술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돈과 기술이 돌봄사회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노인과 미디어
▶신문에도 베리어프리(Barrier-free)를! (브라보 마이라이프)
-언론진흥재단의 ‘2024 언론수용 조사’결과에 따르면 60대는 전체 평균보다 높은 95.3%, 70대 이상도 65.5%가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본다고 한다. 따라서 주 소비층인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뉴스 서비스 개선이 모든 기성 언론의 과제 중 하나이다.
-참고할만한 사례가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 일간지인 아사히 신문의 고령자·외국인 등을 위한 ‘친절한 아사히신문(やさしい朝日新聞)’ 플랫폼이다.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시각적으로 불필요한 사진이나 그래픽 같은 장식과 배색을 줄여 뉴스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② 어려운 한자나 영어 단어에는 독음을 함께 표시한다.
③ 일본어는 띄어쓰기가 없지만 외국인을 위해 단어 사이를 띄어 주는 기능도 갖췄다.
④ 저시력자를 위한 음성 읽기 기능이나 어려운 시사용어에 대한 상세 해설이 함께 제공된다.
⑤ 낚시성 제목 대신 사실을 전하는 담백한 문장으로 작성된다.
🖇️ 기타
▶건강수명과 노쇠지표 도입 (한겨레)
-WHO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전 세계 인구의 기대수명은 6.6년 증가했지만 건강수명은 5.4년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건강수명을 판단하는 건강노화란 신체 및 정신적 기능을 유지한 상태로 나이들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를 ‘노쇠’로 정의한다. 노쇠한 노인은 회복이 더디고 요양시설 입소나 장애단계로 진전되기 쉽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전국 4800가구 1세 이상 가구원 약 1만명을 대상으로 한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노인생활 기능척도 점수’를 처음 발표했다. 내년부터는 한국형 노쇠(K-Frail)척도를 사용해 23만명을 대상으로 지역사회건강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자신의 노쇠상태는 어떠한지 아래 표로 한 번 점검해 보시라.

보건복지부의 ’2023 노인실태조사’에 포함된 노쇠 진단 척도. 5개 문항으로 0~5점의 범위를 가지며, 0점은 건강한 상태, 1~2점은 노쇠 전 단계, 3~5점은 노쇠로 해석한다.
▶복지용구 시장의 고급화 (브라보마이라이프)
2025년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덴마크의 보행 보조기(롤레이터)가 금상을 차지했다. 고령화시대 복지용구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능과 안전은 기본 사양이고 디자인이 선택의 기준으로 떠오른 것이다. ‘카본 울트라라이트’라는 이 제품은 탄소섬유 프레임과 항공기용 알루미늄 소재를 결합해 내구성과 경량성을 확보한 기술과 디자인면에서 혁신적이다.
다만 가격은 599유로(한화 약 100만원)로 국내 시판되는 보행 보조기의 약 5~6배 정도이다. 이제 보행 보조기와 같은 필수 보조 용구 시장도 보급형과 명품으로 양분되는 것인가?

사진 : 일본디자인진흥회
에디터스 픽

▶사람과 고기 / 양종현 감독 / 박근형, 장용, 예수정 주연 / 2025년 10월 개봉
돈 있어야 먹을 수 있고 혼자 먹기엔 서러운 음식, 고기. 폐지를 주우며 외롭게 살고 있는 형준,우식, 화진(예수정)이 고기를 먹기 위해 뭉친다. 혼자가 아닌 셋이 된 순간, 노인 3인방은 마침내 살아있음을 느끼고 세상과 연결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빈곤한 노년의 소외감와 외로움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노년이란 무엇인가 – 늙음을 혐오하는 사회에 맞서다 / 박홍규 / 들녘 / 2025년
‘박홍규의 사상사’ 시리즈 두 번째. “우정이란 무엇인가?”에 이어 ‘노년’이 사상과 문화, 예술, 정치, 사회 등의 영역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그려져 왔는지 검토한다.
각 시대의 정치·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노년은 무엇으로 정의되었는지 살피고 각 시대의 사상가들은 노년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았으며, 그 이유와 근거는 무엇이었는지도 고찰한다.

▶어느날, 말 많은 로봇이 집에 왔는데 – AI가 사람을 돌보는 시대, 노인 돌봄의 미래 / AI와 돌봄을 잇는 연구회 / 헤이북스 / 2025년
2024년 12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퍼센트를 넘어서며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중 상당수가 독거노인, 적막을 지우려 TV를 온종일 켜 놓는 그들에게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하루가 낯설지 않다.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팬데믹, 모두가 단절을 경험했으나 노인층의 고립은 더 깊었다. 이때 등장한 인공지능 돌봄 로봇! 종알거리는 손주처럼 하루 종일 말을 건네는 AI 로봇과 어르신의 교류현장을 복지현장, 노인 간호학, AI 돌봄 로봇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관찰했다.

▶죽음을 통과하는 말들 / 손병흥 / 곰출판 / 2025년
“죽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철학적 사유들을 대화의 형식으로 풀어낸 타나톨로지(thanatology, 죽음학) 에세이.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기에 살아 있는 동안 두려워하고 외면하며 살아가는 사건이다. 과연 죽음은 모든 것과의 단절일까. 죽음 이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훗날 죽음과 마주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가상의 철학자 ‘후평’과 ‘중관’은 철학과 논리학의 자장 안에서 죽음이 인간에게 던지는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해보기 위한 대화를 나눈다.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영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죽음은 죽는 당사자에게 정말 나쁜 것일까?” “영혼이란 무엇일까?” “삶과 죽음을 겪는 ‘나’는 어제의 ‘나’와 동일한 사람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