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 나게 솔직한 공동체 활동가의 생활 밀착형 에세이. “너무 게을러터져서 살고 싶은 의욕까지 바닥을 칠 즈음 우연히 문탁넷을 알게 되었다.” 여기라면 나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찾아간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난생처음 접한 동양 고전 읽기와 쓰기는 난관의 연속이었고, 공부로 먹고사는 일은 만만치 않았으며, 공동체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매일매일 지지고 볶았다. 공동체에서 그렇게 십여 년을 보낸 저자는 말한다. 공부란 몸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고, 빠듯한 벌이에도 잘 먹고 잘 살았으며, 부대끼고 싸우던 동학(同學)들 덕분에 이 책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공동체에서 열었던 청소년학교의 선생님, 공동체 주방의 주방장, 텃밭지기, 지금은 없어진 공동체 발행 웹진의 기자, 등산동아리 열성회원 등등을 거쳐 지금은 공동체에서 연 일리치약국의 정직원으로 살아가는 저자가 공부하고 밥벌이하고 나이 들어가는 공동체의 생활이 시종 유쾌한 필치로 그려진다.
<나는 공동체로 출근한다> 지은이 인터뷰
선생님께서 공동체에 들어서게 된 장면을 보면, 나를 바꾸고 싶다는 열망이 간절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공동체로 출근하면서 일상이 조금씩 바뀌고 자연스레 선생님의 삶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공동체로 출근하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가장 많이 바뀐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맞습니다. 나를 바꾸고 싶은 열망이 간절했던 상태로 공동체에 들어섰는데요. 이 책을 마무리하고 난 지금, 나의 삶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나, 또는 무엇이 가장 많이 바뀌었는지는 공동체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봐야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요?(웃음) 저는 여전히 친구들에게 하나도 안 변했다는 지적을 받는 순간이 수두룩해서요.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예전과 비교해서 공부에 대한 태도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동체에 오기 전에는 공부는 평생하는 것이라는 말은 대체로 수사적인 의미로 인식했던 것 같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제 성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인문약방에서 양생프로젝트 등을 하면서 양생이 뭘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한자로 직역하면 삶을 기른다, 정도인데요, 기른다고 하면 동물을 기르고 식물을 키우고 등등이 생각납니다. 동물도 기르자면 잘 기르는 기술이 필요하고 식물도 잘 돌보려면 식물의 섭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꼭 필요하지요. 마찬가지로 제 삶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 그것이 양생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일리치 약국에서 죽음과 관련한 세미나를 진행했는데요, 잘 살 수 있을 때 죽음도 잘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양생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공부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치밀하게 읽고 치열하게 쓰는 과정이 공부이며, 읽고 쓰는 과정을 통과할 때 비로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터득하는 앎이 곧 제 삶의 태도로 드러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곧 잘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의미입니다.
- 지은이 : 나은영
- 북드라망
- 출간연도 :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