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어떤 돌봄의 실천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돌봄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러다 가까운 사람 중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잊고 있던 돌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럴 때 아픈 가족을 외면하지 못하는 누군가는 돌봄을 자처하게 되고, 어느 순간 독박 돌봄에 처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우리는 분명 돌봄 속에 삶을 유지해 왔는데 어느 순간이 되면…

[치매]사람은 죽는 날까지 설 수 있다

휴머니튜드 혁명 이브 지네스트, 로젯 마레스코티 지음.  대광의학 휴머니튜드는 ‘HUMAN+ATTITUDE’로 만들어진 용어이다. 인간적인 케어, 인권을 중시하는 케어, 케어 받는 사람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그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의 케어 철학이자 케어 기술이다. 휴머니즘은 이미 한물 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데, 휴머니튜드에서 ‘인간’ 조건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 생각에는) ‘선다’는 것이다. ‘사람은 죽는…

[남자의 나이듦]아버지의 유산

이 책은 필립 로스가 1991년에 쓴 자전적 에세이다. 남자가 바라보는 남자의 노년이면서, 아들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노년과 죽음의 이야기다. 큰 줄기는 아버지 허먼 로스의 뇌종양 판정을 계기로 완고했던 아버지의 노쇠를 경험하며 그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존엄한 죽음에 대해 실존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는 2017년에 출간되었지만 실제로는 『에브리멘』(2009년 국내 출간) 보다도 먼저 나온 책이어서 이 책을 먼저 읽고…

[종교와죽음] 예수는 천국과 지옥을 말하지 않았다

『두렵고 황홀한 역사』바트 어만, 갈라파고스 무함마드 평전을 읽은 이후에 나는 간혹 <꾸란>을 펼쳐서 읽고 있다. <꾸란>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죽음 이후에 대해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깊이 읽지는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 『꾸란』이 계시하는 사후세계는 그동안 알아온 기독교의 사후세계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꾸란』 역시 ‘언젠가 죽은 사람들이 모두 부활하는 날이 올…

「할머니」 할머니라는 세계

1。 스크루지 할머니와 명랑한 할머니 사이에서 딸은 자기 할머니, 그러니까 나의 엄마를 종종 ‘스크루지 할머니’라고 불렀다. 맞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괴팍하고 심술궂은 그 스크루지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딸이 우리 식구 중에서 비교적 할머니와 잘 지내는 편에 속했다는 사실이다. ‘무토’ 답게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데다가 눙치는 것도 잘해서 할머니의 사사건건 잔소리도…

[돌봄] ‘함께-돌봄’의 사회로 나아가는 돌봄의 윤리

1.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돌봄 작년에 죽음세미나에서 『티벳 사자의 서』를 읽었다. 이 책에서는 사람이 죽은 다음 다시 환생하기까지 머무는 사후의 중간 상태를 바르도라고 부른다. 사후 49일간 머무르는 이 바르도에서 온갖 시험에 드는데, 이 때 죽은 자는 살았을 때의 경험이 투영된 것들을 겪는다고 했다. 세미나를 끝내면서 나는 환생이냐 해탈이냐를 택하기 이전에, 우선 이생을…

[치매]옷에 똥을 누는 사람보다 그 똥을 치울 수 있는 사람이 몇 배는 행복하다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 한 자연치유 기록 똥꽃 전희식, 김정임 지음  그물코 저자 전희식은 2006년부터 8년간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이 책은 2008년에 초판이 나왔고 2023년 개정판이 나왔다. 책에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집을 고치는 과정과 어머니와 함께 산 2년여의 일상들이 펼쳐져 있다.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아들의 일방적인 생각이 아니라 치매인인 어머니의 입장도…

[남자의 나이듦]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우에노 지즈코, 현실문화 할아버지들은 왜 옥희살롱의 김영옥대표가 쓴 인터뷰집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중에서 노인 대상 주거복지서비스를 담당하는 김진구는 독거노인들, 특히 남자 독거노인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할아버지들은 정말 할머니들과 달라요. 아, 이분들은 옆에 가족이 없으면 안 되는 건가… 할머니들은 아무리 경제 사정이 나빠도 건강이 허락되는…

[종교와죽음]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 『신의 예언자 무함마드』(카렌 암스트롱, 교양인)/『마호메트 평전』(카렌 암스트롱, 미다스문고) 올해 나는 세계 종교의 주요 인물들의 생애와 사상을 공부하며 ‘종교와 죽음’이라는 주제에 다가가려고 한다. 작년에 나이듦연구소의 죽음 세미나에서 읽은 『세계종교로 본 죽음의 의미』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한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과 힌두교, 불교의 죽음관을 비교하고 있다. 저자는…

[리뷰 32] 평안한 죽음을 위한 엔딩노트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내가 ‘엔딩노트’를 처음 접한 것은, 2016년 유시민씨가 참여하면서 입소문이 났던 <엔딩노트, 삶은 기록을 남긴다>라는 다음 포털의 스토리펀딩을 통해서였다. ‘죽는 데에도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 설득당해 펀딩에 참여했는데, 리워드로 두 권의 엔딩노트가 배송되었다. 엔딩노트에는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결정과 장례방식을 비롯하여 내 가까운 사람, 소중히 여기는 물건, 금융정보나 주요한 사이트의 비번과 같은 것 등 채워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