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20회 공지] 미련하고도 당당한 현실, 아주 오래된 농담!
드디어 박완서 소설 읽기도 대단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박완서 소설의 두 갈래의 흐름(한국전쟁과 자전적 서사/자본주의 한국사회와 가족서사)에서 이제 각각 한 권씩만 남았습니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심지어 둘 다 2000년대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농담>에 와서는 다시 중산층 가족으로 돌아가는데 노년, 질병, 죽음...이런 화두가 끼어듭니다. <휘청거리는 오후>가 중산층 가족-결혼이라면, 이제 작가도 중산층가족의 나이듦과 죽음의 사회적 배치를 다루기 시작했다고나 할까요.(by 문탁_ 박완서 파이널 에세이 공지)”
그런데 이번 소설은 어찌나 더더더 생생한지요.
박완서의 표현을 빌자면 ‘온몸을 무두질당하는 느낌’이기도 ‘오장육부가 까발려지는’ 거 같았습니다. 때때로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라, 길게 길게 숨을 내쉬기도 했고, 머리가 어질거려 잠깐씩 드러눕기도 했습니다(이건 소설 때문이 아니라, 노화현상일지도 ㅋㅋㅋ).
하여간 소위 반박불가였습니다. 미련한데.... 어찌나 당당한지.... 어찌나 무지막지한지.... 어찌나 계속계속 주구장창인지.... 그 미련하고도 당당한 현실때문에 세미나 공지가 지각...인지도.....(반은 사실이고, 반은 핑계 ㅎㅎ)
1. 가족
“아주 오래된 농담”이라... 가족은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고 살아간다는 그런... 오래된 & 농담을 말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박완서 소설에서 ‘가족’은 핵심축이자, 우리 모두에게도 영원한 핵심축일 겁니다.
내가 선택해서 시작한 관계는 아니지만, 나를 존재하게 만든 출발점이자 근원. 그리고 나를 형성해온 시공간이 축적된 관계이지요. 그러나 친밀성의 공동체인 가족이 애착과 갈등의 근원인 매우 특수한 공동체라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지요.
“자식들에게 있어서 부모들이란 얼마나 숙명적인 악몽일까.” <도시의 흉년>
“이 세상의 어머니들은 왜 가끔 그런 식으로 자식을 사랑함으로써 부모 자식 간을 헤어날 수 없는 악몽으로 만들려는 것일까.” <휘청거리는 오후>
“아아 지겨운 엄마, 영원한 악몽.”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참, 절묘하지 않습니까....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도 가족이라는 이 복잡미묘함이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예를 들면, 송경호를 둘러싼 송씨 가족의 극진한 사랑,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어떠한지요. <미망>의 전처만 영감, <휘청거리는 오후>의 허성도 떠오르지요. 이들의 ‘사랑’은 어디에서 연원하며, 무엇을 사랑하는 것일까요. 이들은 모두 강력한 ‘돈의 권력’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또 가족사랑도 있습니다. 하여간... 송회장님, 할머니, 어머니 이들의 사랑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빈의 어머니도 지금껏 봐왔던 어머니들과 결이 다르고, 흥미롭지요(제 어머니의 예전 모습과도 똑닮... ㅠㅠ).
오빠들도 흥미롭지요.
<나목>을 비롯한 전쟁서사에서 오빠의 죽음과 부재는 박완서 소설의 중요한 사건이자, 그로부터 남겨진 여성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 핵심단서이기도 했습니다. 그와 다른 축에 놓인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는 소위 ‘성공한 청년’인 오빠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의 꿈? 희망? 열망? 욕망?... 이 구현(?)되는 모습과 또 그 여동생 영묘와의 관계도 주목대상입니다.
형제-자매라는 관계는 무엇일까요. ‘같은 나무가지에서 돋아난 잎새’(제망매가)라는 오래된 구절도 떠오릅니다만, 혈연이라는 유대? 생활(시-공간)의 공유? 이런 각별함이 타인과는 다른 관계를 만드는 것일까요. 또 그런 관계가 소위 성인(成人)의 개별적인 삶을 형성했을 때, 그 이후에는 어떤 관계가 되는 것, 되어야하는 것일까요.
박완서 소설로부터 부모-자식의 관계는 물론 형제자매로 엮어지는 가족 공동체의 모습도 제게는 숙고대상입니다.
2.인간, 삶과 죽음
가장 먼저, 죽음 앞에 선 ‘경호’와 ‘치킨 박’의 서로 다른 모습에 주목하게 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아내 수경과 현금도 비교 가능하게 등장합니다.
이들을 두고 기존 연구에서는 대체로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져야 할 탄생과 죽음이 물신주주의와 속물성, 권력에 대한 욕망 아래 ‘유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몸의 시민권 / 몸의 주인’을 말하기도 합니다.
속물성? 권력욕? 주체성?
지극히 온당한 말입니다만, 내가 주체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최근 <닥터 X>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습니다.
수술대 위에 눕혀진 환자의 장기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넣은 의사(장승조)의 과거 만행이 다른 의사(계수정)에 의해 밝혀진 이후, 제3자 격인 마취과 의사는 “그 사람이 꼭 알아야 돼요? 우리만 입다물면 환자는 자기가 살던 대로 전과 똑같이 살 수 있어요.”라 말합니다. 또 지금까지도 “그래도 본인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니고, 덕분에 살아 있으니까...”라는 가해자를 응징하려는 의사 계수정은 “아픈 것도 아니고, 남들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본인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 짓”이니까, 너도 당해봐라는 식으로 접근합니다(으아, 이런 이미지도 써봅니다ㅋㅋㅋ)
내 몸에 대한 권리, 죽음 앞에서의 권리.... 그리고 선택. 나아가 인간의 권리와 선택에 대해 그리고 주체성을 발휘한다는 것. 앎은 무엇인가, 내가 그리고 인간이 무엇을 알 수 있는가 혹은 알아야하는가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드라마 장면이었습니다.
나아가 왜 주체성 확보를 지향하는가, 주체적인 것은 어떤 것일까요.
<아주 오래된 농담>으로 돌아오자면, ‘치킨 박’은 주체적인 선택으로 한 걸음 나간 것일까요. 그의 선택과 죽음은 경호와 어떻게 무엇이 다르고, 그 둘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죽음 앞에서 선 인간의 태도랄까, 자세랄까 이런 것도 더 많이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박완서 작가는 사실 그대로를 ‘야멸차게’ 쏟아놓습니다만, “사육”당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무엇이 다른 것일까, “삶의 맛”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눈뜬 죽음]...참으로 어려운 질문들이 ‘꼬꼬무’로 생겨납니다.
이들과 대척점에 수경과 현금의 욕망이 놓여있지요. 이들의 욕망은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나아가 현금이 보여주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야성성, 생명력)도 주목 대상입니다.
특히 “밥”(음식, 집밥, 식욕)를 비롯한 여성의 생활도 저는 흥미로웠습니다. 현금은 한때 농사짓기도 합니다(“농사놀음”이라 부끄러워하지만.. [일탈의 예감]).
직업여성이자 아내, 며느리, 엄마로서의 수경, 이혼한 이후 영빈을 만난 현금은 자신의 삶을 제각각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걸까요.
또 영묘의 위치도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아내이자, 엄마이자, 며느리인 영묘가 살아가는 방식. 또 사별 이후 영묘는 어떻게 자기 삶으로 나아가는 걸까요.
3.그리고 ‘돈’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돈의 힘, 자본의 권력이 작동하는 범위랄까, 그 능력치는 절대적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저러하게 ‘돈의 힘’이 나오더라는 확인을 넘어, 누가 어떻게 ‘돈’을 갈망하는지,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다고 판단해야 할지... 등으로 우리도 '야멸차게' 살펴봐야 할 거 같습니다.
또 그리고... 춥.습.니다.
뜨끈하게 열기를 지펴줄 A조 쌤들의 발제문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1) <아주 오래된 농담>으로부터 자신의 문제의식(기말에세이로 이어질)으로 확장.
: 이 경우에는 (가능한 한) 한 가지 주제로 한정해서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 <아주 오래된 농담>에 문제의식을 집중_ 씨앗문장과 그에 대한 주제 서술
: 이 경우에는 두 개 정도 주제를 잡아주시면 좋겠습니다.
(3) 그 외 더 자유로운 방식_ 이건 제 상상력 밖이라.... 자유롭게~~~ ㅎㅎ
*** 수요일 저녁 9시까지
A조쌤들의 발제문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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