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7일 저녁 7시반에 나이듦연구소에서 마련한 첫 포럼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일본의 고령자 주거에서 배운다>가 줌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강사로 초청된 김수동선생님은 현재 공동체주택 여백에서 이웃들과 함께 사시며 공동체주택 활동가로 활약하고 계십니다. 김수동선생님은 작년과 올해 연구자, 의사, 사업가 등 고령자 주거 관련 여러 전문가들과 팀을 이뤄 일본의 노년 주거를 탐방하고 그와 관련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번 포럼에서는 김수동선생님이 일본의 노년 주거 탐방에서 확인한 것들을 듣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기존 시설중심의 노인케어 방식으로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더 늘어나는 노인 돌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으로, 지역포괄케어시스템으로 전환을 시작한지 10년 정도 지났다고 합니다. 이번에 둘러 본 여러 시설들은 그 결과로 다양한 방식의 주거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었다고 합니다. 그 시설들의 특징으로 보자면 노인들뿐 아니라 어린이, 청년, 이웃의 주민들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공간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또 노인들의 신체 변화를 최대한 반영한 노인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는 점, 주거와 돌봄을 연계하는 과정에서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까지 이루어진 곳도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건강 상태나 경제력에 따라 선택 가능한 다양한 주거 모델이 계속 실험되고 있는 가운데, 존엄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이번 탐방의 결과가 올 가을쯤에는 책으로 출판되어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소식도 전해 주셨습니다.
질문자로 나선 문탁샘은 자료를 찾아보니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쎈터가 “일본 전역에 약 5천 개 이상 운영되고 있는 근린 생활공동체 내 지역돌봄체제의 핵심 요소로서 요양예방 케어매니지먼트, 종합상담 및 지원, 권리 옹호, 포괄적,지속적 돌봄 지원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거점시설이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 문제로 지자체 재정 파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지역간 격차, 전문인력 확보 및 이들 간 협력 등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했는데선생님의 탐방과정에서 일본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현재 문제점에 대해 들으신 게 있는지 물었습니다.
김수동선생님은 일본도 지역 격차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려운 부분들도 많이 있고, 민간 위탁을 하거나 지역의 재정 자립도 상태에 따라서 쉽지 않은 지역들도 많을 것 같았다. 게다가 지역 포괄 케어가 예방적으로 작동을 해서 돌봄 비용을 절감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미 요양이 필요한 상태의 노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현실이기도 하고, 경제가 침체가 되고 코로나를 겪고 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유입도 생각처럼 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본은 지역 포괄 케어 센터가 근린 생활권의 중심으로 중학교가 기준이 되어 지역 포괄 케어 센터가 있으며, 거기서 케어 매니저가 있고 행정 등과 관련한 상담을 하고 필요에 따라서 케어 플랜을 짜고 케어 서비스 제공 기관을 연계하는 거점이 되는데. 한국 현실에서 어려운 일이라고도 하셨고요.
일본의 지역 밀착형 돌봄 공간으로 제일 많이 언급되는 소규모 다기능 재택 돌봄 공간의 경우, 제도화되기 이전에 주민들의 커뮤니티가 있고 좀 아픈 사람을 돌보면서 공간도 만들다 보니까 단기숙박도 해야 되고, 나그러다 보니 이런 모델이 제도적으로 확산되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모여서 제도화된 모델로 편입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후쿠오카의 요리아이노인홈 같은 경우인데, 2018년에 방문했을 당시는 특별한 곳이었는데, 이번 탐방에서 적지 않은 곳에서 요리아이에서 봤던 돌봄의 모습들이 실현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돌봄과 관련한 관계망 등의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필요를 찾고 실현했던 사람들이 제도를 만드는데 기여하다보면 우리나라의 돌봄 현실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습니다.
이번 탐방에서 느꼈던 또 하나는, 요양원이라는 시설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점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셨습니다. 가족이 돌보기 힘든 시대이며 누군가의 돌봄을 받기도 하야 한다면, 좋은 요양원이 많이 나와서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로 하나씩 들어오고 그게 기반이 되고 나머지 부분에 다양성이 채워지는 게 우리가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의견도 밝혔습니다.
문탁샘은 이번 포럼을 준비하면서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살고 싶은가?”의 문제로 바꿔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 것들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1)소위 초보노인의 상태에서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일’, ‘수입’, ‘공부’, ‘친구(상호돌봄)’, ‘자연’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문탁과 파지사유라는 공유지를 중심으로 주변에서 느슨히 자가, 혹은 전세로 사는 것도 위의 키워드와 연관해서 생각해볼 때 여전히 가능하고 의미있습니다. 그런데 하루 하루 나이가 들면 돌봄과 자연의 키워드가 더 중요해집니다. 일본의 포괄케어가 이야기하는 30분 이내의 거리에서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쎈터는 중학교를 중심으로 1개가 설립된다고 합니다), 혹은 조한혜정 선생님 말대로 15분 이내의 거리에서 모여 사는 게 필요합니다.
⇒시니어 코아우징 형태의 주거방식이 필요합니다.
⇐ 그런데 ① 땅값이 비싸고, ②공동소유가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③어떤 공공적 지원도 받기 어렵습니다. 해결할 수 있을까요?
2) 중기 노인이 된다면 몸의 손상과 기능장애가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여전히 일상과 친구가 있는 자기 집에서 사는 것을 원할 것 같습니다.
⇒ 가까운 거리에 주치의가 있는 1차 의료기관, 그리고 방문의료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른 요양사 방문서비스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 그런데 ①의료법이 개정될까요? 그리고 ②필요하다면 단기 입원 이후 재활하여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중간거주지를 이용할 수 있을까요?
3) 말기 노년에는 이동성이 현저히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치매가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존엄하게 살고 싶습니다.
⇒ 유닛케어를 하는 유료 홈(실버타운, 노인복지주택)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 그런데 ①노인을 고립시키지 않는 요양원/ 실버타운이 있을까요? 친구들이 방문할 수 있는 원래 살던 주거지역에 가까운 실버타운이 있을까요? ②적절한 비용의 요양원/실버타운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포럼에 참석하던 모든 분들이 이런 질문과 연동하여 나이 들어서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와 각자의 실천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