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환우, 2호할머니 등으로 불려도 딱히 뭐랄 것 없는 생명력을 잃어가는 요양인의 마지막 자리를 보살피는 이들이 요양보호사다. 작가는 비록 생활의 방편으로 택한 일이었지만, 10여권을 번역한 중견번역가로서 글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들을 인생무대의 주인공으로 다시 불러낸다. 요양보호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한다.(출판사 소개글)
하늘정원에서 뮤즈와 제우스는 몸이 점점 가벼워진다. 마치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몸과 이별을 고했듯이.
나도 언젠가는 이들 뮤즈와 제우스의 자리에 있을 것이다. 누군가 와서 갈아주기 전까지는 축축한 기저귀에 몸을 맡겨야 할 것이다. 누군가 내 입안에 숟가락으로 죽을 넣어주기 전까지는 목이 마른 것도 견뎌야 할 것이다. 누가 내 손과 발을 어루만져주기까지는 담요 밖으로 갑갑한 발을 빼내지도 못할 것이다. 비 오는 날엔 요양원에서 요일마다 바뀌는 프로그램에 동원되어 휠체어에 실린 채 실내복을 입은 상태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시끄러운 노래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열정에 가득 찬 봉사자에 의해 억지로 간식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운이 좋으면 침대 곁에서 내 손을 잡고 한동안 체온을 나누어 줄 봉사자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모르겠다. 낯선 사람의 체온이 반가울지 어떨지. 지금 생각엔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잡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 고마울 것 같다. 몸에 좋다고 억지로 먹이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젊어서도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지 않던 내가 하늘나라에 가기 직전에, 그것도 억지로 먹게 된다면 고통스러울 테니까. (책 속에서)
- 도서명 :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 쟝르 : 에세이
- 저자 : 이은주
- 출판사 : 헤르츠나인
- 출간연도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