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13] 자유를 빼앗지 않는 돌봄의 세계-<돌봄, 동기화, 자유>

이 책은 다쿠로쇼 요리아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좌충우돌 히스토리를 담은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닙니다>(가노코 히로후미, 2017)의 후속편이다. 1991년부터 참여해 요리아이의 총괄 소장을 맡고 있는 무라세 다카오의 저서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 책은 그가 경험담으로 풀어낸 특별한 치매노인 돌봄 이야기이다.(치매(癡呆)는 ‘어리석고 어리석다’라는 의미로 해당 장애의 특징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며 당사자에게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린의걷.친.초] 5월 북한산 둘레길 우이령길을 걷다

5월의 걷친들과 함께 북한산 둘레길 21코스 우이령길을 걸었습니다. 우이령길은 북한산 상장능선과 도봉산 송추남능선 사이의 계곡 탐방로이며, 양주시 장흥면과 강북구 우이동을 잇는 길로 예로부터 고양, 파주 등 경기 북부와 한양을 잇는 최단의 지름길이라고 합니다. 당시는 우마차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었는데, 한국전쟁 때 미군 36공병대가 군사작전용 도로로 개설했던 길입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1회 치매는 처음이라

아버지의 미수연 지난달에 가까운 친척들을 모시고 아버지의 88세 미수연을 했다. 다들 나이가 들어 왕래가 어렵다 보니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뵌 후 2년 만에 만나는 분이 대부분이었다. 홀로 된 아버지를 걱정하고 계실 듯해서 겸사겸사 식사 대접을 했다. 축하 인사 후 아버지 차례가 되었다. 말씀하실 때는 청산유수다. “예전에 어른들이 나이 80이 되면 무덤 속에 누운…

[리뷰12] 집에서 임종 맞기-<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1.홀로 집에서 죽을 수 있습니까?    2015년에 출간된 이 책은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독신의 오후』 와 함께 ‘싱글 시리즈’ 3부작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 우에노 치즈코는 혼자 사는 전문직여성으로 자식도 손자도 없다. 이 책을 출간할 당시는 68세였다. 그러니 이 책은 당사자의 시선으로 집에서 홀로 죽을 수 있을지를 탐색한 결과물이다.  …

나도 주치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깨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관절 전문병원’부터 갔다. 특정 자세를 취할 때 통증이 온다고 하자 의사는 MRI를 찍으라고 했다. 비싸서 좀 망설였지만 찍었다. 진단은 회전근개파열이었다. 의사는 수술해야 한다면서 다짜고짜 수술 일정을 잡고 가라고 했다. ‘회전근개’라는 단어도 처음 듣는 나에게 병의 원인 혹은 수술 이외의 치료 방법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진 채로 집에 돌아온 나는…

1회 – 추모가 있는 장례식을 꿈꾸며

코로나가 일깨운 장례의 의미 언젠가부터 누군가의 부고를 받고 조문을 가는 일이 익숙해졌다. 물론 누구의 죽음이냐에 따른 온도차는 있지만 내 몸은 기계적으로 할 일을 생각한다. 누구와 언제 조문을 갈지, 부의금은 얼마를 할지를 말이다. 부의금은 통상 상주와 나의 친밀도에 의해 결정되고 조문의 목적은 상주를 보러 가는 것이다. 원래 조문(弔問)에는 조상(弔喪)과 문상(喪問)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리뷰11] 나를 해부하는 글쓰기 –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

1. 섹스 잠 섹스 밥 섹스 잠 섹스 “2023년 마지막 날을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섹스 잠 섹스 밥 섹스 잠 섹스로 지내다, 파트너를 보내 놓고 잠과 밥을 마쳤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없는 것으로…ㅎ” 올 1월1일 페이스북에서 이 포스팅을 읽는 순간, 와우! 라는 감탄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놀라움(아니 이런 이야기를…

여주 <노루목 향기> 방문 후기

KBS 다큐 온을 비롯 여러 매체에서 다룬  시니어 공유 공간 ‘노루목향기’의 이혜옥·심재식·이경옥 세 할머니가 사는 여주에 다녀왔다. ‘제108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화모임’에 초대되어서. 인문약방에서 6월에 진행할 공모사업 마을 주간에 초대한 세 분의 할머니들을 뵈러 간 것이다. <사진출처: 한산신문> ‘노루목 향기’와 관련한 자료들을 충분히 숙지한 후에 방문한 터라 세 분의 할머니가 낯설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이번 행사의 주…

[리뷰10]노년은 젊은이들의 것이 아니다-<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SF의 거장 어슐러 르귄의 에세이 모음『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를 읽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이전에는 르귄을 읽은 적이 없다. 작년에 버틀러, 해러웨이 등을 공부한 친구들로부터 페미니스트 철학자들이 여성 SF 작가인 르귄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그녀의 이름을 알 정도로 르귄에 대해, SF에 대해 무지했다.(지금도 그렇다.^^) 내로라하는 여성 철학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작가…

1회 우리 엄마, 울트라수퍼 돌봄우먼

  언젠가 엄마의 구술 생애사를 써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엄마의 삶을 기록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엄마의 삶을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손녀딸이 인터뷰를 시작하긴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진행을 못해서 좀 아쉽다. 이렇게 빨리 엄마가 기억을 잃고 이야기를 못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