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머리카락 소동과 나이듦

나는 원래 체구가 작고 동그란 얼굴 덕에 어려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작년 정년퇴직을 한 이후 일정하게 반복되던 루틴이 사라지자 나는 부쩍 더 늙어보였다. 나름 운동도 하고 바삐 지낸다고 했지만 일 할 때보다 활동량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 보다. 일 할때만 해도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언닌 아직 너무 젊어 보여, 더 일해야지…” 했는데, 늙음은…

(6회) 아니 에르노와 글쓰기

내가 아니 에르노의 책과 만난 건 작년 2022년이었다. 그즈음 공교롭게도 아니 에르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그녀의 모든 책이 다시 주목받았다.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사회학적 글쓰기 방식은 독특했다. 자신의 경험을 부끄러울 정도로 고스란히 글로서 드러내는 행위 자체가 결국 그 사회의 젠더 문제, 계급 문제를 예리하게 파헤쳐 고발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솔직하게. 정면으로. 나는…

(5회) 61세 신입 사원

취업을 했다 작년 정년퇴직 후 8개월이라는 실업급여 수급의 막바지가 다가올 즈음, 어디든 가리지 않고 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재취업에 시동을 걸었다. 역시나 내 나이와 경력을 활용할 만한 일자리는 없었다. 60이라는 – 젊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늙은 축에도 못 끼는 – 나이처럼 절망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렇다고 분투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을 차일피일 보내고 있을 때, 마침 일하지 않겠냐는…

(4회) ‘난잡한’ 아니 ‘난장판’ 가족 돌봄

88세의 늙고 병든 어머니 50대 후반 혹은 60대가 되면 누구나 부모님 돌봄 문제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닥친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버지는 내가 54세 되던 해 돌아가셨고, 이제 60이 된 나에게는 88세의 어머니가 남아계신다. 그리고 어머니는 10년 차 파킨슨병 환자로 심장의 가동률은 33%(의사 말로는 언제 심정지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함), 신장도 이미 한쪽은 기능을…

(3회) Mamma mia!! 딸의 결혼

*맘마 미아(Mamma mia)는 이탈리아어로 놀라움이나, 괴로움을 나타내는 감탄사이다. “세상에, 맙소사!”, 직역하면 “우리 엄마”다.(엄마는 성모마리아를 의미)/위키백과, 나무위키 참조 지난 2월 나는 딸의 결혼식을 치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결혼보다 더 낯설고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딸의 결혼이었다. 나는 언제나 모든 결혼에 ‘축하한다’는 말보다 ‘반댈세’라는 말을 먼저 던졌던 사람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에게 너무나 불리했고, 그런 이유로…

(2회) 노인 실업자, 복지 수혜자로 산다는 것

 “그래서 나는 저항하기 위해 실업급여를 과감히 거부했다”라고 쓸 수 있었다면 얼마나 멋지고 근사할까. 제도의 수혜자로 힘없는 ‘약자’로서의 하소연, 소심한 복수로 이 글을 쓴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주관적  감정의 덩어리만 풀어놓았다. 그래서 이 글은 미완성이다. 언젠가 이 주제로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성찰과 깨달음의 글을 다시 쓰는 나를 기대해 본다. 정년퇴직 후 나는 백수가 되었다. 정년 백수.…

(1회) 60, 정년이라는 해고

나의 60세는 정년퇴직으로 시작되었다. 나이 첫 자리의 5가 6으로 바뀐다는 건 남다른 차이를 느끼게 한다. ‘젊다’에서 ‘늙다’의 경계로 넘어서는 일은 누구에게나 커다란 전환기 일 수밖에 없다. 나이 60에 정년퇴직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지만 사는 게 바빠 아무 준비 없이 덜컥 맞은 나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아무리 준비 없이 맞았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