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22] ‘보통의 의사’가 되기 위해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1.왕진하는 의사 “왕진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느 날 진료실을 들어온 할머니 한 분이 거동이 너무 느렸어요. 그 분을 제가 부축을 하면서도 점점 마음이 초조해지는 겁니다. 3분이 지나고 있었거든요. 진료실에서 의사는 해녀와 비슷합니다. 해녀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 숨을 참고 잠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5분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때는 5분에 한 분씩 환자를…
1.왕진하는 의사 “왕진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느 날 진료실을 들어온 할머니 한 분이 거동이 너무 느렸어요. 그 분을 제가 부축을 하면서도 점점 마음이 초조해지는 겁니다. 3분이 지나고 있었거든요. 진료실에서 의사는 해녀와 비슷합니다. 해녀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 숨을 참고 잠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5분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때는 5분에 한 분씩 환자를…
『어머니를 돌보다(Mother Care)』는 소설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린 틸먼이 11년간 자신의 어머니를 돌본 경험을 사실적으로 쓴 책이다.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책의 맨 앞장에는 “돌봄 제공자들에게, 그 일을 유급으로 하는 사람, 무급으로 하는 사람 모두에게”라고 쓰여 있고, 그 다음 장에는 “운명은 순순히 따르는 이에게는 길을 안내하고, 순순히 따르지 않는 이는 억지로…
침대에서 눈을 뜬 여자가 낯선 남자를 발견하고 당장 여기서 꺼지라고 소리를 지른다. 남자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자신이 그녀의 남편이라는 것을 증명해보이려고 애를 쓰지만 그럴수록 여자는 더 격렬하게 화를 낸다. 이 남자는 훈련받은 정신과 의사이자, 저명한 의료인류학자 아서 클라인먼이다. 허나, 50대 후반에 찾아온 조발성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아내 앞에서 그는 그저 충격과 비참함에 몸을…
이 책은 다쿠로쇼 요리아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좌충우돌 히스토리를 담은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닙니다>(가노코 히로후미, 2017)의 후속편이다. 1991년부터 참여해 요리아이의 총괄 소장을 맡고 있는 무라세 다카오의 저서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 책은 그가 경험담으로 풀어낸 특별한 치매노인 돌봄 이야기이다.(치매(癡呆)는 ‘어리석고 어리석다’라는 의미로 해당 장애의 특징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며 당사자에게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1. 섹스 잠 섹스 밥 섹스 잠 섹스 “2023년 마지막 날을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섹스 잠 섹스 밥 섹스 잠 섹스로 지내다, 파트너를 보내 놓고 잠과 밥을 마쳤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없는 것으로…ㅎ” 올 1월1일 페이스북에서 이 포스팅을 읽는 순간, 와우! 라는 감탄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놀라움(아니 이런 이야기를…
죽(이)거나 도망치거나, 다른 방법이 없다면 어쩔 것인가! 시노다 세츠코의 소설 세 편 <집 지키는 딸> <퍼스트레이디> <미션>이 『장녀들』 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다. 세 명의 주인공은 30대 중반에서 40대의 비혼 장녀들. 이들의 이야기는 소설이지만 결코 낯설지 않고, 일본이지만 한국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나의 노후는 어떻게 될까 나오미는 유능한 40대 돌싱…
1.도라의 회심 리우(브라질의 도시) 중앙역에서 문맹자들의 편지를 대필해주는 중년의 도라, 하고 싶은 말을 가득 품고 마주 앉는 이들과 달리 무표정하게 그들의 사연을 받아 적었다. 말문이 막힌 이들을 위해서는 몇 줄의 문장들까지 만들어 주면서 대필 비용으로 1달러와 우편요금 1달러를 챙겼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 편지들 대부분은 쓰레기통에 버려졌고, 일부는 책상서랍 안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사회 복지사가 돌봄의 현장에서 마주친 삶들 저자는 40대에 늦깎이로 야간 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후 양로원, 요양원, 주간보호시설 등에서 20년 가까이 노인 돌봄에 종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친구 따라 시작했지만 현장의 이력이 쌓이면서 삶의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고 한다. 양로원에 근무할 때 만난 80대의 어르신이 유난히 당신 하고 싶은 대로만 해서 공동체 생활에서…
1. 함께 잠자지 않을래요? 애디(제인 폰다)와 루이스(로버트 레드포드)는 콜로라도 작은 마을에서 오래 살아온 이웃이다. 나이 들어 남편,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살고 있다. 어느 날 저녁 루이스네 집에 찾아온 애디. “저희 집에 와서 함께 잠자지 않을래요?” 생경한 제안에 당황한 루이스. 애디는 섹스를 하자는 게 아니라 잠들기 전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