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매와 함께 살아가기

『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는 나』사토 마사히코 지음, 세개의소원   우에노 지즈코는 <돌봄의 사회학>에서 사회적 약자를 권리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개념으로 ‘당사자 주권’을 중요하게 이야기한다. 우에노 지즈코에 따르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드러내고 그것이 충족되는데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보는 권리 주체가 당사자다. 장애인은 그동안 장애인 운동을 통해서 어느 정도 당사자 주권을 요구해왔지만 노인은 그러지…

[종교와죽음]윤회는 실재인가, 방편인가?

『윤회: 불교의 마음, 업, 우주에 대한 길잡이』 (Rebirth: A Guide to Mind, Karma, and Cosmos in the Buddhist World), 로저잭슨 지음, 운주사 종교와 죽음에 대한 책으로 이번에는 불교의 윤회와 업에 대한 연구서, 미국의 불교학자 로저 잭슨의 『윤회』를 골랐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윤회와 업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2,000년 이상 이루어진 광범위한 불교의 담론을 조사하고 정리했다고…

[돌봄]이끌고 이끌리는 돌봄이 피어나는 곳

반팻병원에서 공공의료를 생각하다  반팻병원은 태국의 치앙마이주 치앙마이 교외에 있는 공공병원이다. 전통적인 벼농사를 짓는 지역이지만 도심에서도 20키로 정도 떨어져 있어 도시와 시골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2002년 전국적으로 시행된 보편적 건강보험으로 공공 의료시스템을 갖춘 병원으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지역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며, 미얀마에서 이주한 등록 이주민과 미등록 이주민, 태국 국적이 없는 다수의…

[남자의 나이듦]게이로 늙는다는 것

메종 드 히미코, 이누도 잇신 감독, 2005, 일본 게이 아버지를 만나다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병원비로 큰 빚을 떠안은 사오리에게 아버지의 젊은 애인 하루히코가 나타난다. 아버지가 암 말기로 심각한 상태이니 그가 지내고 있는 게이 요양원에서 아버지와 게이 노인들을 돌봐달라는 것이다. 가족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이 컸던 사오리는 하루히코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그가 일당…

[종교와죽음] 당신은 태어난 적도 없고, 죽지도 않는다

스와미 비베카난다, 『마음의 요가』, 판미동 스와미 비베카난다는 누구인가 스와미 비베카난다(1863~1902)는 영국 지배하의 인도 캘커타에서 태어났다. 그는 간디가 “만일 인도를 알려면 비베카난다를 공부하라”고 말할 정도로 근대 인도의 힌두교 영성에 큰 족적을 남겼다. 비베카난다는 대학에서 서구식 교육을 받고 서양사상과 논리학에 빠지기도 했지만 라마크리슈나(1836~1886)를 만나고부터는 그의 제자로 살았다. 비베카난다는 라마크리슈나와의 첫 만남(1881년)을 이렇게 회상한다. 어느날…

[돌봄] 어떤 돌봄의 실천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돌봄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러다 가까운 사람 중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잊고 있던 돌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럴 때 아픈 가족을 외면하지 못하는 누군가는 돌봄을 자처하게 되고, 어느 순간 독박 돌봄에 처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우리는 분명 돌봄 속에 삶을 유지해 왔는데 어느 순간이 되면…

[치매]사람은 죽는 날까지 설 수 있다

휴머니튜드 혁명 이브 지네스트, 로젯 마레스코티 지음.  대광의학 휴머니튜드는 ‘HUMAN+ATTITUDE’로 만들어진 용어이다. 인간적인 케어, 인권을 중시하는 케어, 케어 받는 사람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그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의 케어 철학이자 케어 기술이다. 휴머니즘은 이미 한물 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데, 휴머니튜드에서 ‘인간’ 조건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 생각에는) ‘선다’는 것이다. ‘사람은 죽는…

[남자의 나이듦]아버지의 유산

이 책은 필립 로스가 1991년에 쓴 자전적 에세이다. 남자가 바라보는 남자의 노년이면서, 아들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노년과 죽음의 이야기다. 큰 줄기는 아버지 허먼 로스의 뇌종양 판정을 계기로 완고했던 아버지의 노쇠를 경험하며 그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존엄한 죽음에 대해 실존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는 2017년에 출간되었지만 실제로는 『에브리멘』(2009년 국내 출간) 보다도 먼저 나온 책이어서 이 책을 먼저 읽고…

[종교와죽음] 예수는 천국과 지옥을 말하지 않았다

『두렵고 황홀한 역사』바트 어만, 갈라파고스 무함마드 평전을 읽은 이후에 나는 간혹 <꾸란>을 펼쳐서 읽고 있다. <꾸란>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죽음 이후에 대해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깊이 읽지는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 『꾸란』이 계시하는 사후세계는 그동안 알아온 기독교의 사후세계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꾸란』 역시 ‘언젠가 죽은 사람들이 모두 부활하는 날이 올…

「할머니」 할머니라는 세계

1。 스크루지 할머니와 명랑한 할머니 사이에서 딸은 자기 할머니, 그러니까 나의 엄마를 종종 ‘스크루지 할머니’라고 불렀다. 맞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괴팍하고 심술궂은 그 스크루지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딸이 우리 식구 중에서 비교적 할머니와 잘 지내는 편에 속했다는 사실이다. ‘무토’ 답게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데다가 눙치는 것도 잘해서 할머니의 사사건건 잔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