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17회 공지- 미망(3)] "이 풍진세상"과 태임의 죽음
1. 2권은 1899년부터 1919년까지 20년의 시간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2권은 4부 <풍운속의 화촉>, 1899 배재학당 졸업반인 종상과 스무살이 넘도록 댕기머리를 드리우고 다니던 태임의 결혼으로 막을 엽니다.
5부 <어머니의 아들>에서는 1910년 종상이 드디어 양말공장을 건립한 일부터 시작하죠. 태남이 양말공장을 돕구요. 하지만 태남은 1912년 만주로 간 진동열의 뜻을 잇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진달래를 만나고 결국 1917년 만주로 가버립니다.
6부 <풍진세상>에서는 태임과 인삼농사 이야기가 나옵니다. 태임이 할아버지가 남긴 돈궤짝 속 은전으로 샛골에 땅을 사서 삼포농사를 하는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걸 작파할까 고민하다가, 1919년 개성상인들이 백삼으로 고려인삼조합을 만들어 인삼농사와 상업의 자구책을 만드는 과정에 합류하면서 날개를 펴게 되는 거죠. 태임은 고려인삼과 기타 인삼부대상품의 개발을 통해 상당한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되구요. 그런데 1919년 태남이가 진달래와 나타납니다. 결국 군자금을 쥐어 준 후, 그 궤짝을 깨뜨리죠. 이제 궤짝으로 상징되던 전처만의 시대는 명실상부하게 막을 내립니다.
그리고 3권은 정말 '풍진세상', 즉 바람과 먼지 가득한 아득한 세상 속에서 종상-태임에 이어 3세대가 또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아주 빠른 속도로 보여줍니다. (고구마 1도 없음^^)
이쯤해서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로 시작하는 <희망가>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희망가(이 풍진 세월)'는 음반으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 유행가 가운데 가장 오래된 노래로 알려져 있죠. 이름과 달리 식민지 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듯 우울과 비탄의 정서가 짙게 배어 있구요.
이 노래의 작사자와 작곡자는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19세기 미국 흑인들의 예배에서 불리던 찬송가'The Lord into His Garden Comes'에 닿는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선율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졌고, 경서도 소리에 능했던 박채선과 이류색이 우리 민족의 정서에 맞게 가락과 창법을 다듬었고, 그렇게 새롭게 재해석된 노래는 1923년 '이 풍진 세월'이라는 제목으로 공식 음반에 수록되며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노래의 제목 역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어요. 우리나라에 전해진 뒤 구전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한때는 ‘탕자자탄가(蕩子自歎歌)’, ‘탕자경계가(蕩子警戒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결국 ‘희망가’로 정착되었죠.
2. 역사적 사실을 좀 아셔야 합니다.
1)양말공장에서 고무공장으로 이어진 식민지시대 (경)공업의 역사를 좀 아셔야 합니다.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80920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8188
텍스트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예전에 식민지 시대 노동운동 열나 공부할 때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이 식민지 시대 고무공장에 다니던 여공들의 파업과 농성(1923년 경성 고무공장 여공들의 '아사(餓死) 동맹' 파업 / 1931년 평양 고무공장 파업과 강주룡의 '을밀대 고공농성')이었어요. 서구의 여성노동운동의 기원이 성냥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면, 우리나라는 고무공장이었던 거죠.

2) 인삼 산업의 역사도 좀 아셔야 합니다.
일단 밭에서 캔 건 '수삼', 그런데 일제 때는 이걸 조선총독부에서 헐값에 사들여 '삼정물산'(366), 즉 일본 재벌인 미쓰이 물산에 넘겨, 미쓰이 물산이 그걸 '홍삼'으로 만들어 수출해서 엄청난 돈을 번 거죠. 그래서 개성 삼포의 상인들은 조선총독부가 거둬들이지 못한 '백삼'을 그대로 말려 '고려인삼'이라는 브랜드를 만든거죠.
책에 나오는 공씨네 가문, 최부자 등과 관련하여 아래를 클릭하시와요
https://contents.history.go.kr/mobile/km/view.do?levelId=km_016_0050_0020_0020_0020

3) 다이쇼 데모크라시, 일본 청년들의 연애지상주의, 신여성, 신여성과 제2부인... 이것도 좀 아셔야 합니다.
아무튼 가장 유명한 사진부터 한번 보실까요? 책에도 여러번 나오는 '가미'. 즉 히사시가미 머리모양을 하고 3.1 만세를 부르는 경성의 여학생들 사진입니다.

일본에서 만난 상철과 연애하고 결국 사람들에게 '첩'이 되었다고 손가락질 받던 여란의 케이스는 당대 <신여성> 같은 잡지에서도 대담을 열 정도로 이슈가 되었던 소위 '제2부인' 문제입니다.
저와 파랑 등이 함께 쓴 <신여성> 요 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4) 마지막으로 간도라고 불리던 만주지역의 조선인들의 삶과 항일투쟁에 대해서도 좀 아셔야 합니다....만 ... 너무 피곤하시죠? ㅋㅋㅋ
하지만 진동열 선생의 고려촌의 실제 모델이 윤동주의 명동촌이었다는 것, 진동열의 죽음이 1920년 봉오동, 청산리 대첩 이후의 일본의 대대적인 살육(간도참변)이었다는 것은 기억해봅시다.

3. 잊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3권은 1924년부터 시작합니다. 19살 숙명여고보 졸업반이었던 여란이가 숙명여고보의 기숙사사감 배척운동을 벌이다가 종로경찰서에 투옥되고, 깜놀한 종상이가 승재네 집에 머물게 하는 거죠. (실제로 숙명여고보 동맹휴학은 1927년에 있던 일입니다.)
아무튼 3권에서는
1924년부터 1953년 태임의 사망까지의 30년 세월 동안
2세대- 3세대 (여란, 경우, 경국, 경순)- 4세대 (여란과 경우의 아들, 딸)의 인물들이
개성, 샛골, 만주, 경성, 일본이라는 공간 속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펼쳐집니다.
2번의 역사적 사실 위로 박완서 선생님이 어떻게 미망의 사건들을 촘촘하게 엮어내는지 잘 좇아가려면 인물들의 나이와 사건의 시점들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결국 이걸 만들어버렸습니다.
제 걸 참조로 해서, 여러분도 나름대로 미망의 연대기를 한번 만들어보세요.

아마 3권에서는 세대 내 갈등과 더불어 세대 간의 갈등이 훨씬 더 첨예하게 눈에 띌 것입니다.
태임과 여란의 갈등. 특히 여란이 자기 엄마한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일도 독립투쟁도 안 하고 산다고 내뱉었던 말들...
그리고 태어나자마자 이미 식민지였던 1910년생 경우가 할 수 있던 생각과 말과 행동들...
자, 여러분은 어디에 오래 오래 머무셨습니까? 어떤 말들에 꽂히셨습니까?
혹시 저처럼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핑그르 눈물 한방울 고이진 않으셨나요? ㅎㅎㅎ
이번에는 a조입니다. 3가지 정도의 토픽으로 3권의 메모를 적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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