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2] 평안한 죽음을 위한 엔딩노트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내가 ‘엔딩노트’를 처음 접한 것은, 2016년 유시민씨가 참여하면서 입소문이 났던 <엔딩노트, 삶은 기록을 남긴다>라는 다음 포털의 스토리펀딩을 통해서였다. ‘죽는 데에도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 설득당해 펀딩에 참여했는데, 리워드로 두 권의 엔딩노트가 배송되었다. 엔딩노트에는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결정과 장례방식을 비롯하여 내 가까운 사람, 소중히 여기는 물건, 금융정보나 주요한 사이트의 비번과 같은 것 등 채워야 할…

[리뷰29]죽음 앞에 선 인간_<이반일리치의 죽음>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첫머리는 아주 유명하다. 이 소설은 고등법원 판사인 이반 일리치의 부고를 받은 동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가로 시작한다. 그의 부고를 듣자마자 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 죽음이 자신과 지인들의 인사이동이나 승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것이었다. 톨스토이는 부고를 들은 동료들의 생각을 현미경을 들이대듯이…

[리뷰28] 좋은 죽음 수업 –<단식 존엄사>

단식을 통한 존엄사가 가능하다 『단식 존엄사』는 대만에서 ‘소뇌실조증’이라는 유전성 희귀병을 진단받은 어머니가 83살 때 ‘단식 존엄사’를 결단하자 재활학과 의사인 딸 비류잉이 어머니가 임종할 때까지 옆에서 함께하며 그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소뇌실조증’은 운동을 조절하는 소뇌가 점차 기능을 상실해 균형 감각이 떨어져 잘 넘어지고 말기에는 걷지 못하고 침상 생활을 하게 되며 팔다리가…

[리뷰23] 로봇간병 어때요? –<간호중>

“간병이란 해도 해도 끝이 없어서 나중에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이것을 젊은 간병 연구자 이구치 다카시 씨는 ‘가족 간병의 무한정성(無限定性)’이라고 불렀다. 간병이란 몸은 떨어져 있어도 가족에게는 일할 때에도 쉴 때도 잠시도 내려놓을 수 없는 무거운 짐 같은 것이다.” (우에노 지즈코,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어른의 시간, 146쪽) 간병살인, 영케어러, 노노(老老)간병, 최근의 간병비 지원에 관한…

[리뷰20]죽음,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비의미-<죽음에 대하여>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가 1966년에 쓴 책 『죽음』이 작년에 번역되었다. 나는 700쪽이 넘는, 죽음 사유의 기념비적 저작인 『죽음』을 읽기 전에 먼저 장켈레비치와 나눈 네 편의 대담을 실은  『죽음에 대하여』를 집어 들었다. 『죽음』의 대중적 판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대담집은  장켈레비치의 죽음 철학을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는 좋은 안내서다.(내용은 가볍지 않지만 책은…

[리뷰19] 나는 어머니를 몰랐다 – <어머니를 돌보다>

『어머니를 돌보다(Mother Care)』는 소설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린 틸먼이 11년간 자신의 어머니를 돌본 경험을 사실적으로 쓴 책이다.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책의 맨 앞장에는 “돌봄 제공자들에게, 그 일을 유급으로 하는 사람, 무급으로 하는 사람 모두에게”라고 쓰여 있고, 그 다음 장에는 “운명은 순순히 따르는 이에게는 길을 안내하고, 순순히 따르지 않는 이는 억지로…

[리뷰17] 죽음 의욕 가득한 이의 고백-<죽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는 일본의 그림책 작가이자 수필가다. 2010년 72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죽는 게 뭐라고』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지 3년이 지나, 암이 뼈로 전이 되어 2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 쓴 글들이다. 동네 병원 의사가 가슴을 만져보고 전문 병원 가보라는 얘기에, 바로 옆 전문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고 그 다음 날 한쪽 가슴을 완전히 도려내는 수술을…

[리뷰16] 상실, 기억 그리고 애도 –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

1. 엄마, 이 다큐 좀 봐봐 세상 쿨한 내 딸, 절대로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는 딸이 어느 날 나에게 다큐멘터리 하나를 추천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 였다. 추천의 이유는 “재밌어” 였다. 영화의 첫 장면. 어느 주택의 창고에서 꼬마들이 외밧줄 그네를 타면서 놀고 있다. 그 옆에 그들의 할아버지,…

[리뷰15]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다-<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

죽음은 지혜를 완성하는 클라이막스 시부모님 두 분 다 장례식 후에 불교 의례인 49재를 치르며 극락왕생을 빌었다.  부모님 천도재에서는 <천수경>과 <반야심경>을 읽었다. 뒤에 알게 된 것이지만 <금강경>을 독송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티베트불교에서 죽은 자를 위해 독송하는 경전은 <티베트 사자의 서>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백여년전인 1927년에 미국 인류학자 에반스 웬츠에…

[리뷰14] 당신이선택한 단하나의 추억이있다면? – <원더풀라이프>

사후세계로 가는 중간역 월요일, 기차역 대합실 같은 곳에서 대기하던 22명의 사람들이 하나씩 면접실로 불려간다. “당신은 어제 돌아가셨습니다. 조의를 표합니다. 이곳에 오시면 일주일간 계시게 됩니다. 이곳에 계시는 동안 하실 일이 한 가지 있어요. 살아오면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딱 하나만 선택해 주세요. 다만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사흘 내에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선택한 추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