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13] 자유를 빼앗지 않는 돌봄의 세계-<돌봄, 동기화, 자유>

이 책은 다쿠로쇼 요리아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좌충우돌 히스토리를 담은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닙니다>(가노코 히로후미, 2017)의 후속편이다. 1991년부터 참여해 요리아이의 총괄 소장을 맡고 있는 무라세 다카오의 저서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 책은 그가 경험담으로 풀어낸 특별한 치매노인 돌봄 이야기이다.(치매(癡呆)는 ‘어리석고 어리석다’라는 의미로 해당 장애의 특징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며 당사자에게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리뷰12] 집에서 임종 맞기-<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1.홀로 집에서 죽을 수 있습니까?    2015년에 출간된 이 책은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독신의 오후』 와 함께 ‘싱글 시리즈’ 3부작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 우에노 치즈코는 혼자 사는 전문직여성으로 자식도 손자도 없다. 이 책을 출간할 당시는 68세였다. 그러니 이 책은 당사자의 시선으로 집에서 홀로 죽을 수 있을지를 탐색한 결과물이다.  …

[리뷰11] 나를 해부하는 글쓰기 –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

1. 섹스 잠 섹스 밥 섹스 잠 섹스 “2023년 마지막 날을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섹스 잠 섹스 밥 섹스 잠 섹스로 지내다, 파트너를 보내 놓고 잠과 밥을 마쳤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없는 것으로…ㅎ” 올 1월1일 페이스북에서 이 포스팅을 읽는 순간, 와우! 라는 감탄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놀라움(아니 이런 이야기를…

[리뷰10]노년은 젊은이들의 것이 아니다-<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SF의 거장 어슐러 르귄의 에세이 모음『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를 읽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이전에는 르귄을 읽은 적이 없다. 작년에 버틀러, 해러웨이 등을 공부한 친구들로부터 페미니스트 철학자들이 여성 SF 작가인 르귄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그녀의 이름을 알 정도로 르귄에 대해, SF에 대해 무지했다.(지금도 그렇다.^^) 내로라하는 여성 철학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작가…

[리뷰9] 죽(이)거나 도망치거나 – <장녀들>

죽(이)거나 도망치거나, 다른 방법이 없다면 어쩔 것인가! 시노다 세츠코의 소설 세 편 <집 지키는 딸> <퍼스트레이디> <미션>이 『장녀들』 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다. 세 명의 주인공은 30대 중반에서 40대의 비혼 장녀들. 이들의 이야기는 소설이지만 결코 낯설지 않고, 일본이지만 한국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나의 노후는 어떻게 될까  나오미는 유능한 40대 돌싱…

[리뷰8] 실버아파트에서 노인 관찰하기-<초보노인입니다>

실버아파트? 이 책의 원제는 <나는 실버아파트에 산다>이다.  ‘실버아파트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검색해 봤다. ‘실버아파트’는 흔히 실버타운이라 일컬어지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다. 노인복지주택은 임대형과 분양형으로 구분되는데 임대형의 경우 입지와 제공되는 서비스의 내용에 따라 차이가 크긴 하나 통상 보증금과 월 생활비(관리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반면, 분양형은 사고 팔 수 있는 내 집이면서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들이 제공된다.(정부는 2015년 이후…

[리뷰7] 편지가 맺어준 인연- 중앙역

1.도라의 회심 리우(브라질의 도시) 중앙역에서 문맹자들의 편지를 대필해주는 중년의 도라, 하고 싶은 말을 가득 품고 마주 앉는 이들과 달리 무표정하게 그들의 사연을 받아 적었다. 말문이 막힌 이들을 위해서는 몇 줄의 문장들까지 만들어 주면서 대필 비용으로 1달러와 우편요금 1달러를 챙겼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 편지들 대부분은 쓰레기통에 버려졌고, 일부는 책상서랍 안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리뷰6] 62년생 김찬호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되었습니다>

1. 김명인과 김찬호의 노년 이야기?! 책 표지가 인상적이다. 거기에는 내가 알던, 명민하면서도 다정한 눈빛, 까맣고 숱 많은 머리를 지닌 준수한 김찬호는 없다. 대신 훤하게 벗겨진 이마, 짧은 흰머리, 깊은 주름의 초로의 사내가 떡하니 박혀있다. 또 “격랑의 현대사를 주도해 온 베이비부머 세대는 노년의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자기…

[리뷰5] 두여자의 우당탕탕 한 집 살이-<그레이스 앤 프랭키>

달라도 너무 다른 그레이스와 프랭키 내가 아는 미드라고는 고릿적 시절에 영어 배운다고 몇 번 본 <프렌즈>가 전부였다. 그런데 최근 70대의 늙은 여자 둘이 주인공인 미드 <그레이스 앤 프랭키>를 보게 되었다. 이 여자들, 70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우아하고 활달하며 독립적이고 전투적이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내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70대의…

[리뷰4] 어느 복지사의 돌봄이야기-<흐르지 않는 시간을 찾아서>

사회 복지사가 돌봄의 현장에서 마주친 삶들  저자는 40대에 늦깎이로 야간 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후 양로원, 요양원, 주간보호시설 등에서 20년 가까이 노인 돌봄에 종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친구 따라 시작했지만 현장의 이력이 쌓이면서 삶의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고 한다. 양로원에 근무할 때 만난 80대의 어르신이 유난히 당신 하고 싶은 대로만 해서 공동체 생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