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작별
요양병원에서 집으로 누공 수술 후 더 쇠약해진 어머니가 요양병원으로 돌아갈 때만 해도 어머니를 집에서 돌보아야겠다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장루 관리도 욕창 관리도 우리는 할 수 없는 일 같아서 병원의 의료진과 간병인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양병원에 코호트 격리가 발동되어 면회마저 중단되는 사태를 겪게 되니 불안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다. 격리가 풀리고서도 집단시설에서 흔히…
요양병원에서 집으로 누공 수술 후 더 쇠약해진 어머니가 요양병원으로 돌아갈 때만 해도 어머니를 집에서 돌보아야겠다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장루 관리도 욕창 관리도 우리는 할 수 없는 일 같아서 병원의 의료진과 간병인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양병원에 코호트 격리가 발동되어 면회마저 중단되는 사태를 겪게 되니 불안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다. 격리가 풀리고서도 집단시설에서 흔히…
어머니가 입원하면서부터 나는 어머니의 보호자가 되었다. 보호자는 의료법에 따라 진료와 요양에 대해 병원과 의사소통을 하고, 청구서를 받고 경제적 책임을 지는 법적 존재다.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보호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관계에 있는 민법상 부양의무자 혹은 별도의 법적 절차에 의해 자격을 부여받은 대리인에 한한다. 병원에서는 어머니에게 크고 작은 일이 생길 때마다 나에게…
돌봄에는 예고가 없다 부모님 돌봄은 어떤 사전 징후도 없이 들이닥쳤다. 그 모든 일이 시작된 것은 어머니 아버지가 84세였던 2020년 10월 중순이었다. 아침 일찍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허리가 아파서 꼼짝 못 한다며 응급실에 모시고 가달라는 연락이었다. 골다공증이 있는 어머니는 뼈가 약했다.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갈비뼈에 금이 갔고, 운동하다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나는 한 달에 한 번 책이 잔뜩 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전철을 세 번 갈아타고 아버지 집이 있는 일산으로 간다. 그 일주일 동안 아버지와 관련된 일은 온전히 내 책임이다. 밥과 약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아프면 병원에 모시고 가고, 약이 떨어지면 약을 타오고, 같이 TV를 보고, 대화를 나누고, 간식을 챙기고, 장을 보고,…
아버지의 미수연 지난달에 가까운 친척들을 모시고 아버지의 88세 미수연을 했다. 다들 나이가 들어 왕래가 어렵다 보니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뵌 후 2년 만에 만나는 분이 대부분이었다. 홀로 된 아버지를 걱정하고 계실 듯해서 겸사겸사 식사 대접을 했다. 축하 인사 후 아버지 차례가 되었다. 말씀하실 때는 청산유수다. “예전에 어른들이 나이 80이 되면 무덤 속에 누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