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부터 내린 비가 이어지는 11월 26일 오후 나이듦연구소 일원(인디언 서해 기린)들은 문탁샘이 춘천으로 강의를 하러 가는 일정에 동행했다. 팬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제히 만나고 싶다고 했던 이는 호호방문진료센터를 운영하는 양창모선생님이다.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저자이기도 하고, <유키즈온더블럭>에 “진료실 밖에서 어르신들의 이웃이 되는 의사”로 출연하기도 했고, 일 주일에 3회 강원도 춘천의 주변 시골로 왕진을 다니며 병원에 갈 수 없는 어르신들의 돌봄을 함께 하는 방문진료센터를 운영하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신문의 칼럼으로 책으로 언론의 보도로 접한 ‘다정한’ 의사선생님을 직접 볼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팬심이었다.
<팬심과 방문기록을 함께 전달하려니 이런 볼품없는 사진이 ㅠㅠ>
문탁샘에게 온 강의의 전체 제목은 “12인의 살롱 마지막 이야기” 편에 <우리는 다른 노년을 발명할 수 있을까?> 였다. 양창모 선생님이 기획한 강의로 문탁샘의 <한뼘양생>을 읽고 강의까지 섭외하게 되었다고 했다. 춘천의 커먼즈필드 건물은 5년 전 조달청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다양한 공유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었다. 호호방문진료센터도 이 건물 3층의 공유오피스에 세들어 있다고 했다. 강의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참석자를 위해 준비한 간식은 에그타르트였다. 춘천에서 잘 하기로 소문난 집에서 공수한 간식이란다. 에그타르트에 일가견이 있는 인디언샘의 엄지척을 받은 맛이었다. 한 분 한 분 손에 간식을 받아든 분들이 강의실을 거의 채우고 강의가 시작되었다. 문탁샘의 첫 소감도 ‘성덕’이 되었다는 기쁨이었다. 일명 성공한 덕후, 팬을 자처한 인물을 직접 만나는 성취, 팬심이 넘치는 나이듦연구소 ㅋ
<강의 전 문탁샘 소개하는 양창모샘> <강의 끝나고 감사의 마음 담은 꽃다발 받은 문탁샘>
강의를 듣는 분들의 집중이 맨 뒤에 앉아서 들은 우리에게도 전해졌다. 강의실 구조가 계단식으로 강의자에게 집중하는 방식이기도 했지만, 나이듦과 노년과 돌봄이라는 주제로 개인의 경험과 사회의 변화가 겹쳐지는 지점들이 청중을 더욱 몰입하게 하는 힘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강의 후 자신도 ‘K-장녀’의 곤경에 처한 상황이라면서 방법을 찾고 싶다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노년의 중요한 과제로 ‘관계’와 관련된 고민을 털어놓는 질문도 있었다. 관계란 언제든지 해체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공부로 계속 연결되고 흩어지기도 하면서 그 지점에서 일어나는 배움이 있을거라는 조언이 있었다. 강의를 마무리하는 양창모선생님의 소감도 인상적이었다. 양창모샘도 최근에 부모돌봄이 본격화되면서 여러 고민들로 힘든 시간이 닥쳐오곤 한다고 한다. 그런 어느 날 한밤에 깨어 문탁샘의 글을 읽으며 어떤 지점에서 위로를 받았다는, 그래서 다시 잠들 수 있었다는 소감.(와, 문탁샘 행복하시겠어요 ㅋ) 그리고 이제 자신도 ‘나의 이야기’를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소박하지만 듣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히 퍼지는 공명이 있었던 강의였다.
<두 저자님이 서로의 책에 사인을> <나이듦연구소와 호호방문진료센터의 인연을 축하하는 건배>
강의 후 뒷풀이까지 하는 흔치 않는 시간. 양창모선생님은 문탁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해서 다음에 꼭 초대하겠다는 기약을 남겼다. 무엇보다 호호방문진료센터의 또다른 주역, 최희선 간호사님을 만나고 반갑게 인사도 했지만, 퇴근 후 돌아가야 하는 집이 멀어서 뒷풀이를 함께 못해 아쉬웠다. 나이듦연구소에서 최희선 간호사님을 섭외하여 그의 ‘극진한’ 돌봄의 이야기를 꼭 들어보자는 특강기획도 했다. 비가 눈으로 바뀌고 춘천에서 동천동까지 돌아와야 하는 일정 탓에 한 시간 정도의 뒷풀이를 끝으로 양창모선생님과 헤어졌다. 나이듦연구소의 프로그램으로 호호방문진료센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호호방문진료센터에 붙어 있는 문탁샘 강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