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기돌봄 기술에 관하여

오토라는 남자(A Man Called Otto), 마크 포스터 감독, 미국, 2022년 위태로운 남자 노인들 현재 한국의 노인 남성이 직면한 두 가지 어려움은 빈곤과 외로움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한국인의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7.3명이다. OECD 국가들 간의 연령구조 차이를 제거한 OECD 국가 연령표준화 사망률로 계산해도 평균이 10.7 명인 데 비해 한국은 24.8명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좋은’ 요양원을 생각하며

1. 2019년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2019년 5월 한겨레신문 기획으로 <2019년 대한민국 요양보고서>라는 기사가 게재되었다. 첫 기사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기자가 직접 요양원에 취업하여 한 달 간 요양보호사 업무를 수행한 후 쓴 기사였다. 기자는 한 달간 “요양보호사로 일했지만 ‘돌봄’을 제공하진 않았다. 그저 딱 필요한 만큼의 ‘처치’만 이뤄졌다.”고 밝혔다.(한겨레신문 2019.5.13. 기사에서 발췌) 요영보호사 2명이 18명의 식사를…

[종교와죽음] 비구 법정의 엔딩노트

『소설 무소유』, 정찬주, 열림원 오도송과 열반송 얼마 전 아버지 구순을 맞아 가족여행을 하던 중 고성의 화암사를 방문했다. 일주문을 지나 절 경내로 들어서기까지 1키로 남짓한 길 양쪽에는 선사들의 열반송과 오도송을 새긴 석비가 이어져 있었다. 길을 가며 그 오도송과 열반송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도송은 선사들이 깨달음의 기쁨을 노래한 시이고, 열반송은 열반에 들기 전에 남긴…

[돌봄]함께 돌볼 수 있다면

1.『침몰가족』을 읽다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다는 기사를 클릭했다가 책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찾아 읽게 되었는데 감독인 아들과 그 어머니의 이야기가 그 인상을 뛰어넘었다. 사연인즉슨, 1995년 봄 도쿄에 있는 한 연립주택의 골목에 붙은 전단지로 시작된다. “공동(?)육아 참가자 모집중”이라는 내용이었다. 태어난 지 만 1년이 지난 아기(가노 쓰치)를 함께 돌보는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모집한다는…

요리하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왜 남자들은 기를 쓰고 불행하게 살까』   김정대 지음, 바오출판사 왜 남자들은 기를 쓰고 불행하게 살까. 김정대 신부는 영화 <친구(2001)>와 <써니(2011)>의 비교를 통해 남자들의 친구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지적한다. <써니>에서 칠공주로 나오는 각 인물들은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를 만들어 간다. 때문에 학창시절 뿐 아니라 훗날 다시 만났을 때에도 각자의 처한 현실의 어려움을 상대방에게 털어놓으며…

[치매]치매와 함께 살아가기

『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는 나』사토 마사히코 지음, 세개의소원   우에노 지즈코는 <돌봄의 사회학>에서 사회적 약자를 권리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개념으로 ‘당사자 주권’을 중요하게 이야기한다. 우에노 지즈코에 따르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드러내고 그것이 충족되는데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보는 권리 주체가 당사자다. 장애인은 그동안 장애인 운동을 통해서 어느 정도 당사자 주권을 요구해왔지만 노인은 그러지…

[종교와죽음]윤회는 실재인가, 방편인가?

『윤회: 불교의 마음, 업, 우주에 대한 길잡이』 (Rebirth: A Guide to Mind, Karma, and Cosmos in the Buddhist World), 로저잭슨 지음, 운주사 종교와 죽음에 대한 책으로 이번에는 불교의 윤회와 업에 대한 연구서, 미국의 불교학자 로저 잭슨의 『윤회』를 골랐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윤회와 업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2,000년 이상 이루어진 광범위한 불교의 담론을 조사하고 정리했다고…

[돌봄]이끌고 이끌리는 돌봄이 피어나는 곳

반팻병원에서 공공의료를 생각하다  반팻병원은 태국의 치앙마이주 치앙마이 교외에 있는 공공병원이다. 전통적인 벼농사를 짓는 지역이지만 도심에서도 20키로 정도 떨어져 있어 도시와 시골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2002년 전국적으로 시행된 보편적 건강보험으로 공공 의료시스템을 갖춘 병원으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지역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며, 미얀마에서 이주한 등록 이주민과 미등록 이주민, 태국 국적이 없는 다수의…

[남자의 나이듦]게이로 늙는다는 것

메종 드 히미코, 이누도 잇신 감독, 2005, 일본 게이 아버지를 만나다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병원비로 큰 빚을 떠안은 사오리에게 아버지의 젊은 애인 하루히코가 나타난다. 아버지가 암 말기로 심각한 상태이니 그가 지내고 있는 게이 요양원에서 아버지와 게이 노인들을 돌봐달라는 것이다. 가족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이 컸던 사오리는 하루히코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그가 일당…

[종교와죽음] 당신은 태어난 적도 없고, 죽지도 않는다

스와미 비베카난다, 『마음의 요가』, 판미동 스와미 비베카난다는 누구인가 스와미 비베카난다(1863~1902)는 영국 지배하의 인도 캘커타에서 태어났다. 그는 간디가 “만일 인도를 알려면 비베카난다를 공부하라”고 말할 정도로 근대 인도의 힌두교 영성에 큰 족적을 남겼다. 비베카난다는 대학에서 서구식 교육을 받고 서양사상과 논리학에 빠지기도 했지만 라마크리슈나(1836~1886)를 만나고부터는 그의 제자로 살았다. 비베카난다는 라마크리슈나와의 첫 만남(1881년)을 이렇게 회상한다.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