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 대중지성 시즌1 <나이듦에 대한 탐구>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노년』으로 시작합니다.
보부아르는 62세가 되던 1970년에 이 책을 냈습니다. 그가 이 책을 썼던 때 프랑스 인구의 12%가 65세 이상이었습니다.(2023년, 20.2%) 당시 프랑스는 세계에서 노인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였습니다. 서구사회에서도 노년인구 비중이 점점 높아지던 때였지요. 그럼에도 ‘늙음’은 거의 금지된 주제였다고 합니다. “노년을 수치스러운 비밀처럼 여기고, 그것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인 것 같았던 시대에 보부아르는 그 금기에 도전합니다. 보부아르는 자신이 이 책을 쓴 이유를 “노년에 대한 침묵의 음모를 깨버리기 위해서, 그리고 노인들의 목소리를 듣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지금 보부아르의 시대와 우리 시대는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요? 작년 말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 우리 사회에서 노년과 늙음은 어떠한가요? 한편에서는 노년의 건강, 노년의 주거, 노년의 일자리 등 초고령화 사회의 아젠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년을 노년이라 부르기를 피하면서 ‘신중년’이니 ‘액티브 시니어’와 같은 늙음과 노쇠를 감추는 말들로 넘쳐납니다. 그런 점에서 『노년』이라는 너무나 직설적인 책의 제목이 수십년의 시간을 격하여 여전히 도발적으로 느꺼지기도 합니다.
『노년』은 700쪽이 넘는 벽돌책입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에 비해 까다롭지도 않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부아르는 “늙는다는 것은 단지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이고 사회적 현상”이라는 관점에 입각하여 이 책을 2부로 구성했습니다. 1부에서는 노년을 객관적인 앎의 대상으로 다룹니다. 그래서 1부는 문자가 없었던 원시사회로부터 시작하여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노년으로부터 현대세계의 노년까지 노년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생각해 왔는가를 검토합니다. 수많은 문학작품과 철학서들이 등장하는 지식의 향연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노년을 어떻게 보았는가에 주목하는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말은 거의 없습니다.ㅎㅎ 어쩌면 1부는 노년의 사회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부는 인간이 나이를 먹게 되면 자신의 육체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그것을 어떻게 내면화하는지 개인적이고 실존적 차원의 문제를 검토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여섯 번에 걸쳐서 이 책을 읽어나가려 합니다. 첫 회는 156쪽까지 읽습니다.
1부 1장 노화와 생물학, 2장 민족학적 자료들, 그리고 3장 역사사회에서의 노년 중 고대 그리스 파트까지 읽어오시면 됩니다. 1장은 히포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하여 20세기 의학에 이르기까지 노년을 연구한 역사를 간략하게 살피고 있습니다. 2장은 당시까지 축적된 인류학 자료를 검토하면서 원시사회에서의 노년의 문제를 검토합니다. 처음에는 1부 2장까지만 가볍게 읽을까 했습니다만, 이 부분은 자료를 꼼꼼하고 성실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자료 중심이라 토론하기에는 좀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1부 3장의 첫 파트까지 읽기로 결정했습니다.
1부 3장은 구약성서에서 노년을 어떻게 논의하고 있는지 검토한 후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로부터 시작하여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작품 속 노년을 거쳐, 아리스토파네스와 메난드로스의 희극작품 안에서의 노년을 지나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노년을 어떻게 보았는가로 마무리됩니다. 우리가 고대 그리스의 문학작품이나 철학 원전을 읽더라도 ‘노년’에 초점을 맞추어 읽을 일이 거의 없는 만큼 보부아르가 뽑아낸 구절들을 통해 이들이 노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펼쳤는지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흥미롭습니다.
1부 2장의 민족지학 자료들을 검토한 뒤 보부아르는 여성이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여성이라는 자리가 부여된 것처럼 노년 역시 사회적으로 부여된 것이라는 말로 이 장을 마무리합니다. 아마도 이 책의 뒷부분에서도 같은 관점을 유지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보부아르가 노년을 보는 이런 관점에 우리가 동의하게 될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함께 생각해 봅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노인들의 지위는 스스로 ‘획득되지’ 않고 ‘부여된다’는 것이다. 『제2의 성』에서 나는, 여성들이 자신의 마술적인 힘으로 큰 위세를 누리는 경우 실제로 그 위세는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준 것임을 증명한 바 있다. 노인들이 성인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서도 똑같은 지적을 할 수 있다.(117쪽)”
발제는 나이듦연구소 연구원들이 돌아가며 하겠습니다.
156쪽까지 읽고 댓글로 질문을 올려주시면 세미나에서는 질문을 중심으로 토론합니다.
발제자 포함 모두 질문을 꼭 올려주세요~
질문은 늦어도 3월8일(토) 낮 12시까지 올려주셔야 질문 편집을 할 수 있습니다.^^
1회 1부 1장, 2장, 3장의 156쪽까지
2회 1부 3장의 156쪽~1부3장의 270쪽까지
3회 1부 3장의 271쪽~1부 4장(391쪽)
4회 2부 5장(392쪽~505쪽)
5회 2부 6장(505쪽~623쪽)
6회 2부 7장, 8장, 결론(624쪽~7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