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걷친들과 함께 북한산 둘레길 21코스 우이령길을 걸었습니다. 우이령길은 북한산 상장능선과 도봉산 송추남능선 사이의 계곡 탐방로이며, 양주시 장흥면과 강북구 우이동을 잇는 길로 예로부터 고양, 파주 등 경기 북부와 한양을 잇는 최단의 지름길이라고 합니다. 당시는 우마차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었는데, 한국전쟁 때 미군 36공병대가 군사작전용 도로로 개설했던 길입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을 시도했던 이른바 1·21 사건, 이를 계기로 군부대와 전투경찰이 주둔하면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다가 2009년부터 재개방됐습니다. 현재 1월-8월까지는 주중에는 예약 없이, 주말에는 예약을 해야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5월의 걷친은 무사님, 수수님, 토용님과 함께 걸었는데요, 올해 음미체 활동으로 걷고 있는 무사님과 초록은 언제나 옳다고 좋아하는 토용님, 올해 2월 20년을 넘게 해오던 일을 끝내고 새로운 시간을 겪고 있는 수수님입니다.
구파발역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가량 이동 후 우이령 석굴암 입구에서 내렸습니다. 교현탐방센터까지 걸어가 우이령길로 들어섰습니다. 군사작전용 도로라서 그런가 단단하게 다져진 길 위에 성근 모래들(돌아와서 찾아보니 마사토라네요)이 깔려있었지요, 이 길에도 요즘 한창 열풍인 맨발로 걷기를 실행중인 분들이 간간이 보였습니다.
전날 일요일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그 덕에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를 한껏 누렸는데요, 이번 걷친들은 세 사람이 모두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던 열망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고요, 그 사연을 나누느라 우이령길의 공기를 그냥 지나치길래, 가이드가 한 마디 했습니다^^ 경치 좀 보시죠^^?
우이령길 중간에서 오봉전망대에서 오봉의 봉우리를 세어 보고, 표지판에서 오봉의 산꼭대기 둥근 암석을 지형학 용어로 ‘토르’라고 한다는 설명도 읽었습니다. 마블 시리즈와는 상관없겠지만 저절로 그 토르를 떠올리게 하는 설명이었습니다.
우이령길에서 볼 수 있는 구조물이 있는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군사시설 대전차 장애물인데요, 유사시 받침대 위에 얹혀있는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를 도로에 떨어뜨려 적 탱크가 진입하지 못하게 한다는 장애물입니다. 무사님의 전직 경험으로 이 구조물의 용도를 듣고 보니, 군사도로였다는 이력이 더 실감나게 다가왔습니다.
점심 도시락을 펼쳐 두고 나누는 5월의 토크 주제는 ‘도전’이었습니다. 수수님의 백수도전은 그동안 하던 일의 관성으로 오전 아홉시 저절로 일의 시작을 알리는 몸의 반응과,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가 공존하는 시간을 통과하고 있답니다. 공부 공동체에서 함께 접속하고 있는 사이다 보니, 공부와 관련한 깨알(깨우쳐 알게 된)같은 도전들을 밝혔는데요, 세미나 구력이 쌓일수록 공부와 일상의 균형점을 찾으려고 시도하는 걷친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우이령으로 하산하는 길은 00 회관들이 즐비했습니다. 각종 음식점들을 다 지나와서 까페에 들어갔습니다. 토용님의 ‘남카’로 맛있는 차 한잔 앞에 두고 다음 수다가 이어졌습니다^^ 숲 속에서 나눈 토크의 미진함을 제대로 채우는 시간, 세 걷친들의 고유함(사주명리로 해보면 정화와 기토와 경금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서로를 감탄하게 했던 흥미진진한 뒷풀이였습니다. 5월에 나무에 핀 꽃들 국수나무와 함박꽃, 이름 모르는 꽃들로 눈이 호사하고, 끊이지 않았던 이야기로 귀가 즐거웠던 걷기였습니다^^
<도롱뇽통신원 요요샘께 전하는 선물, 우이령길에서 만난 도롱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