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만나는 붓다

새벽 낭송을 한다. 상반기에는 <주역>을, 요즘은 <불경>을 읽고 있다. 발심한 친구들이 새벽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으로 만나 40분 정도 한 단락씩 돌아가며 낭송한다. 설명도 토론도 없이 오로지 낭송뿐이다. 그런데도 이 시간은 소리의 리듬과 공명이 텍스트 이해를 넘어 타자에게 감응하는 수행, 몸과 마음이 함께 깨어나는 리추얼의 시간이 된다. 그렇다고 텍스트가 주는 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3월,…

의사조력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때가 되면 스위스로 갈 거야.”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스위스’는 소망이나 의지의 기표였을 뿐, 구체성의 영역은 아니었다. ‘안락사(安樂死, euthanasia)’는 여전히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5), <씨 인사이드>(2007), <아무르>(2012)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2022년, 어머니와 함께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서 이 문제가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나이듦캠프]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존엄사 워크숍 하고 왔어요

9월 27일 28일 평창 공휴재에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2)를 주제로 ‘어떻게 죽을까’ 존엄사 워크샵이 있었습니다. 1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나이듦대중지성 2학기에 함께 공부하고 있는 회원들과 함께 했습니다. 다른 일정과 겹쳐서 참석하지 못한 두 분(석공, 한스)를 빼고 다섯 회원과 나이듦연구소 연구원 다섯 해서 열 명이 함께 진행했습니다. 오후 2시에 시작해서 연구소에서 제작한 ‘존엄사’와 관련하여 의사…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고령화시대 새로운 가족 그리고 집 (20250919) – 포럼 – 지상중계

1.2일차 포럼 <고령화 시대 새로운 가족 그리고 징-어디서 누구와 함께 나이 들어갈 것인가> 준비중  오전부터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했습니다. 포럼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온 성수동, 비를 뚫고 사람들이 올까… 걱정스러웠지만 준비는 해야지요^^ 오늘도 품격 챙겨 간식을 준비했습니다. 주최측에서 맥주를 제공한다고 해서 땅콩 안주까지 완비^^ 2. 강의 하실 선생님들과 저녁 도시락을 먹으며 담소 중^^…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K장녀 돌봄을 말하다 (20250918) – 포럼 – 지상중계

1. 우리는  성수로 갑니다.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이라는 지점을 네비에 찍습니다. 모두 쳐다보면서 “이게 뭔 말이야?”라면서 웃습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와우, 멋진 곳이더군요. 게다가 포럼이 열리는 곳은 8층 스카이라운지였습니다.  2. 오늘의 큐시트는 이렇습니다. 이런 거 우리 처음 만들어봤어요^^ 3. 간식을 세팅합니다. 어디 가나 우리는 간식에 진심인 사람들입니다. 4.…

다른 ‘소년의 시간’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충격적이었다. 열세 살 소년이 또래 소녀를 칼로 살해한 뒤 자기 집에서 체포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이후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해간다. 카메라는 점층적으로 학생과 교사의 불통이 일상화된 학교, 자녀 부양에 최선을 다하지만 닫힌 방문 안에서 아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는 부모, 그리고 오직 ‘칼’이라는 물리적 증거만 찾아 헤매는 경찰을 보여준다. 그…

9월7일 여주임장 2차

토요일에 비가 와서 축축한 일요일 아침, 나이듦연구소 시니어코어하우징팀은 여주로 2차 임장을 떠났다. 4월에 떠났던 임장에 이어 2차로 소개받은 땅도 보고 여주에 있는 까페도 들러보고, 4월에 방문했던 ‘파티마 성모의 집’ 방문까지 빡빡한 일정이었다. 아빌라 수녀님을 통해 소개 받은 여주 도전리의 임야 깨꽃이 만발한 밭 주변으로 양봉장까지 넓은 땅이었는데…. 어디서부터 살 수 있는지 가늠이 안 되는데다…

8월걷친들_한여름의 ‘꾸준한 반복’들

7월 방학을 끝내고 걷친들이 다시 모였다. 8월 24일 오전 9시 수서역 6번 출구 앞~ 일주일 전부터 날씨 체크를 했는데…. 설마설마 했는데 최고 기온 35도를 보고는 작년의 지리산둘레길을 걸었던 8월의 무모함이 떠올랐다. 그러나 걷기로 했으니 걷자고 했다^^ 충분히 물을 준비하고 8월의 숲에서 도시락 먹을 준비도 알렸다. 총 10.9키로 , 서울 둘레길 구간에서 제일 긴 구간 9코스…

돌봄, 제도와 자율 사이에서

오랫동안 ‘비국가적인 삶’을 지향해왔다. 국가와 제도가 규율하는 규범적이고 화폐적인 삶 바깥에서 ‘만물은 서로 돕는다’라는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살고 싶었다. 친구들과 함께 인문학 공동체를 꾸렸고, 그것을 “친구와 함께 삶의 비전을 찾아가는 작고 단단한 네트워크”라고 불렀다. 우리는 공부가 삶이 되고, 일상이 공부가 되기를 꿈꾸었다. 나아가 수천 개의 공부가 수천 개의 삶으로 이어지고, 다시 그 삶들이 서로 마주쳐 국가 외부의 마을들이 생겨나기를 소망했다.

[돌봄]돌봄에도 상황적 지식이 필요하다

  8월에 걷기 모임이 있었다. 연회원인 한 친구가 오랜만에 걷기에 나와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함께 걷게 되었는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친구는 최근 어머니 일상의 변화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현관의 비밀번호 끝자리 숫자를 헷갈려서 몇 번이나 다시 누른다고 했다. 예전에는 요리하는 걸 참 좋아하셨는데 요즘에는 그것도 힘들다고 안 하고 싶어 하신단다. 반찬은 자신이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