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리 호이나키는 동생 버나드가 식도에 생긴 악성 종양으로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첨단 테크놀로지에 빼앗긴 삶의 죽음을 반추한다. 동생 버나드는 의료기기에 몸을 맡기지 않고 그 ‘죽어가는 과정’을 하나의 삶으로 만들고, 저자는 그것을 하나의 충만한 순환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충만한 순환이 첨단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의료체계에 의해서 깨졌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던 이반 일리치의 그 유명한 혹에 대한 일화에서도 저자의 관점은 드러난다. 일리치는 치료 행위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병, 즉 자신의 목에 난 혹을 의술을 통해 물리적으로 떼어냈을 때 자신의 총체성이 깨진다고 판단해 치료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즉 일리치에게 중요했던 것은 치료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가 존재에 끼치는 영향이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근대의 의료체계는 병이나 질환을 존재와 관계없는 대상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한 존재에 대한 무례가 근대가 만든 테크놀로지 문명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저자의 입장은 중세철학과 신학에 그 근거 기반을 두고 있다. 호이나키의 신은 삶을 심판하는 도덕적인 초월자가 아니다. 도리어 그의 신은 삶과 세계에 내재해 있다. 삶과 세계에 내재해 있는 신을 근대문명이 추방한 것이며, 우리는 지금이라도 테크놀로지 문명에게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출판사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