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사람은 죽는 날까지 설 수 있다

휴머니튜드 혁명 이브 지네스트, 로젯 마레스코티 지음.  대광의학 휴머니튜드는 ‘HUMAN+ATTITUDE’로 만들어진 용어이다. 인간적인 케어, 인권을 중시하는 케어, 케어 받는 사람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그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의 케어 철학이자 케어 기술이다. 휴머니즘은 이미 한물 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데, 휴머니튜드에서 ‘인간’ 조건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 생각에는) ‘선다’는 것이다. ‘사람은 죽는…

우리에게는 마을약사가 있다

“진짜 약국을 만들자!” 인문학공동체 공부가 마을경제에 꽂혔을 때 작업장을 만들었고, 청(소)년에 꽂혔을 때 마을학교를 만들었던 것처럼, 양생이 새로운 화두가 되었을 때 마을약국을 떠올렸다. 때마침 회원 중에 약사도 있지 않은가. 무모함에 가까운 용기, 돈은 쌓아두는 게 아니라 순환시켜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윤리, 거기에 언제나 기꺼이 보태는 손들이 있으니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짜 약국을 만들자.…

3월걷친들_한 뼘 가까워진 사이

1.20도가 넘는다고? 3월이 시작되고도 내내 쌀쌀한 편이었다. 3월 첫 주에 겨울 파카를 전부 빨아서 정리한 터라 봄 외투로는 찬 기운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너무 빨랐나 후회를 하다가도 이 겨울이 어서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기 때문에 견딜 만 했다. 3월의 걷기가 잡힌 23일의 일주일 전 일기예보가 떴는데 낮 최고 기온이 20도다. 3월 걷기에도…

[남자의 나이듦]아버지의 유산

이 책은 필립 로스가 1991년에 쓴 자전적 에세이다. 남자가 바라보는 남자의 노년이면서, 아들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노년과 죽음의 이야기다. 큰 줄기는 아버지 허먼 로스의 뇌종양 판정을 계기로 완고했던 아버지의 노쇠를 경험하며 그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존엄한 죽음에 대해 실존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는 2017년에 출간되었지만 실제로는 『에브리멘』(2009년 국내 출간) 보다도 먼저 나온 책이어서 이 책을 먼저 읽고…

[종교와죽음] 예수는 천국과 지옥을 말하지 않았다

『두렵고 황홀한 역사』바트 어만, 갈라파고스 무함마드 평전을 읽은 이후에 나는 간혹 <꾸란>을 펼쳐서 읽고 있다. <꾸란>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죽음 이후에 대해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깊이 읽지는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 『꾸란』이 계시하는 사후세계는 그동안 알아온 기독교의 사후세계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꾸란』 역시 ‘언젠가 죽은 사람들이 모두 부활하는 날이 올…

7회 유언장을 써보자

엔딩노트와 유언장 요즘엔 흔치 않지만 10년 전만해도 컴퓨터를 쓰다가 겪게 되는 가장 무서운 일은 갑자기 모니터가 파란 화면으로 바뀌면서 ‘알 수 없는 오류로 시스템을 다시 시작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이었다. 진행 중이던 작업은 저장되지 않은 채로 모두 날아가고 컴퓨터가 재시동 되는 것을 바라보며 황당함은 분노로 바뀌곤 했었다. 그런데 만약 나의 삶이 어느 날 비정상적 종료(사고)를 하거나…

「할머니」 할머니라는 세계

1。 스크루지 할머니와 명랑한 할머니 사이에서 딸은 자기 할머니, 그러니까 나의 엄마를 종종 ‘스크루지 할머니’라고 불렀다. 맞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괴팍하고 심술궂은 그 스크루지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딸이 우리 식구 중에서 비교적 할머니와 잘 지내는 편에 속했다는 사실이다. ‘무토’ 답게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데다가 눙치는 것도 잘해서 할머니의 사사건건 잔소리도…

나이듦연구소 간판도 내걸고~~

2024년부터 활동은 시작했고 2025년 계획으로  활동의 범위를 확장해 보자며 비영리단체등록을 접수하고 공간도 가시적으로 확보하는 나이듦 연구소^^ 그 일환으로 실내에 무형으로 있던 연구소 간판을 유형으로 제작하여 내다 걸었습니다~~ 세미나 끝나고 나오는 연구원 두 분, 인디언샘과 요요샘이 모양새 나게 간판을 내다 걸었습니다^^ 그리고 인증샷~~ 앞으로 이어나갈 나이듦 연구소 활동의 안녕을 기원하는 두 분의 웃음꽃…

[돌봄] ‘함께-돌봄’의 사회로 나아가는 돌봄의 윤리

1.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돌봄 작년에 죽음세미나에서 『티벳 사자의 서』를 읽었다. 이 책에서는 사람이 죽은 다음 다시 환생하기까지 머무는 사후의 중간 상태를 바르도라고 부른다. 사후 49일간 머무르는 이 바르도에서 온갖 시험에 드는데, 이 때 죽은 자는 살았을 때의 경험이 투영된 것들을 겪는다고 했다. 세미나를 끝내면서 나는 환생이냐 해탈이냐를 택하기 이전에, 우선 이생을…

연명치료중단, 싸인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이유

오프닝 연명치료중단, 싸인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이유 에디터, 이희경 이번 호 나이듦아카이빙의 스크랩플러스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온 기사는 임종 직전 고령자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연명치료에 노출되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받는 연명치료 중 1위는 혈압상승제였다고 한다. 혈압상승제라… 그 단어가 갑자기 나를 6개월 전으로 플래시백 시켰다. 진짜 무더웠던 작년 여름 어느 날, 저녁 식사까지 잘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