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환자의 발을 닦으며 – 호스피스 체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시면 안 돼요.
병실에 들어가기 전 선배 봉사자가 나에게 한 말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건네는 이 인사를 ‘의식적’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호스피스 병동이다. 나는 올해 가을부터 호스피스봉사자교육을 받고 있다. 온라인교육이지만 발반사요법 교육과 실습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발반사요법은 발에 있는 각 장기나 기관의 반사점을 자극해 혈액순환, 몸 속 노폐물 배출, 통증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있다.

10월 걷친들_가을비 오는 전등사와 정족산성길 걷기

10월 26일 걷친들은 강화도 전등사와 정족산성길을 걸으러 갔습니다. 올해 걷친들에서 처음으로 비 맞으며 걸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비오는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고요 전등사부터 둘러보기 위해 경내를 들어서서 빗속을 걸어들어갔습니다. 정족산성은 가파르게 올라가면 다시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이 반복되는 둘레길이었고요 정족산 정상에는 안개 가득해서 강화 들녘은 보이지 않았지만~~ 정상에서 맛보는 간식의…

무덤의 미래

4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묘를 이장(移葬)했다. 당시 정신없이 구했던 묘지는 경기도 모 공원묘지에서도 거의 산꼭대기 자리였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장례식 풍경. 사람들이 무거운 관을 낑낑대며 운반했고, 어린 동생들은 눈 쌓인 산에서 계속 미끄러지면서 울었다. 지금은 접근성이 좋아졌다지만, 노쇠한 어머니에게 그곳은 어느 날부터 갈 수 없는 장소가 되었다. 1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는 집 근처에…

2025년 나이듦연구소 워크숍 1차 후기

11월 2일 3일 양일간 2025년 나이듦연구소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작년 11월 2일 3일로 단양 단풍구경과 겸사겸사 워크숍을 다녀와서 또 단풍 구경을 가자고 했지만, 올해 여러 일정을 고려한 끝에 양평으로 장소를 바꾸면서 다녀온 워크숍입니다. 올해의 종잡을 수 없는 날씨로 인해 단풍이 늦게 들기도 해서 그런지 양평은 푸릇푸릇한 나무들 사이사이 단풍 든 나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2일)…

<선흘포럼> 둘째날, 소년을 위하여, 소년과 함께

평범하지 않은 소년들과 함께 선흘포럼의 마지막 세션은 <난감모임 2. 소년을 위하여 소년과 함께> 프로그램이었다. 가부장의 이데올로기가 깨진 시대,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들들은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또한 성별 간 소통이 어려워진 시대, 청년 남녀들이 다시 소통하고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존의 감각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기 위해…

<선흘포럼> 둘째날, 돌봄사회를 향한 페미니즘 이론과 실천

1. 우에노 지즈코를 만나다 제주 선흘리에서 열린 <선흘포럼> 2일차, 『돌봄의 사회학』의 저자인 우에노 지즈코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포럼의 제목은 ‘돌봄 사회를 향한 페미니스트 이론과 실천’ 이었다. 작년에 나이듦 대중지성에서 세미나를 했던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는 시간이라 더 기대되었다. 전날 1일차 포럼 조한혜정 선생님과의 대담에서 25년 동안 현장을 돌아다니며 개호보험의 실제 성과를 몸으로 느꼈다는…

당신은 어떻게 불리고 싶은가요?

처음 ‘아줌마’라고 불렸을 때의 당황함이 기억난다. 그것은 더 이상 젊게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약간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세상에는 세 가지 성별이 존재하는 데, 바로 남자, 여자, 아줌마다”라는 말이 유행했었고, 아줌마는 주로 민폐를 끼치고, 새치기하거나 큰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되었다.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줌마라는 말은 여성이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당연히 수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과 함께 작동한다. 그러니까 아줌마라는 말에는 젠더와 노화에 대한 경멸이 겹겹이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선흘포럼> 두번째 대화, 여성주의자로 늙고 죽는다는 것

첫날 저녁 두 분 선생님의 희수잔치가 있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할망들도 모두 오시고 마을 사람들도 많이 오셔서 저녁식사와 와인을 나누고 케잌을 자르고 선물들도 드렸습니다. 이제 <난감모임 1> 세션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노래가 시작되고 멋들어진 춤사위가 어우러지면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난감하네~!”를 외치며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었지만 다행히 조금 늦게나마 장내를 정리하고 <난감모임 1. 여성주의자로 늙고 죽는다는…

<선흘포럼> 첫번째 대화, 말은 가 닿을까?

경계에서 말한다의 아주 사적인 후기입니다.^^ 선흘포럼 첫 번째 시간, 우에노 지즈코 선생님과 조한혜정 선생님, 두 사람에게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고 그들의 육성을 듣는 빡센 일정의 1박 2일이 시작되었다. 우에노 선생님과 조한선생님이 이렇게 만나게 된 출발은 2004년 출간된 <경계에서 말한다>였다. (일본에서 나온 책 제목은 <말은 가 닿을까ことばはとどくか>) 이 책은 1948년 생인 두 사람이 50대 중반에…

9월걷친들_이 스템프를 보라~~

9월 21일 일요일 걷는 친구들은  서울 둘레길 10코스 우면산 코스를 걸었습니다^^ 하늘이 끝내주게 맑은 날, 저 멀리 북한산 봉우리들 보이시나요^^? 중급 코스이긴 하지만 7,6 키로라서 다들 수월하게 걸었습니다. 9월에도 비가 많이 내려서 땅은 좀 질퍽거렸지만 산 곳곳의 빗물 수로에서 흐르는 물소리는 참 듣기 좋았습니다. 10코스를 완주하고 스템프를 찍었습니다. 친구들 중에 유일하게 스템프로 꽉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