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이야기와 글쓰기]12주차 후기 '대종사'로 읽는 도와 자연과 죽음

바람
2026-08-2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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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탁샘께서 대종사 부분은 읽어야 할 양도 만만치 않고 본보기로 삼을 큰 스승이 전하는 도의 세계가 SF처럼 펼쳐지고 넘나드는 경험을 할 거라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여느 때보다 많이 어려워하던 학인들은 장자가 말하는 도의 완성으로서 자연의 문제와 삶과 죽음에 관한 질문으로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던 학인들이었지만 각자 탐구해 보고 싶은 부분은 매우 유사했다.

해성, 혜근. 은정. 유상샘은 상구이습,상유이말(相呴以濕相濡以沫)과 상망어강호(相忘於江湖)로

해정샘과 바람은 사생명야(死生命也)를 화두로 삼았다.

 

같은 상구이습,상유이말(相呴以濕相濡以沫)과 상망어강호(相忘於江湖)를 화두로 삼았는데

은정샘은 메마른 땅에서 서로에게 습기와 물기를 나누는 물고기를 통해 돌봄과 배려의 필요 문제를 짚어 내셨다.

해성샘은 현대차-LG 배터리 합작 공장이 조지아주 사바나시 대규모 습지에 들어서면서 그곳에 살던 고퍼거북의 이주 문제와 연결해 살펴주셨고

유상샘은 도나 해러웨이의 기후 위기나 자원 고갈의 문제를 장자의 도와 연결하셨다. 기후 위기 앞에 자연을 유지 혹은 복원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 대한 의문을 펼치셨다.

혜근샘은 수나우라 테일러의 『상처를 끄는 존재들』의 텍스트에서 ‘장애생태(Disabled Ecologies)'라는 개념을 소개하셨고 병에 걸린 자여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장자가 ‘천(天)’이라고 했던 자연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셨다.

 

문탁샘은 트러블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강호적인 삶에 대한 실천적 방안은 무엇일까? 혹은 새로운 용법은 어떠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담긴 질문을 하셨다. 생과 사, 파괴와 완성은 서로 대립하는 별개의 사건이 아니므로  그 과정에 인간중심주의 시각에 문제라는 인식은 매우 중요하며 장자적 해석으로서 연결 고리가 있어야 더 깊어지고 풍부해질 것 같은데 문탁샘도 잘 모르겠다고 웃으셨다.

 

해정샘과 바람은 죽음(死生命也)의 문제가 주제였다. 죽으면 ’한 줌의 흙이 된다는 말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라는 해정샘의 선언 같은 말씀은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 만드는 경험이 준 확신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더불어 ‘죽음을 분해의 과학적인 과정처럼 피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을 하셨는데 나의 질문과 맞닿아 있기도 했다. 문탁샘은 죽음을 주제로 쓴 두 글에는 두 가지 의미가 섞여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하셨다. 두 글의 죽음에 대한 인식은 셀리 케이건에 가깝고 음식물 쓰레기 이야기가 장자의 죽음 이야기와 더 관련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내용은 운명애로서 죽음이었다.   혜근샘과 해성샘이 이 글이 장자와 어떤 관련이 있냐고 물으셨는데 장자가 말하는 운명애로서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누구나 죽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죽음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쳤을 때 당연한 듯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물며 불의의 사고로 인한  죽음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그 비극은 더 극대화될 뿐이다. 그러나 장자의 말을 빌리면 그 죽음마저 자연의 일일 뿐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장자의 말처럼 죽음이 삶의 또 다른 얼굴임을 받아들이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도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이 가까이 있는 죽음의 사례로 맞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그런데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결코 한 적이 없는 아이들의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매일 살아가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당연하게 믿은 그 하루가 주어지지 않은 죽음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그들과의 작별은 일상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며 들이닥쳤다. 물어야 할 게 너무 많은 죽음이지만 가까이 있는 죽음의 또 다른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하면서 합리화한 것 같다.

그런데 세월호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이 글을 읽으면 마음이 아프겠다는 말씀을 들으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글은 글쓴이의 의도나 생각과 별개로 읽는 사람의 몫도 글을 완성하는 한 부분이란 걸 새삼 느끼게 돼서 쓴다는 일이 더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드디어 장자 글쓰기 세미나 커리큘럼의 마지막인 응제왕만을 남겨 두고 있다. 처음에는 한 주 한 주가 고역이었는데 그런대로 또 익숙해 가고 있는 게 신기하다. 그리고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는 위안도 있다. 사주에 火 인성이 없는데 함께 공부하는 관계와 힘겨운 이 과정이 용신으로 작용하나 싶기도 하다. 더불어 장자 글쓰기로 유난히 무더운 여름을 보내신 문탁샘과 학인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내본다.

 

 

 

댓글 2
  • 2026-08-29 18:39

    바람쌤, 학인들 에세이랑 문탁쌤 코멘트까지 정리를 너무 잘하셔서 깜놀...문탁쌤이 저런 말을 하셨나 곱씹었어요. ㅎㅎ
    어느새 마지막 응제왕에 도달했다니 저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포기 안하고 끝까지 와서 정말 다행. ㅜㅜ

  • 2026-08-29 22:31

    바람샘, 후기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있을 수 있었던 건 샘들 덕분입니다. 서로서로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ㅎ
    파이널 에세이 제목 올리라시는데, 앞에 했던 건 그새 다 까먹어버려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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