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다음] 1회차 후기

엄지
2026-11-05 13:16
7

후기를 적으려고 지난 세미나를 돌아보다가 문득 회의록 작성하듯 집중해서 정리하며 기록을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분 한분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 메모를 다시 읽어보고, 세미나 시간에 받아적어 놓았던 멘트들을 들춰본다.

이 공부를 하고 있고 잘 아는 우리가 서로의 가는 길을 채비해주는

‘우리는 (이미) 애도 공동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고 피곤하다고 깜빡 졸지 말고, 한분 한분의 이야기를 더 몸을 기울여 들었어야 하는데,

메모를 적으려고 앉아서 아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 항상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해 더 정성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마음,

그게 가는 사람이 마음이고 남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그래서 더욱 이 책에 나온 죽음을 둘러싼 직업을 가진 분들이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받아 해내는 모습들이 더욱 울림을 주었던것 같다.

세분의 선생님이 장례지도사 이안나를 메모에서 이야기 하셨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모든 이들을 소외시키며 돌아가는 장례 시스템을 보면서,

좋은 죽음, 좋은 장례, 그리고 좋은 사람의 손을 거치고 싶은 마음은

여러 분이 경험한 장례의 이야기 속에서 저절로 풀어져 나왔다.

업으로 삼아서 하는 일, 모든 직업이 그러하다고 할수도 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죽음과 관련된 일은 유독 운명처럼 받아서 하게 되고, 아무나 할수 없는 일이다. 

과거부터 천대받고 꺼려하는 일이지만 그 이들의 태도에는 무언가 숭고함이 있다.

죽음을 일상으로 접하고 산사람을 위로하는 일이 

삶과 사람 자체를 바꾸어 내는 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좋은 장례 이야기를 했다.
자갈샘이 장례는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산 사람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하셨다. 

정말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기억하는 장례식이 되려면, 기록이 필요하다는것. 

그런데 자식들도 남편들도 사실 나를 잘 모른다. 

오히려 친구들이 더 잘 알지만 그들은 장례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유유샘은 인생을 돌아보는 부모님의 이야기와 모습을 살아 생전에 많이 남겨 놓아야 겠다고 하셨다. 

영상을 찍는다면 내 부모님에게는 무슨 질문을 할까, 무어라고 답하실까. 그 생각을 하니 살짝 설레이기도 하면서 마음이 불편하고 어려워졌다.

정작 남편과도 속내를 많이 이야기 하지 않고, 듣기가 어려워 항상 한켠으로 밀어 놓고 있는데, 엔딩노트를 내밀며 함께 써보자고 할까… 

마지막에는 채비 플래너 이야기가 나왔고, 플래너가 두분이나 계신 우리 공부 모임이 든든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는 사람보다 죽어 나가는 사람이 많았던 러시아 강제 이주지에서도 장례를 치르고, 

생판 모르는 사람의 장례를 위해 마음 다해 옷을 짓고, 염을 하고, 화장을 하는 사람들 처럼
그렇게 죽음을 기억하며 지금 여기를 마음 다해 살아가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안에 그들의 자리를 만드는 일, 그게 다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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